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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직후 처음으로 만난 <연애시대>의 손예진
오정연 사진 오계옥 2006-06-13

<연애시대>가 끝났다. 이별의 씁쓸함을 간직한 채 마주선 은호와 동진의 망설임을 지켜보던 지난 두달. 맹렬하게 달려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16부작 미니시리즈의 두텁고 촘촘한 결 속에서 우리는 진심으로 그들의 행복을 빌었고, 그 안에 녹아 있는 넉넉한 여백은 매 순간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것은 졸음처럼 나른한 열병이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심한 열병을 앓았던 주인공은, 평범해서 애틋한 드라마 속 인물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아닐까. 사실 남녀주인공뿐 아니라 극중 등장인물 모두를 향한 시선이 유난히 따스했던 <연애시대>는 이혼한 부부 은호(손예진)와 동진(감우성), 동진의 친구 준표(공형진), 은호의 동생 지호(이하나)를 비롯해서 심지어 엑스트라의 연기까지 빛나는 드라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배우들 중 단 한명만을 지금 이 시점에서 만나야 한다면, 이 사람이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손예진은 언제나 연애 중이었다. 그간 출연한 모든 드라마와 영화에서 숱한 연애, 그것도 하나같이 아프고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이었다. <연애시대>가 특별한 것은 그것이 진짜였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서툴게 선택하고 바보처럼 후회하면서,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비극적이거나 운명적이지 않은, 그렇고 그런 우리의 연애담. 그간 그는 아련한 첫 사람(<취화선>)이거나, 어떻게든 함께 하고픈 연인(<여름향기> <외출>)이거나, 지켜주고 싶었지만 끝내 이별해야 할 슬픈 기억(<연애소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이었다.

최근작인 로맨틱코미디 <작업의 정석>에서 의외의 코믹 연기로 웃음을 유발하긴 했으나 손예진이 명실상부한 멜로의 대명사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어떤 깨는 상황도 그녀의 완벽한 순결을 무너뜨릴 수 없었고, 그녀의 해맑은 눈물은 모든 사람을 무장해제시켰다. 그랬던 손예진이 <연애시대>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기억 때문에 헤어진 전남편을 향해 “똥쌌어?”라는 식의 무참한 핀잔을 거리낌없이 내던지고, 감미로운 사랑 노래를 부르는 중간중간 상대를 약올리고, 떠나간 사랑의 뒷모습을 견디지 못해 발작처럼 히스테리를 부렸다. 언제고 맘만 먹으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그녀가 <연애시대>에서 눈물을 보였던 것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그녀의 눈물은, 친하고 아끼는 친구의 속울음처럼 우리를 염려시켰다.

숨가쁘게 촬영과 방영을 마무리한 손예진을 만났다. 그것은 사실 <연애시대>와 함께 울고 웃었던 열혈 시청자와 미처 드라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배우의 수다에 가까웠다. 그녀의 말투며 행동거지는 그대로 은호와 겹쳐졌고, 그녀는 매번 시청자의 의견과 반응을 궁금해했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보여준 것처럼 열광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놀랍고, 드라마가 끝나갈 무렵에야 능숙해진 자전거처럼 이제 막 알게 됐는데 이별하게 된 은호와의 인연이 아쉬울 뿐이었다. 여백을 통해 더욱 많은 것을 말하는 설득의 무기를 얻었음을, 정작 본인은 실감하지 못했다. <연애시대>의 은호와 헤어진 게 엊그제 같은데, 손예진의 다음은 벌써부터 궁금하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주변에서 본인의 연기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 모두 일반인과 직접 소통할 기회는 별로 없어서 직접 듣는 건 별로 없다. 가장 가깝게 소통하는 가족의 반응이 좋았다. 아빠가 은호가 동진의 결혼식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은호가 외롭고 슬퍼 보이는 장면에서는 보고 우셨다고 문자도 보내주시고. 사실 다 끝난 이 시점에서야 내가 의미있는 드라마를 찍었다는 걸 느끼지, 찍으면서는 정리가 안 된 상태였다. 촬영 뒤에 시간을 두고 인터뷰를 하게 되는 영화는 말하면서 스스로 정리하기도 하는데, 이 자리는 드라마 이후 첫 번째 인터뷰이기도 하고.

-방송 나가는 동안 스스로 모니터를 했을 텐데, 본인의 평가는. =내가 나오는 부분을 보면서 ‘아, 내가 저 부분에서는 잘하고 어디서는 못했구나’라는 생각은 거의 못한다. 오히려 내가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재밌다는 생각을 하지. 내가 내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아직도 어색하다. 은호라는 캐릭터가 워낙 일상적인 연기를 필요로 하고, 여태까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했던 캐릭터처럼 완결된 것이 아니라서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되는 부분이 많으니까 좋아 보였던 게 아닐까. 이런 역할을 맡으면 연기를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걸 알았으니, 이런 걸 앞으로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웃음)

-처음에 어떤 식으로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나. =옐로우필름에서 뭔가 세밀하고 깊이있는 드라마를 만들 건데, 감독이 한지승 감독님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근데 손예진을 캐스팅하고 싶어한다기에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놉시스를 받았다. 이혼한 남녀의 문제를 너무 어둡거나 가볍지만은 않게 다루는 드라마가 될 거라는 설명, 근데 <파리의 연인>처럼 시청률 50%를 넘는 국민드라마는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설명을 들었다. (웃음) 나도 그 시점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괜찮은 드라마를 한편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진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워낙 정신없이 진행되니까 고민도 많았다. 드라마는 오랜만이기도 했고. 절반 정도는 사전제작이었기 때문에 오래전에 촬영을 시작했고, 감독님과도 초반에 얘기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대사나 상황에 따라서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도 많아서 쉽지는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혼한 남녀가 공짜 식사권 때문에 일년에 한번 만나는 등 처음 1, 2회의 설정들은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밌고 새로웠다. 내가 결혼이나 이혼을 해본 것도 아니고, 이혼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르지만. 은호와 동진은 아이문제로 갈등했고, 이혼에 이르기 전까지 서로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했다. 은호는 아이가 죽던 날 어디 있었냐고 묻지만 동진은 대답하지 않았을 거고, 그러면서 서로 지쳐갔을 거고, 은호는 이혼을 하자고 하면서도 설마 동진이 이혼해줄 거라는 생각을 못했고, 동진은 설마 얘가 나한테 이혼하자는 얘기를 할 줄 몰랐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선뜻 동의했고.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두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러다보니 둘이 그렇게 만나서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서로 견주면서 농담도 하고 그랬던 게 아닐까.

-그런 식의 이별 배경은 사전에 감독과 의논을 했던 건가. =그렇게까지 자세히는 얘기하지 않았다. 처음에 감독님께 동진은 왜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아이가 죽을 때 자신이 뭘 했는지 말을 안 했냐고 물었는데, 감독님은 그게 동진이의 매력이고 현실적인 모습이라고 하셨다. 아마 그는, 은호는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여잔데, 그런 여자가 이혼을 원하고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면 이혼해주겠다고 생각했을 거다.

-처음에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나. =초반부 은호에게는 코믹한 부분이 많고, 그 직전에 했던 영화가 코미디 <작업의 정석>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약간씩 코믹한 느낌으로 연기를 하게 됐다. 그게 더 재밌는 거 같고, 이렇게 하면 더 웃길 수 있을 것 같고. 근데 감독님께서 은호는 그냥 보통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초반부의 모든 에피소드들이 좋았다. 특히 은호와 동진이 노래방에서 나란히 노래부르면서 서로 말다툼을 하는 장면은 워낙 상황도 재밌지만, 둘의 호흡도 좋다. =그 장면은 투숏으로 길게 원신 원컷으로 갔는데, 원래는 각자의 단독 컷도 있었다. 근데 감우성 선배님과 얘기하길 이건 대사가 길어도 서로 반응을 주고받으면서 한번에 찍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감독님도 처음엔 고민하셨지만, 그런 부분에서 많이 의견을 반영해주시는 편이다. 그래서 편하기도 했고.

-함께 연기한 감우성과는 실제로는 나이 차이가 꽤 날 텐데. =아마 나랑 열두살인가 차이가 날 거다. 워낙 동안이어서 나도 문득 나이 차이를 잊곤 한다. 일단은 막 열연을 하지 않는 배우여서 편했다. 나도 같이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으니까. 캐릭터로서의 동진은 참 독특하다. 많은 분들이 그가 왜 유경이랑 결혼했을까 궁금해하고, 동진이는 원래 이 여자, 저 여자 다 좋아하냐고도 하시는데, 그게 남자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웃음) 딱히 남자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그런 것 같다. 유경을 선택하면서 은호나 자신 모두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후회를 하는 게, 선택 뒤에 늘 후회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감우성 선배님이 그 캐릭터의 재미있으면서도 바보 같고, 우유부단한 면 등 다양한 면모를 잘 표현해주었다.

-결론은 알고 있었나. =몰랐다. 원작이 있긴 했지만 그대로 갈지 안 갈지도 모르면서 만들어가자고 이야기를 했고, 막연히 해피엔딩이라는 걸 느끼고는 있었다. 동진이 결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 그 사실을 알고 감독님께, ‘아니아니, 그게 말이 돼요’라고 말했으니까. (웃음) ‘아니, 그러면 결혼을 해서 다시 이혼을 해요?’라고 물으면 감독님은 ‘몰라!’ 이러시고. (웃음) 그래서 춘천 가는 기차 안 장면에서는, 뭔가 연기를 더 하고 싶다고 감독님께 말하기도 했다. 절절한 대사가 있는 절절한 상황에서 절제된 연기를 하기는 쉬워도 이미 절제된 대사와 상황에서 연기까지 그렇게 하려니 힘들었다. 아직 많이 보여주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끝나는 게 아쉬웠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이를테면 은호와 동진이 다시 만나기 위해 힘들고 고통스럽게 갈등하는 애틋한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마지막 회의 뒷부분은 계속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은호의 내레이션만 깔리는데, 그런 식의 결말이 우리 드라마랑 딱 맞는 결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드라마의 결말이라는 게 워낙 말이 많으니까 나도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둘이 다시 만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는 얘긴데. =배우이기 이전에 관객으로서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어쩔 수 없다. 해피엔딩이 아니면 뭔가 찜찜하고, ‘뭐야, 이게 인생이야’ 그런 느낌이 든다. (웃음) 웃으면서 끝나는 게 좋다. 근데 감독님이 마지막 장면에 동진과 은호가 아이를 데리고 노는 장면을 찍을 때, 많이 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사실 우리가 평소에 잔디밭에 앉아서 막 웃기만 하는 건 아니잖나. 근데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런 장면에서 사람들은 굉장히 환하게 웃는다. 하지만 감독님이 이번에 은호가 졸기도 하고, 둘이서 집안 얘기, 돈 얘기처럼 서로 심각한 얘기도 하라고 주문을 했는데 그런 디테일은 굉장히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은호가 동진의 집에 가서 옛날 기억을 더듬는 장면을 보면서 정말 엉엉 울었다. 배우가 연기를 많이 보여주는 장면은 아니지만, 그 부분을 연기하면서 여러 가지 상념이 들었을 것 같다. =조금 전에 DVD에 들어갈 인터뷰를 했는데, 시청자들이 꼽은 세 장면 중 하나가 그거였다더라. 찍기 전에 생각할 때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그 장면은 은호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눈물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은호의 모습 자체로 슬픈 장면이다. 어두운 곳에서 보이는 실루엣과 주저앉는 동작이 주는 느낌 자체가 마음을 주저앉게 만드는. 나만 해도 여름밤이나 비가 올 때의 공기 같은 것을 통해서 문득문득 훅훅 느낌으로 지나가는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누구나 그렇지 않나. 그런 것을 눈물을 흘리면서 보여준 게 아니라 더 슬픈 거다.

-가장 감탄했던 장면은 15회에서 술에 취해 들어온 은호가 지호 앞에서 피클통을 집어던지면서 히스테리를 부릴 때였다. =12, 13회 찍을 때쯤 감독님께서 15, 16회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달라고 하셨다. 은호가 동진의 결혼 이후 며칠 동안은 상당히 평온하다가, 한순간에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항상 티격태격하고 재밌는 모습만 보여줬던 지호와 은호의 장면에서 엄마없이 자란 두 자매의 애틋함을 보여준다면, 동진에 대한 은호의 슬픔을 지호 앞에서 표현한다면 그게 더 슬플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은호가 술을 많이 먹고 동진의 집 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지호가 좋아하는 뭔가를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서 지호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그게 되게 찡할 것 같다고 감독님께 말했더니, 그걸 좋게 생각해주었고, 그런 장면이 나왔다.

-작가가 써준 대사를 그대로 연기한 건가. =작가가 쓴 것을 감독님이 다듬고, 또 내가 연기하면서 다듬고. 물론 은호가 “나만 왜 이래”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정해진 느낌이 있었다. 근데 감정이 격앙되다보니까 나중에는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 그래서 빼먹은 대사도 있었고. 막상 연기를 하면서도 이 장면이 굉장히 중요한데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조금 독특한 것이고, 그래서 보는 사람에게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만일 이 장면을 보고 사람들이 ‘은호가 왜 저러지’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했다. 세번인가 네번 찍었는데, 결국 감독님께서 첫 번째 테이크를 쓰셨다. 촬영할 때는 감정을 좀더 세게 하거나, 대사를 좀더 정확하게 하면서 다른 버전으로 찍어보기도 했다.

-피할 수 없는 유치한 질문을 해야 할 차례다. =대체 어떤 질문이기에. (웃음)

-본인과 은호는 얼마나 닮았나. =그런 질문은 항상 받는 질문인데 정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은호가 워낙 살아 있는 캐릭터라서 그런지 시청자도 손예진이라는 배우도 저렇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 은호는 겉으로는 강하고 털털하고 엄마 같은 여자라면 스스로는 굉장히 애라고 생각하는 면도 있고, 많이 닫혀 있는 소극적인 여잔데, 그런 건 비슷하다. 사람들은 나를 굉장히 여리고 약하게 보는데 일을 하면서는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일을 할 때는 일부러 강하게 보이려고 하지만 역시 속으로는 항상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사실 은호를 연기하면서 가장 편했던 건 예쁘게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아니,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예뻐 보였는데. =(웃음) 외모가 예뻐 보인 게 아니라 그 자연스러움이 예뻐 보였던 것 아닐까. 워낙 현장에서 추리닝을 많이 입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유독 편했다. 실제로 밀리터리 룩도 많이 선보였고. 물론 후반부에는 여성스러운 모습도 보여지지만. 그런 게 있다. 여배우가 예뻐 보여야 하는 순간. 물론 카메라나 조명을 통해 다른 분들이 그렇게 만들어주시는 거지만 스스로도 이거 예뻐 보여야 하는 장면인데, 안 그러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더라. (웃음)

-살다보면, 이 일을 계기로 내가 많이 성장했다거나 변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이 드라마가 혹시 그런 순간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끝이 아니니까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은호의 마지막 대사처럼 나라는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작품을 통해 연기가 늘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이전 작품이 없었다면 지금도 없었을 거다. 이 상태에서 다른 작품을 만나면 이번 드라마가 또 영향을 끼칠 거고. 정말 다행이었던 건 <작업의 정석> 뒤에 이 드라마를 했다는 점이다. <외출> 직후였다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작업의 정석>처럼 유쾌한 영화를 찍고 나서 내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관객이 웃는 걸 보면서 이상한 느낌이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앞으로는 보여줄 수 있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은 든다. 사람들은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만, 나는 내 모습을 사람들이 어떻게 봐주는지도 궁금하고 재밌다.

-앞으로가 중요할 텐데, 당장 차기작에 대해서 정해진 것이 있나. =당분간은 쉬려고 한다. <외출> <작업의 정석>과 이 드라마까지 쉬지 못하고 연달아 했더니 지친 것 같다. 여행도 가고 운동도 하고, 못 봤던 책도 읽고 싶다. 차기작에 대해선 천천히 생각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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