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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은정] 영민한 연기돌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함은정

은정은 녹음기 가까이 몸을 숙이며 이렇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티아라 은정입니다~.” 보이지 않는 <씨네21> 독자에게 아이돌식으로 인사를 한 느낌이랄까. 함은정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대표적인 연기돌로 꼽힌다. 1995년 <신세대 보고서 아이들은 몰라요>로 데뷔했고 아역배우로 활동하다가 걸그룹 티아라로 다시 데뷔했다. 최근 드라마 <커피하우스> <드림하이>에 출연하며 배우로 돌아온 함은정은 2011년 첫 공포영화인 곡사 감독의 첫 상업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이하 <화이트>)로 호러퀸에 등극했다. <화이트>에서 함은정은 자신의 직업인 아이돌을 연기한다. 메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 속에서 멤버들이 하나둘 원인을 모르는 사고를 당하고 함은정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배우와 가수라는 타이틀을 둘 다 갖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아이돌 함은정을 만나보자.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편집이 완료된 영화는 시사하면서 처음 봤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처음 본 건데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다.

-그 말은 촬영할 때는 별로 기대를 안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 =사실 조금 그랬다. 내가 그만큼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스스로 내 연기에 의문점이 들기도 했었다.

-곡사(김곡, 김선) 감독은 어땠나. =쌍둥이 감독인데 사실 두분이 현장 진행하는 건 처음 경험했다. 한분은 모니터 앞에 있고 한분은 연기 지도를 해주면서 카메라 옆에 있었다. 색다르면서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스케줄에서 촬영을 강행했는데 감독님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감독님들 특유의 느낌을 좋아했고 그걸 믿었다.

-<화이트>를 보면 아이돌의 세계가 진짜 저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적나라한 장면이 많다. =그렇게 보이기 위한 과장된 표현도 많이 있었다. 아이돌 입장에서 보면 사실이 아닌 것도 많고 사실인 것도 있고 그렇다. 어떤 영화든지 다 그런 면들이 있겠지만.

-은주라는 캐릭터는 백댄서 출신이고 나이가 많다. 초반에 다른 멤버들에게 무시당한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나. =현실에서 보면 (<화이트>에 특별출연한) 애프터스쿨의 가희 언니가 그런 캐릭터인데 요즘에는 댄서 출신이라고 비하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배경이 은주가 극중에서 무시당하는 것처럼 마이너스 요인은 아닌 것 같다.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은주라는 캐릭터도 뭔가 안 좋은 행동이나 밉상 짓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20년 이상 다르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일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나름의 정당성과 개연성도 만들었던 것 같다. (웃음)

-캐릭터 분석을 많이 한 것 같다. =(손사래를 치며) 아니다. 사실 나는 말이 안되는 걸 싫어한다. 무슨 이유라도 꼭 있어야 하는 스타일이라 처음에는 캐릭터가 이해가 안됐다. 왜 백댄서 출신이고 맏언니인데 다른 멤버에게 무시를 당해야 하냐는 얘기를 감독님과 했었다.

-티아라의 다른 멤버인 효민 역시 공포영화인 <기생령>을 촬영 중이다. 지연도 공포영화 <고死 두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에 출연했다. 이러다가 티아라 멤버가 다 공포영화에 출연하는 건 아닌가. (웃음) =우리가 무섭게 생겼나. (웃음) 사실 내가 출연했던 <고死: 피의 중간고사> 때부터 제작사에서 시나리오를 주면서 다른 멤버들도 읽어보게 했다. 어느 부분이 공포스럽고 대중의 눈으로 봤을 때 어느 부분이 유치한지를 판단해달라고 말이다. 그래서 멤버들과 시나리오를 보며 체크하고 수정도 하고 그랬다. 나도 <화이트> 시나리오를 지연이나 효민이한테 보여줬다.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고 ‘아, 이런 건 좀 이상해, 이런 건 괜찮은 것 같아’ 이런 식으로 서로 얘기를 나눴다. 우리는 서로 연기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준다.

-아역배우 출신이니까 연기에 있어서는 다른 멤버에 비해 선배 아닌가. =(에이~)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연기를 했던 경험이나 캐릭터를 많이 만나서 수월한 점은 있겠지만 어떤 캐릭터를 표현할 때 감정 경험이 중요하지 연기 경험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드림하이> 때도 그랬지만 아이돌 출신이라고 하면 연기력 논란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면에서는 연기를 잘하는 아이돌이라는 평가가 많은 것 같다. =좋게 평가해주시면 고맙다. <커피하우스> 때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그때가 아이돌 데뷔 이후 첫 연기였다. 사실 아이돌 생활하면서 연기의 감을 많이 잃었다. 그래서 너무 괴로웠다. <커피하우스>도 불안불안한 상태에서 촬영했는데 정말 열심히 했었다. 그러면서 슬슬 ‘아, 옛날에 이랬었지’라는 감을 찾았다. 처음에 연기할 때는 ‘발음이 문제네, 표정이 문제네’ 말들이 많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 역할에 정말 충실했고 감독님과 배우들과의 호흡은 최상이었기 때문에 ‘이거면 됐다’라고 생각했다. 이게 거짓이 아닌데, 캐릭터상 발음과 표정이 이런 것뿐이라고 확고하게 믿었다. 나중에는 익숙해졌다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겁이 없어진 것 같다. 내가 욕심도 있고 고집도 있는 편인데 어찌 보면 그런 논란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은주는 ‘아이돌도 일’이라는 말을 한다. 아이돌은 정말 일인가. =일이다. 그 말이 되게 아프게 들리지 않았나. 아이돌도 직업이냐고 물으면 굉장한 직업이다. 화려한 무대 속에서 준비할 것도 많고 신경 쓰는 것도 많다. 심지어 윙크 하나까지도 계산을 하고 곡 분위기에 맞게 표정이나 몸짓, 손짓을 연구한다. 그걸 3분 안에 보여줘야 한다. 힘들어도 해내야 하는 것도 있다. 회사원이나 아이돌이나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지 않을까.

-연기도 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3에도 출연한다. 연기할 때와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그야말로 리얼이다. 대본이 없다. 행선지를 모를 때도 많다. 몰래카메라 연속 같기도 하다. 원래 내 성격이 나와서 나를 아는 분들은 ‘너 너무 다 보여주는 것 아니야’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나를 잘 모르던 대중은 ‘은정이가 저런 스타일이었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말도 많고, 애교도 많고, 사람 좋아하고, 기대기도 좋아한다. 멤버들은 나를 백구라고 부른다. 나는 진짜 강아지다. 날카롭고 도도한 이미지로 아는 분들은 많이 놀라시더라.

-커플의 컨셉이 재밌다. 늘 캠핑을 다니던데. =(풀이 죽은 목소리로) 어제도 텐트 치다가 왔다.

-캠핑카를 받지 않았나. =신혼집이 캠핑카다. 캠핑카가 있는데 그 앞에 또 텐트를 쳤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오면 은주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 마지막 장면 촬영은 꽤 힘들었을 것 같다. =아니다.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다만 ‘잘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있었다. 더 망가지고 싶었고 더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고 싶었다. 그때는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던 때라서 지금 생각하면 너무너무 아쉽다. 정말 배우는 체력을 안배하는 것도 일이다. 내가 감기 하나 걸리는 것조차 무책임한 행동 같다. 모든 스탭과 장비들이 다 있는데 내가 아프면 안되는 거 아닌가. 그때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감독님께 ‘눈에 뭘 넣어서 눈알을 좀 튀어나오게 하면 어떨까요, 뇌수가 터지면 어떨까요’라고 얘기했다. (웃음) 아니면 ‘콧물 나오면 어때요, 눈물, 콧물, 침 다 나오면 어때요’ 그랬는데 그 정도로 그로테스크하게 표현은 안됐다.

-<화이트>는 성인 연기자로서의 첫 주연이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사실 조각같이 예쁜 얼굴이 아니라서 이 역할도 할 수 있고 저 역할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외모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얼굴이 장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식상한 질문이지만 롤모델이 있나. =존경하는 배우는 전도연 선배님, 하지원 선배님, 이미숙 선배님이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세분이 다 다르다. 전도연 선배님은 소녀부터 팜므파탈까지 다 해내시는 걸 보면 닮고 싶어진다. 하지원 선배님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액션과 그 성실함을 닮고 싶다. 이미숙 선배님은 어쩜 그렇게 고혹스럽고 아름다우신지 나이가 들어서도 여배우가 뭔지를 보여주는 분이라서 닮고 싶다.

-아이돌 출신인 연기자에게 항상 따라붙는 질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연기를 하게 될 것 같은데 가수와 배우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점이 있나. =일단 힘닿는 데까지는 티아라라는 그룹을 하고 싶다. 사실 연기와 노래 춤이 다르다는 생각을 안 한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연기를 하던 사람이 무대에 서면 신기하고 재밌고 판타지적인 느낌을 받으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가수가 연기를 하면 노래와 춤에서 배웠던 순발력이 도움이 된다. 그 상관관계가 정말 좋더라. 웬만해서는 두 가지를 같이 가져가고 싶다. 그래서 티아라로 활동하면서 개인 활동을 하는 지금을 유지하고 싶다.

-다음 작품으로 정해진 게 있나. =캐스팅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결정된 건 없다.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다. 티아라의 향후 활동을 보면서 결정할 것 같다. 티아라는 여름 전에 컴백한다.

-마지막 질문은 지난 <씨네21> 인터뷰(793호 연기돌 특집)에 대한 후속 질문이다. 시네마테크에 다녀왔나. =(우는 목소리로) 못 갔다. 트위터로 시네마테크 계정을 팔로우하면서 시간표를 보는데 참 애매하더라. 영화에 대한 열정은 정말 많다. 관객과의 대화가 있는 영화는 꼭 찾아가서 보는 편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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