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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리턴 투 네버랜드
2002-04-30

시사실/ 리턴 투 네버랜드

■ Story

전편 <피터팬>으로부터 세월이 흘러, 피터팬을 따라 네버랜드로 갔다온 웬디는 결혼해 두 자매, 제인과 대니의 엄마가 됐다. 런던은 2차대전에 휩싸여 수시로 나치군의 공습을 받게 된다. 위태로운 전시상황에서도 웬디는 피터팬을 만났을 때의 동심을 간직하고서 수시로 두딸에게 네버랜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피터팬을 만났을 때의 웬디처럼 10대 초반인 큰딸 제인은 피터팬과 네버랜드를 꾸며낸 이야기로 여길 뿐 그 존재를 믿지 않으려 한다. 공습이 잦아져 시골 마을로 떠나기로 한 전날 밤, 피터팬 이야기를 두고 엄마와 한바탕 다투고 잠이 든 제인에게 후크 선장이 해적선을 타고 날아와 네버랜드로 납치해간다.

■ Review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팬과 개구쟁이 고아들이, 인어와 인디언과 해적 후크 선장과 함께 살고 있는 네버랜드. 그곳의 흥미진진한 모험에 신이 났지만 가족을 떠나 낯선 땅에 남기가 두려워, 우리는 웬디를 따라 고향으로 돌아왔고 기어코 어른이 됐다. 그러나 피터팬과 개구쟁이 꼬마들은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거기에서 모험을 펼치고 있을까.

1953년에 만든 만화영화 <피터팬>에 이어 디즈니가 내놓은 속편 <리턴 투 네버랜드>는 어린이들의 동심 못지않게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다. 마침 이야기는 소녀 웬디가 커서 두 자매의 어른이 된 시점에서 시작한다. 어릴 때 평화롭던 런던은 전쟁터가 돼버렸다. 포화 자욱한 런던은 웬디에게 인어가 뛰노는 네버랜드에 대한 향수를 더 부추긴다. 웬디는 제인에게 네버랜드 이야기를 싫도록 해대지만, 어려서부터 처참한 현실을 목격한 제인은 ‘동화 속에나 있는 꾸며낸 이야기’로 여긴다.

<피터팬>은 네버랜드를 믿는 웬디가, 딸이 빨리 몽상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에게 네버랜드를 믿게끔 만들면서 끝났다. <리턴…>은 거꾸로 어른인 웬디가 어린 제인에게 네버랜드의 존재를 설득시키려고 애쓴다. 이렇게 역전된 설정이 자못 위태롭다. 포탄을 피해 대피한 제인 집의 방공호는 <피터팬>의 아늑했던 웬디의 방보다 더 네버랜드의 판타지를 갈구하게 만들지만, 네버랜드는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땅이다. 그 판타지의 생명력은 어른을 거부하는 데 있다. 그곳을 등돌리고 돌아온 어른이 일깨워주는 네버랜드가 어른의 향수 안에 갇히지 않고 어린이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살아 움직일 수 있을까.

마침 후크 선장은 중대한 실수를 범한다. 제인을 웬디로 알고 잘못 납치해간 것이다. 웬디가 다시 갔다면 네버랜드는 이전과 똑같을 수만은 없었을지 모른다. 제인이 네버랜드에서 겪는 모험은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가 사실이었음을 확인하는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한다. 그래도 달라진 게 있다. 후크의 왼팔을 삼킨 악어는 사라진 대신 거대한 문어가 후크를 괴롭힌다. 정치적으로 좀더 올바르게 인어와 팅커벨과 제인 등 여자들이 피터팬을 놓고 다투지 않고 서로 연대한다. 이런 식으로 별반 새롭지는 않지만 전편의 재미를 적절히 변형해 복제한다. 또 마지막에 제인과 함께 런던에 온 피터팬이 잠깐 동안 웬디와 재회할 때는 가슴이 저려오는 걸 피하기도 힘들다.

<리턴…>은 디즈니사가 원래 텔레비전용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를 나중에 확대해서 극장에 내건 영화다. 바닷물이 물결조차 보이지 않게 파란색 단색으로 처리되는 등 텔레비전용 애니메이션의 한계가 화면에 드러나는 건 큰 약점이다. 임범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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