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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를 향해 총구를 겨누다, <U턴>의 숀 펜
김현정 1999-12-28

섹스의 여신 마돈나가 “평생의 유일한 사랑”이 있다고 고백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뾰족한 원뿔을 가슴에 달고 남성 댄서들을 희롱하는 마돈나, 거리낌없이 오럴 섹스를 재현하는 이 위협적인 섹스심벌도 한 남자에게 마음을 준다는 사실에 남자들은 질투섞인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그가 ‘할리우드의 악동’으로 소문난 숀 펜이라면 더욱 안심이다. 파파라치가 탄 헬기를 향해 권총을 쏘아대고 기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숀 펜은 사람들이 보기에 그저 난폭한 젊은이였을 뿐이며, 그에게 얻어맞고 이혼한 마돈나는 별 수 없는 ‘여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선 ‘마돈나의 남편’을 둘러싼 수다와 다소의 진실을 걷어내자, 그래야 동세대의 가장 재능있는 배우로 평가받는 숀 펜 자신이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방으로 터져나오는 분노와 수상한 열정을 감추지 않는 배우. 단 한번도 순종적이지 않았던 숀 펜은 할리우드의 통념과 소비적인 이미지에 반역을 기도한다. 그의 반항은 10대 혹은 20대의 어느 한순간으로 연명하다 ‘성숙’과 함께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니다. 젊음의 신화로 남은 제임스 딘보다 음산하게 늙어가는 데니스 호퍼에 가까운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기반에 냉소를 보낸다. 가죽 점퍼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대로 인상을 쓴다고 해서 다 반항아는 아닌 것이다.

그가 특별한 배우로 자리잡은 데는 독특한 외모가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콱 쥐어주고 싶게 갸름한 턱과 얇게 일그러지는 입술은 결코 핸섬하지 않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다 안다는 듯 이죽대는 눈빛은 비열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성난 영혼과 불안에 휘둘리는 외모가 꼭 맞아떨어지는 이 배우는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함께 8mm 영화를 만들며 성장한 에밀리오 에스테베즈와 찰리 신, 로브 로우가 터프한 반항의 이미지로 청춘영화의 아이콘이 되었을 때, 숀 펜은 젊음과 성장의 어두운 부분을 들쑤셨다. 그뿐이라면, 이제 서른아홉이 된 숀 펜이 여전히 비주류의 냉소 위에 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한 개인의 그늘을 사회의 기억으로 확장시키는 배우다. 친구들을 살육한 범죄자 아버지를 향해 총구를 겨누면서 힘과 이익이 지배하는 미국의 질서를 부정하고(<폐쇄구역>), 부하들을 살인과 강간의 광기로 인도하는 미군이 되어 범죄와도 같았던 베트남전을 섬뜩하게 환기시킨다(<전쟁의 사상자들>). 그는 미국이 잊고 싶어하는 부분을 드러내고야 만다.

이제 올리버 스톤의 독특한 필름 누아르 <U턴>으로 다시 찾아온 숀 펜은 이 영화를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희극성에 관한 영화”라고 평한다. 하얗게 달아오른 사막, 독수리 떼에 노출되는 순간까지 밑바닥에서 다시 밑바닥으로 떨어지면서도 어느 구석에선가 탈출구를 찾아내려는 바비 쿠퍼는 역시 숀 펜의 몫이 돼야 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바비는 한순간도 자신이 가야할 곳을 잊지 않는다.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반드시 지켰다”고 말하는 숀 펜 역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잊지 않는 사람이다. “서머 시즌의 블록버스터를 경멸한다”는 숀 펜은 그저 직업으로 치부하기엔 “영화가 너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에게 블록버스터는 자신을 삭아 들어가게 만드는 영화일 뿐이다. 배우 로빈 라이트 펜과 결혼하여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골목 모퉁이에서 빵집을 만나는 평화”를 사랑하게 됐지만, 숀 펜은 여전히 이단자다. 할리우드에서 “순수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그렇게 ‘이단’이라고밖에 표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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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SYG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