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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흐뭇한 연인, <청춘만화>의 권상우 & 김하늘
사진 오계옥오정연 최하나 2006-03-24

<동갑내기 과외하기> 속편이야? 권상우김하늘이 깜찍발랄코믹하게 등장하는 <청춘만화> 포스터를 보고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을 것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두 사람이 보여줬던 시너지 효과가 아직도 생생하다. 첫 번째 주연작과 첫 번째 코미디를 통해 본인들도 미처 몰랐던 매력을 발산한 이들이 재회한 것이다. 13년 동안 티격태격 우정을 쌓아왔던 동갑내기 친구, 지환과 달래.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굳이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여 틈만 나면 말싸움, 몸싸움을 이어가는 이들의 미래는 영화의 제목처럼 뻔하고 흔하다. 그러나 이 젊은 배우들은, 그처럼 친근한 이야기를 보고 싶고 궁금하게 만든다. 장난스럽게 눈을 흘리면서 스스럼없이 포즈를 취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우지 못하던 중, 문득 주변을 돌아본다. 그들을 바라보는 관계자들 모두의 눈이 마냥 웃고 있다. 함께하는 모습이 그처럼 관객을 즐겁게 하는 커플이 그리 흔한 건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각자 걸어왔던 최근의 행보를 떠올릴 때, <청춘만화>는 사뭇 의미심장하다. “젊었을 때 나의 아름다운 육체도 보여주고 액션과 카리스마와 볼거리가 있는 영화, 이를테면 <폭풍 속으로>의 패트릭 스웨이지처럼 남성적인 역할”을 탐내는 권상우에게 <청춘만화>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달려든 영화 <야수>가 기대 이하의 관객 수를 기록한 뒤 잠시 쉬어가는 지점처럼 보인다. “호기심과 도전심리로 고민 끝에 결정했으나 스스로에게 실망을 지울 수 없었던 영화 <> 이후 김하늘은 2년 가까이 스크린을 멀리했다. 동갑내기 친구와 투닥거리며 사랑을 키워가는 영화는 서른을 앞둔 여배우의 너무 쉬운 선택 같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성룡을 꿈꾸는 스턴트맨과 떨리는 가슴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 지망생으로 출연한다. 그러나 “<청춘만화>는 코미디가 아니라 멜로”라고 입을 모으는 둘은, 밝고 유쾌한 면과 함께 존재하는 시련과 아픔이 없었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색한다. 3년 전, 그저 솔직하고 마냥 발랄했던 두 사람이, 달콤함과 함께 씁쓸함이 존재하기에 청춘이 빛난다고 말하고 있다. 통통 튀는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달콤쌉싸름한 멜로 <청춘만화>의 차이만큼, 두 사람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달라진 모양이다.

액션스타를 꿈꾸는 지환, 권상우

사랑과 우정, 이래서 다르다

소꿉친구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못마땅하다. (웃음) 둘이 정말 좋아한다면 그전에 이미 연인이 됐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두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사실 나라면 안 그런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좀 더 특별한 거다. 보통 이런 질문을 하지 않나.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되는 게 가능하냐고. 친구 사이라는 건 이런 거 아닌가. “아, 나 고민거리 있어. 맥주 마시면서 상의 좀 하자.” 이성 사이에서 이런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상우와 지환, 이렇게 닮았다

지환은 세계적인 액션스타를 꿈꾸는 캐릭터다. 내가 진짜로 어릴 때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성룡처럼 액션배우가 되는 거였다. 그래서 예전에는 매일 텀블링도 하고 태권도 도장도 다녔다. 평소 내 모습과 흡사한 게 많아서 편하고 재밌게 연기할 수 있었다. 지환은 사실 누가 봐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매사에 밝고 긍정적이라 얄밉게 굴어도 용서가 된다고 할까. 나도 그렇다. 고민거리가 있다고 잠 못 자고 그러지 않는다. 에이∼씨, 하고 잔다. 다혈질이라 금방 화내지만 또 금방 풀린다. 꽁하고 뒤에서 욕하고 그러지 않고 앞에서 욕하고 앞에서 풀고. 한마디로 꼬인 데 없이 솔직하다.

또다시 청춘영화? 그래서 좋았다

<청춘만화>를 보고 권상우라는 배우가 단순히 <동갑내기 과외하기> 시절의 친숙한 이미지로 돌아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작이 <야수>였던 만큼 상반되는 역할을 맡고 싶었다. <야수>에서 바가지 머리로 변신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재밌어할까 하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으니까. 오랜만에 밝고 경쾌한 역을 맡아 연기하게 된 것이 반갑고, 팬들도 그런 내 모습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는데 이런 청춘영화를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찍은 영화다.

소심한 배우 지망생 달래, 김하늘

사랑에서 우정으로, 이래서 안 된다

사랑과 우정은 눈빛부터 다르다. 남녀 관계는 결국 종이 한장 차이가 좌우하는 것 같다. 서로 교제하는 사람이 있든 없든 친구처럼 지낼 수는 있지만, 그들이 1초 만에 연인이 될 가능성이 100%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이성친구, 물론 좋다. 나도 있었다. 여자친구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는 거랑 확실히 리액션이 다르니까 뭔가가 해소되는 느낌도 있고, 좋다. 하지만 내 남자친구에게 이성친구가 있다면 용납 못한다, 절대로. 우리 사이의 일을 그 이성친구에게도 이야기한다는 건데, 그럼 돌 것 같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관계를 공감하긴 하지만, 그 주변의 연인들이 힘들지 않나. 만일 내가 지환의 여자친구라면 둘의 관계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다.

하늘과 달래, 이렇게 닮았다

달래가 원래는 배우 지망생이 아니라 수영선수 지망생이었다더라. 남들 앞에서 떠는 것은 나와 달래가 비슷한 점이다. 사실 나는 달래처럼 버스 안에서 그걸 극복하려고 시도할 만한 용기도 없는 것 같다. 그 장면을 찍을 때는 버스 안에 모르는 분들이 나를 쳐다보면서 앉아 있는데 정말 떨리고 부끄러웠다. 오디션 보는 장면도 그렇다. 달래는 그나마 다시 한번 하게 해달라고 말할 용기나 있었지, 나는 대학입학 면접 때 7줄짜리 대사를 한줄 반만 한 다음에 까먹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덜덜 떨다가 나왔다. 음, 달래가 영화촬영장에서 쩔쩔매다가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대사로 읊고 OK를 받는 장면에서 하는 대사는 실제 내 얘기였다. 감독님께서 촬영 전부터 그 부분에서는 실제 나의 행복했던 순간을 그냥 대사로 읊으라고 하셨는데, 전날 밤까지 고민을 하다가 떠올린 것이었다.

또다시 청춘영화? 오히려 즐겼다

이 영화에서 22살짜리 대학생으로 출연하면서 앞으로 이런 걸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찍는 동안은 순수해지려고 노력했고, 굉장히 즐겁게 작업했다. 나는 이 영화가 코미디가 아니라 멜로라고 생각했고, 재미도 있으면서 이들이 큰 시련을 이겨낸다는 게 좋았다. 달래의 씩씩한 캐릭터도 좋았고. 이제는 청순이나 청승은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상우의 친구, 하늘

김하늘씨도 이제 나이를 많이 먹었다. (웃음) 그런데도 나이 표시가 별로 안 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참 순수하다. 그래서 연기를 꾸밈없이 하니까 관객에게 통하는 것 같다. 김하늘씨처럼 멜로와 코미디가 둘 다 통하는 여배우가 좀처럼 없지 않은가. 눈빛이 참 맑고 천생 여자 같다. 정말 참한 여자. 그래서 마냥 착할 것 같지만 또 자기만의 생각이 있고 자기 울타리가 강하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처음 만났을 때는 많이 어색했다. 내가 자기 틀을 깨기 전이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많이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이젠 현장에서 농담도 자주 하고 친구처럼 격의없이 지낸다. 원래 내가 누구와 한번 친해지면 눈치 안 보고 편하게 행동하는 편이다.

하늘의 친구, 상우

그때나 지금이나 촬영장에서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건 비슷하다. 당시만 해도 약간 서먹한 게 있었는데 훨씬 편해졌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나에게는 첫 번째 코미디였고, 권상우씨는 주연이 처음이어서 각자 본인의 연기와 표정을 관리하느라 바빴다. 이번에는 서로 이렇게 해보면 어때, 라며 제안도 하고, 준비한 애드리브가 있으면 미리 보여주고 함께 감독님께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아, 영화 속에서 지환이 달래의 겨드랑이털 얘기를 하면서 놀리는 장면에선 권상우씨가 대사를 덧붙여서 더 재밌어졌다. 촬영하면서도 굉장히 많이 웃었다. 평소 서로 격의없이 지낸다. 권상우씨는 나한테 나이 많다고 놀리고, 나는 이제 30대인데 철 좀 들라고 대꾸하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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