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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개장한 아시안필름마켓의 박광수 운영위원장

“매니지먼트사간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

박광수 감독은 미술대학을 나왔다. 그래서일까. 그는 ‘그림’ 그리는 데 능하다(조소를 전공했지만 그 또한 스케치가 필요한 일 아닌가). 우선,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탄생할 당시 영화제의 성격과 방향 등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는 데 큰 공헌을 세웠다. 부산프로모션플랜(PPP) 또한 그가 그린 그림의 일부였다.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그만둔 뒤에도 그는 다시 부산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영화 촬영을 지원하는 부산영상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그러던 그가 이번에는 또 다른 대형 캔버스에 손을 댔다. 한국 최초의 영화마켓인 아시안필름마켓을 창설한 것이다. 10월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 동안의 숨가쁜 일정을 마친 첫 아시안필름마켓에 관해 박광수 감독, 아니 공동 운영위원장에게 들었다.

- 첫 번째 아시안필름마켓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애초 기대했던 것만큼은 이룬 것 같다. 우선 기존의 PPP와 부산국제필름커미션·영화산업박람회(BIFCOM)이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졌다. PPP의 경우 규모를 확대했는데, 전체 미팅 수뿐 아니라 작품당 평균 미팅 수도 많아졌다. 지난해까지는 부스를 열 때 돈을 안 받던 BIFCOM도 올해부터는 돈을 받았는데, 오히려 부스와 참가업체 수가 늘었다. 부대행사로 열린 세미나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그리고 각 세일즈 부스에서 이뤄진 거래들도 활발했을 것이다. 아시아의 다른 마켓처럼 부스를 공짜로 주는 게 아니라 다 돈을 받았으니까 놀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

- 첫 행사인데도 돈을 다 받았다. = 부스를 공짜로 제공하다보면 영화사 직원들이 세일즈할 생각은 않고 놀러다니는 경우가 많다. 사실 반발도 많았다. 이제 시작하는 주제에 왜 너희만 돈을 받냐고. 그러나 한번 공짜로 주면 계속 공짜를 원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많은 업체가 참여했으니 잘했다고 본다.

- 영화 판매 계약에 대한 발표는 많지 않았다. = 실질적인 판매 계약은 아시아 지역을 상대로 해 작은 규모로 이뤄진 것 같다. 아무래도 일본 바이어들이 가장 활발한데, 한국영화가 잘 안 되니까 일단 체크만 하고 아메리칸필름마켓에서 보자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 부스에서의 상담이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 = 활발한 곳은 활발했다. 좋은 영화를 가진 곳은 아무래도 활발했을 거고 아닌 데는 한산하지 않았겠냐.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아시안필름마켓을 계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 부산영화제는 이미 PPP와 BIFCOM 등을 열면서 마켓의 성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PPP는 독립영화·예술영화의 파이낸싱과 합작을 연결해준다는 측면이 큰데, 그 폭이 좁으니까 넓혀서 국내와 아시아의 영화산업을 총괄해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토털 마켓을 지향하는 것도 있지만, 합작과 공동제작을 활성화하자는 차원도 크다. 배우 마켓이나 프로듀서 워크숍도 그 때문에 여는 것이다. 또 국내에 마켓이 있으면 국내의 영화제작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 배우 마켓을 지향하는 ‘스타 서밋 아시아’는 특이한 행사인 것 같다. = 합작을 해서 아시아 시장을 공유하려면 아시아의 배우가 다 끼어 있어야 할 것 아니냐. 그런 배우의 정보를 서로 파악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니지먼트사끼리의 교류도 절실하다. 일본의 대형 매니지먼트사인 호리 프로와 스타더스트에는 한국 배우들이 속해 있다. 한국 배우가 일본에서 활동할 때 책임져주는 것이다. 배우는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현실적으로 중요한 부분인데 그동안 마켓에서는 거론이 안 돼왔다.

- ‘스타 서밋 아시아’의 성과는 있었나. = 반응은 좋았는데 처음 하다보니 너무 일을 벌린 감이 있다. 사실, 이번에는 준비기간이 짧았다. 처음에는 생각하지 않다가 일을 해가면서 만들었고, 점점 덩치를 키웠다. 특히 배우를 선택하는 대목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내년에는 시간이 많으니까 아시아에서 보는 시각과 아시아 밖에서 보는 시각을 모두 갖고 선발할 계획이다.

- 배우들을 둘러싼 비즈니스도 활발했나. = 결국 매니지먼트 회사 사이의 비즈니스가 중요하다. 그런 매니지먼트와 매니지먼트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한국의 매니지먼트사나 일본의 매니지먼트사는 중국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에 중국 최대의 매니지먼트 업체인 청티엔 등이 부산을 찾아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 한국 감독이 일본 배우와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고, 호주 영화사에서 아시아 배우를 만나는 방법을 문의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형 에이전트 CAA는 한국 감독을 관리하겠다면서 여러 명을 만나고 갔다. 할리우드 캐스팅 디렉터들도 큰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캐스팅 디렉터들이 아시아 배우들에 대해 워낙 모르는데 그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

- 합작과 관련된 논의도 잘 이뤄졌나. = 한국 노비스엔터테인먼트와 홍콩 옥토버픽처스가 공동제작 발표를 하기도 했다. 합작과 관련된 논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이뤄졌다. 특히 오우삼의 파트너 테렌스 창, 윌 스미스와 작업했던 테디 지, <묵공> 등을 합작한 일본 이세키 사토루 등 거물급 인사가 많이 찾아왔다.

- 올해 행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으로 지적됐나. = 가장 큰 불만은 엘리베이터였다. 중앙에 있는 3대의 엘리베이터가 너무 늦게 와서 직원용 엘리베이터나 VIP용 엘리베이터도 사용토록 했는데, 무슨 사정인지 잘 안 이뤄졌다. 두 번째는 마켓 스크리닝 상영관인 프리머스 시네마가 행사장인 그랜드호텔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자동차를 이용하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데, 미팅 약속 때문인지 다들 꺼려하더라. 사실 개선하기 어려운 문제들인데, 지금부터 차분히 고민해봐야겠다.

- 내년 행사 전망은 어떤가. =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일단 아시안필름마켓을 비관적으로 바라봤던 관계자들이 새로 많이 참여할 것 같다. 일본 바이어들은 로마영화제로 많이 간 것 같은데, 내년에는 두 영화제의 개최 시기가 조정되니까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다. 솔직히 낙관적이다. 첫해 아무런 경험없이 연 것인데 이 정도 했으니, 좀더 수정해나가면 뭔가 보일 것 같다. 우선은 틀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년이면 어느 정도 길이 보이지 않을까.

- 토론토영화제와 아메리칸필름마켓 사이에 열린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 아닌가. = 일본의 대형 광고회사이자 영화사인 덴츠의 중역도 만났는데 “나는 홍콩, 부산 등 아시아만 간다”고 하더라. 자기들은 어차피 아시아영화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메리칸필름마켓에 가봐야 아시아영화는 완전히 찬밥이라면서. 아메리칸필름마켓에 가면 수천만원씩 써야 하고 또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함께 공동 운영위원장을 맡았는데, 얼마 전까지 “내년부터는 위원장을 안 하겠다”고 밝혔었다. = 이번 한번만 참여해서 틀을 만들려고 했는데,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좀더 기반이 잡힌 뒤에 그만둬야 할 것 같다.

- 연출하는 <눈부신 날에>는 어느 정도 완성됐나. = 부산에 내려오기 전 믹싱까지 끝내놓았다. 서울에 가서 기술시사를 보고 수정할 곳이 있으면 고칠 것이다.

- 스스로 생각했던 것과 비교할 때 결과물은 어떤 것 같나. =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동안 만들었던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일단 컷이 3배 이상 늘었고, 대중이 접근하기 쉬울 것이다.

- 개봉은 언제쯤 예정하고 있나. = 배급사인 쇼박스의 말로는 지금 당장은 대기 중인 영화가 많아서 내년 봄쯤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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