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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괴담 <닥터>

인간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다고 믿는 ‘신(God) 콤플렉스’에 빠진 의사는 광기어린 연쇄살인범으로 자주 등장한다. <닥터>의 주인공인 성형외과 최고 권위자인 최인범(김창완) 역시 그런 망상과 광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배소은) 위에 군림하며, 그녀에게 자신의 로봇처럼 움직이기를 강요한다. 아내인 순정도 그의 작품이다. 외모는 완벽하게 변신시켰지만 순정이 본래 갖고 있던 습성이 불쑥 튀어나와 그의 비위를 거스를 때면 “천박”하다며 호되게 면박을 준다. 집, 병원은 그의 왕궁이고 거기서 그는 제왕이 된다. 냉철해 보이지만 충동적인 인범은 “말 안 듣는 것들은 모두 없어져야 해”라는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왕국에 균열이 생겼음을 감지하는 건 순정의 외도를 발견하고 나서부터다. 물질적 풍요를 위해 인범과 살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를 경멸하는 순정은 젊은 헬스 코치(서건우)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장모 살해에 인육 시식까지 하드 코어 장면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혹자에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스릴러 장르 안에서 소화될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 <올가미> <실종> 등 꾸준히 스릴러를 만들어온 감독답게 긴장감 조성이나 공간 활용에서 장르 문법에 능통하다. 아쉬운 점은 인범이라는 인물에게 포커스를 집중하다 보니 플롯까지도 주인공의 감정기복대로 좌충우돌하는 느낌이 든다. 피조물을 창조하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프랑켄슈타인> 이래 고전적인 주제가 되었고, 최면을 통해 자신의 뮤즈를 꼭두각시로 만든 이야기들도 상당수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최근작 <내가 사는 피부>도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대상을 영원히 붙들어두고 싶은 삐뚤어진 집착과 욕망을 보여주었다.

<닥터>는 일종의 병원 괴담으로 인간의 본질이 외면에 있는 것인지, 내면에 있는 것인지 한번 돌아볼 기회를 준다. 그런 면에서는 아름다움을 위해 얼굴을 갈아치우는 공포영화 <신데렐라>와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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