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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눈빛을 바꾸다 - <공조> 현빈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7-01-10

1년이란 시간이 커다란 공백으로 느껴지는 건 기대와 반가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현빈은 2014년 <역린>을 선보였고, 2015년에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 출연했다. 2015년 가을부터 <공조> 작업에 착수했으며 지금은 <꾼> 촬영에 여념이 없다. 그 사이 ‘길라임’으로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이 뜻하지 않게 재조명됐고 연애 뉴스가 신작 소식보다 앞섰다. 작품으로는 <하이드 지킬, 나>가 마지막인 셈이어서 오랜만이란 느낌이 들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긴 공백도 아닌 것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2005)과 <시크릿 가든>이 지금의 현빈이 있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운 작품이긴 하지만 현빈을 로맨틱 코미디의 왕자님으로 기억하기엔 그간의 변신이 너무도 다채로웠다.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의 지오,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8)의 동수, <나는 행복합니다>(2008)의 만수, <만추>(2010)의 훈,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의 지석, <역린>의 정조 등 성격과 이력의 공통분모를 찾기 힘든 여러 인물들을 연기했었다. <공조>의 림철령도 그가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유형의 인물이다. 특수정예부대 출신의 북한 인민보안부 소좌 림철령은 서울로 탈주한 북한 범죄 조직의 리더 차기성(김주혁)을 체포하기 위해 남한으로 파견된다. 차기성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철령은 사적 복수와 국가적 임무를 안고서 남한의 형사 강진태(유해진)와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를 펼친다. “말보다 몸이 앞서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현빈에겐 처음이다. “새로운 연기 패턴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그를 <공조>로 이끌었다. “안 해본 것에 확신을 가질 수 없으니 두려움이 따르지만 그렇다고 도전하지 않는 것은 바보인 것 같다.” 총격 신이 등장하는 액션영화에 출연한 적 없고, 북한말을 선보인 적도 없었기에 북한말을 입에 익히고 액션을 몸에 익히는 것이 우선이었다. 북한말 선생님에게 현장 모니터를 청했고, 매 장면 북한말이 어색하지 않은지 확인하고 넘어갔다. 무술팀이 액션의 합을 짜기도 전에 액션스쿨에 나가 무술팀과 일대일 훈련을 했다. 동작을 외우기 위함이 아니라 특수부대 출신 철령이 되기 위함이었다. “(철령은) 세상에 무서울 것 없다는 듯 사람을 상대하고 액션을 소화하는 인물이 아닌가. 그래서 몸이 단단해 보였으면 싶었다. 근육량을 늘리고 덩치도 키우면서 우선 내 몸을 혹독하게 대했다. 그런 상황에선 눈빛도 달라질 테니까.” 꽤나 고단한 과정이었을 테지만 그는 “목표가 생기면 하게 된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한 것 같다”며 공부한 만큼 후회 없이 답안지를 써내려간 모범생의 답변을 들려주었다. 또한 <공조>에서 처음 만난 선배 유해진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촬영 초창기, 회식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유해진 선배님 차를 뒤따라가서 선배님 집에서 한잔 더 하곤 했 다. 나로선 처음 해보는 행동이었다. (웃음)”

<공조>의 말수 적은 철령을 연기한 이후엔 철령과 정반대 지점에 있는 말 많은 사기꾼 캐릭터로 옷을 갈아입었다. 장창원 감독의 <꾼>에서 현빈은 사기꾼 잡는 사기꾼 역을 맡아 “<공조>에서 참았던 말들을 다 쏟아붓고 있는 중”이라 한다. <역린> <공조> <꾼>까지 “편히 즐기면 좋을 오락영화”에 연달아 출연하는 게 어쩐지 그의 영화 필모그래피에선 낯선 현상처럼 읽힌다. 하지만 그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20대 때 일찍 좋은 작가님, 감독님들을 만났다. 그래서인지 예전엔 작품의 메시지를 고려하거나 의미를 지닌 작품에 더 끌렸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관객이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두 시간 동안 극장에서 편히 웃다 즐기고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한 건 없다. 연기하면서 나 또한 재밌을 수 있다면 기꺼이 새로운 도전을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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