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INTERVIEW
[인터뷰] ‘TAR 타르’ 토드 필드 감독, “권력에 대하여”
이자연 2023-03-02

국내 개봉 이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편집장, 각본상) 노미네이트 소식을 먼저 알린 <TAR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첫 여성 상임 지휘자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의 자기 파괴적인 욕망과 예술을 향한 숭고한 사랑을 점묘화처럼 세세하게 분화하여 그려낸다. “내가 곧 오케스트라의 시간이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그는 최상단의 권력자로서 시계추를 불균형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힘을 확인하지만, 동시에 성 소수자로서 자신을 세상에 계속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을 떠안는다. 강자와 약자, 포식자와 피식자, 다수성과 소수성.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현실의 점검표 앞에서 많은 관객은 토드 필드 감독의 의중을 궁금해할 것이다.

- 처음 <TAR 타르>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 이 캐릭터에 대해 오래 생각해왔지만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그려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다 록다운이 막 시작된 2020년 3월, 포커스 피처스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휘자와 클래식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주었다. 순간 내 노트북에 이미 완벽한 캐릭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그게 <TAR 타르>의 시작이다.

- 케이트 블란쳇이 많은 것들을 배워야 했다. 지휘법부터 자연스러운 독일어를 구사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이 과정은 어땠나.

= 시나리오 단계부터 케이트는 이번 작품을 위해 무엇을 새롭게 익히고 배워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케이트는 두편의 영화 작업을 마쳐야 했는데, 촬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TAR 타르>에 필요한 것들을 계속 배우고 작업해나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당시 화상 통화를 통해 내털리 머레이 빌 지휘 코치에게 지휘를 배우고, 촬영차 머물던 부다페스트에서 피아노 선생님과 바흐의 연주곡을 연습했다. 그외에 독일어도 빠르게 배웠다. 케이트는 리디아 타르라는 인물을 들여다보고 분석하기 전에 일단 무조건 배워야 했다.

- 엔딩 크레딧이 영화 앞에 시작된다. 이렇게 배치한 이유가 있다면.

= 사실 엔딩 크레딧은 어떤 영화든 굉장히 길다. 그걸 보다보면 영화 한편을 만들려면 눈에 띄는 단 한명이 아니라 수백명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오케스트라도 똑같다. 한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지휘자 한명이 아니라 수백명의 연주자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엔딩 크레딧이 우리 작품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TAR 타르>는 주요 소재로 권력을 다루고 누군가가 권력자로 올라서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한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 리디아는 말과 행동이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 연대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인물이다. 최초의 여성 상임 지휘자로서 취할 수밖에 없었던 생존방식이었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토록 리디아 타르를 시대에 불화하는 인물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 리디아 타르는 다른 여성을 돕고 싶다고 설교하면서도 다른 여성이 자신의 일을 대신할 수 없도록 자기 자리로 올라오는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인물이다. 그는 유명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에 대한 집착 때문에 오랫동안 존재한 백인 가부장제의 탑을 찬사하고, 직접 나서서 쌓기도 한다. 동시대의 다른 여성 지휘자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태도도 보이는데 남성 중심 사회에선 그게 리디아에게 편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만 욕망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대중적인 프로필을 지닌 여느 사람들과 같은 길을 가길 바란다.

- 이러한 리디아 타르의 태도를 두고 여성 혐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 권력은 본래 암묵적으로 여성 혐오적이다. 권력을 쥐고 있는 건 늘 백인 남성이지 않나. 만일 그 힘이 한 개인에게 불균등하게 이전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권력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권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부패한다. 어느 누구도 이 명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건 여성인 리디아에게도 적용된다. <TAR 타르>는 권력이 진정 바라는 게 무엇인가, 즉 권력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영화다. 만약 이 작품이 백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모든 흐름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져 누구도 부패한 권력의 모양새를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리디아와 같은 태도를 지닌 남성들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물을 통해 권력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직면하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영화는 마지막에 질문 하나를 던진다. ‘과연 그 권력이 부패한들 이런 인물을 타락시킬 수 있을까?’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아직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 그럼에도 영화는 리디아 타르의 선택과 결정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서사를 진행해나간다.

= 그렇다. 영화는 리디아의 삶에서 특정한 위기에 처했던 3주만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가 좋은 사람이라거나 나쁜 사람이라고 앞서 한정짓지 않고 그가 선할 수도, 나쁠 수도, 행복할 수도, 슬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우리 모두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인간이니까.

- 몇몇 시퀀스는 원테이크로 촬영되었다. 영화의 압도적인 장악력을 몰아붙이고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 기술적으로 큰 도전이었다. 케이트와의 호흡은 물론 음향, 조명, 카메라의 박자도 신경 써야 했다. 가장 중요한 장면은 처음 리디아가 일어서서 걷는 장면이었다. 리디아는 유난히 시간에 대해 많이, 자주 이야기한다. 시간을 통제한다는 감각이 그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점을 드러내기 위해 각기 다른 36가지 카메라 설정을 두기도 했다.

- 리디아 타르 역을 제안했을 때 케이트 블란쳇이 기꺼이 응했다고. 케이트 블란쳇과의 작업은 어땠나.

= 와우, 정말 대단했다. 케이트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여성배우 중 한명이다. 촬영 외에 함께 작업하고 시간을 보낼 때에도 무척 유쾌하다.

-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지금의 기분은.

=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정말 멋진 일이다. 이러한 소식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영화를 본다면 영화를 함께 완성한 수백명의 시간과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수상 여부보다 모두의 노고가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

관련영화

관련인물

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