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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 “해냈다, 끝났다, 시원하다”
장영엽 사진 최성열 2011-08-15

<최종병기 활> 류승룡

‘올해의 발연기상’이란 부문이 영화 시상식에 존재한다면 류승룡은 이미 이 부문의 강력한 수상 후보다. 표정으로 해야 할 연기를 발로 하는 것마냥 엉망이라는 뜻이 아니다. 올 한해 류승룡만큼 땅에 발을 밀착시키고 힘차게 전진한 배우는 없으리란 확신에서 하는 말이다. <최종병기 활>에서 병자호란 시절 청나라 장군 쥬신타를 연기하는 그는, 자신이 모시는 왕자를 태워 죽인 ‘그놈’을 잡을 때까지 조선 산천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사냥감을 포획하기 위해 넘어지고 구르는 걸 망설이지 않으며, 급기야 절벽까지 뛰어넘는 쥬신타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같은 인물이다.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500%였다. 내가 그랬다. 한국의 벤 존슨(캐나다 육상선수) 같다고. 숲속에서 남이를 뒤쫓는 장면을 통해 류승룡은 진정한 발연기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김한민 감독의 코멘트처럼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을 통해 중년 액션배우로의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류승룡에게 쥬신타 역할은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올해 개봉하는 그의 ‘세 번째’ 전쟁영화라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류승룡은 <평양성>의 고구려 장수로, <고지전>의 북한쪽 지휘관 역을 맡아 이미 전장에서 한철을 보냈다. 창에 맞아 죽고 총에 맞아 죽는 등 두 영화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의 비극적인 퇴장방식도 <최종병기 활>의 결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번도 갸웃할 마당에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1년 사이에 세번이나 도전하게 된 건 순전히 쥬신타라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었다. “전쟁영화를 연달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쥬신타라는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주인공 남이와 대립하는 인물로 묘사되지만 십만 대군을 이끄는 대륙의 장수이자 자기 부하들을 끔찍이 아끼는 남자이기도 하다. 그를 통해 주인공에 맞서면 무조건 악역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그들도 상황이나 주변 환경에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모국어가 아닌 만주어로 연기해야 하는 점도 도전의 일환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대륙의 언어에 감정을 불어넣기 위해 류승룡은 만주어를 한국어 대사로 바꿔 읽은 뒤 그 순간의 감성을 떠올리며 외국어를 연기했다. 그렇게 쥬신타가 되어가는 사이 체중은 6kg이 줄었고, 어색하기만 했던 변발이 자연스러워졌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는 숲에서의 복병전에 딱 알맞은 나무색을 띠기 시작했다. “숲속 질주장면에서는 정말 여태껏 살아오며 전력질주했던 모든 순간들보다 훨씬 더 많이 뛰었다. 컷이 날 때마다 쓰러져서 헉헉거렸다. 심장이 터져나가는 줄 알았다. 뛰는 장면이 상상을 초월하게 힘들었지만 덕분에 살도 빼고 더 건강해진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감독님께 감사하다. (웃음)”

<최종병기 활>의 개봉을 앞둔 지금, 류승룡은 “해냈다, 끝났다, 시원하다”의 3단계를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촬영 당시 응축됐던 스트레스와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날려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엔 정말 어려운 걸 해냈다. 배우들이 찰과상은 기본이고 기절한 사람도 있었고 절벽에 매달려 낙석 위기에 처하는 등 매일매일이 위험의 연속이었다. 나중에 영화를 다시 보면 아쉬운 점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끝났다는 기분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그런 마음이기에 아직 다음 작품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종병기 활>이 류승룡의 필모그래피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목검으로 수련을 차분히 해왔다면 지금은 진검을 조심스럽게 칼자루에서 뽑았다고 생각한다. 칼을 뽑았다면 한번은 휘둘러야지. 그 전초전이 올해인 것 같다.” 우리에겐 그의 진검이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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