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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크리에이터'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 의심하고 질문하기
이자연 2023-10-06

<크리에이터>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

2055년, 고도화된 AI에 의해 LA에 핵폭탄이 터진다. 수많은 희생자가 나온 이후, 미국 정부와 서방 동맹국은 전에 없던 AI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반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된 뉴아시아는 AI와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채택해 융화를 이뤄간다. 이 AI를 설계한 크리에이터, 니르마타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를 제거하려는 서방국 작전에 참여한 조슈아 테일러(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아이의 얼굴을 한 AI 알피(매들린 유나 보일스)를 만나 혼란에 빠진다. 침략하느냐 침략당하느냐, 정복하느냐 공존하느냐. 다소 이분법적이고 제국주의적으로 비쳐지는 <크리에이터>의 세계관은 거기서부터 질문을 건네기 시작한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말을 통해 AI 전쟁의 모순을 살핀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과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이후 7년 만의 작품이다. <크리에이터>를 연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를 막 마치고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떠났다. 드넓은 농작지를 지나니 공장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곳에서 여성들이 한창 일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그런 상상이 들었다. ‘이곳에서 사람이 아닌 로봇이 일한다면 어떨까?’ 이 생각은 곧 인간인 척하는 로봇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빠져나와 다시 생각했다. 인간이 바라본 로봇이 아니라, 로봇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하늘과 들판, 아름다운 자연 풍경은 그들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이런 맥락을 영화로 말해보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 짧은 컨셉을 구체화했고 이 과정만 수개월이 걸렸다. 그게 <크리에이터> 의 바탕이 됐다.

- 아이의 모습을 띤 AI 신무기 알피는 배우 매들린 유나 보일스가 맡았다. 8살 난 어린 배우가 영화 전반에 큰 힘을 실어주는데, 그를 어떻게 발견했나.

= 전세계적으로 오픈 캐스팅을 진행했다.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오디션 비디오를 봤다. 캐스팅 팀원들과 함께 의논하면서 지원자를 조금씩 추려 가기 시작했고, 대면 오디션을 진행할 때 첫 번째로 매들린을 만났다. 그런데 그가 이야기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감정을 보여주더라. 정말 놀라웠다. 보통 아이들은 감정 연기를 할 때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워 보호자가 비슷한 눈속임을 도와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복잡한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보다는 “지금 갖고 싶은 것을 얻을 수 없다면 어떨 것 같아?”라는 식으로 눈높이에 맞춰 연기를 안내한다. 그런데 매들린은 이야기의 맥락을 모두 수용하고 그를 통해 연기를 선보였다. 우리에게 매들린은 잭팟 그 자체였다. (웃음)

- 어떤 장면에서 매들린 유나 보일스의 연기가 가장 만족스러웠나.

= <크리에이터>는 전반적으로 매들린의 퍼포먼스가 중요한 작품이다. 특히 알피가 엄마와 교감하고 싶어 하는 모습에서 애틋함이 잘 느껴진다. 영화 전체에서 그게 얼마나 중요한 장면인지 정작 매들린은 잘 모를 것 같다. 하지만 AI라는 차가운 소재를 두고 매들린은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공감을 잘 이끌어냈다. 우린 정말 행운아다.

- 로봇 디자인이 눈에 띈다. 특히 승려의 모습을 한로봇은 실제 AI와 인간의 삶의 경계를 생각하게 한다.

= 로봇은 기본적으로 곤충의 외형을 참고했다. 그리고 소니, 워크맨, 닌텐도 등 가전 기기 디자인을 많이 봤다. 특정 시절에 사람들이 많이 찾은 기기들은 결국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이 과정도 무척 어려웠지만 재미 있었다.

- 서방과 동방의 문화적 융합을 드러내는 음악도 인상적이다. 이번 작품에 한스 치머가 음악감독으로 함께했는데 그 과정은 어떠했나.

= 한마디로 ‘드림스 컴 트루!’ (웃음) 어릴 적부터 영화를 보면서 한스 치머 노래를 무수히 들었다. 이런 천재와 함께 작업을 하다니! 그가 우리의 제안을 수락했을 때부터 꿈같았다. 많은 사람이 한스 치머의 작업 스타일을 복제하려 노력하지만 치머는 자기 밖으로 나오려 시도하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영화를 통해 전에 해본 적 없는 스타일을 구현하려 했다. 영적이고 종교적인 느낌이랄까. <크리에이터>가 동서양을 모두 다루기 때문에 음악에서 문화적 융합을 담아내고자 했다. 실제로 동양의 악기를 많이 썼다. 같은 테마 안에서도 문화권에 따라 어떻게 음악적 분위기가 달라지는지 반영하고 싶었다.

- 영화 속에 아시안 문화를 연상시키는 장치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정확히 어떤 아시안 문화를 반영했나.

= 영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에 아시아 권으로 답사를 많이 갔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풍경을 반영하고자 했고 무엇보다 사람을 빼놓지 않으려 했다. 각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빼놓고 배경과 환경만 가져가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해당 문화권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중요했다. 로봇의 태도에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다. 현실성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 현재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AI에 적응해가는 과도기에 있다. AI의 일상성이 커지는 지금, <크리에이터>는 관객에게 어떤 질문을 건넬 수 있을까.

=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런 차이로부터 두려움을 느낀다. 다른 문화권, 다른 언어, 다른 사고방식과 생활방식. 가끔은 낯섦을 두려움으로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두려움은 곧 피아식별로 이어져 상대방을 무조건적인 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AI를 향한 인간의 무차별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는 현실 속의 이런 문제를 상징한다. <크리에이터>를 통해 관객들이 차이를 경계하는 태도를 다시금 재정비해보면 좋겠다. 자기 자신을 의심해보고 질문을 건네는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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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드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