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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위트홈' 박규영 - "지수의 욕망이 변하면 '눈물괴물'이 될 것"
배동미 사진 최성열 2020-12-31

짝사랑에 설레는 마음 대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본능이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정신병동 보호사를 짝사랑하는 간호사, <녹두꽃>에서 조선시대 개화주의자를 남몰래 마음에 품은 양반집 아씨를 연기했던 배우 박규영에게 <스위트홈>은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이다. 그가 연기하는 지수는 현수(송강)의 집 위층에 사는 베이시스트로, 괴물이 나타나자 악기 대신 야구방망이를 드는 인물.

“전작에서는 귀엽고 청순하면서도 여린 역할만 맡았다. 사실 내 안에는 털털하고 강한 모습도 있다. 그런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스위트홈>은 도전이자 기회였다.” 2015년 연세대학교 재학생 신분으로 <대학내일> 표지를 장식한 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면서 2018년 <씨네21>이 꼽은 라이징 스타로 명명됐던 그를 <스위트홈>으로 다시 만났다.

-각본을 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

=일단 원작 웹툰을 너무 재밌게 봤다. 원작은 정말 무서워하면서 봤다. 공포물을 잘 못 보는 편인데 읽기 시작하자마자 끝까지 다 볼 만큼 멈출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스릴 있어서 재밌었고 그림도 좋았다. 집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봤다. 개인적으로 지수란 인물을 매력적으로 느껴서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 정말 재밌겠다 싶었는데 맡게 돼서 대본을 읽을 때도 재밌었다. 비주얼이 중요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대본을 읽을 때 어떻게 구현될까 궁금했다.

-전작인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짝사랑하는 과정 속에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녹여냈는데 <스위트홈>에서는 괴물과 맞서는 역할이다. 어떤 매력을 가진 인물인가.

=지수는 걸크러시 매력이 있고 생존본능이 강해서 이런저런 상황에서 강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다. 동시에 마음속에 여린 부분도 있어서 주변 상황에 따라 감정을 내보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주리와는 다른 캐릭터지만, <스위트홈>에서도 작은 감정 코드가 있다. 괴물에 쫓기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어서, 마음을 확인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서로 호감을 가지는 대상은 있다.

-웹툰에서 지수는 짧은 머리인데, 드라마에서는 긴 염색 모발을 묶은 채 등장한다. 원작과 다른 외모를 탄생시킨 과정이 궁금하다.

=지수는 베이스 기타를 다루는 인물이고, 외적으로도 강해 보여야 했다. 제작진이 머리카락을 탈색하고 색감을 넣으면 좋겠다고 했고, 긴 생머리의 반 정도를 탈색한 뒤 분홍색을 입혔다. 분홍색으로 정한 건 내 의견이었다. 탈색을 처음 해봤는데 5번 탈색한 끝에 분홍색을 입혔다. 왜 핑크였나면 개성이 강해 보일 것 같았고 분홍색 머리는 꼭 한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웃음) 새로워서 정말 좋았다. 마음 같아선 머리카락 전체를 다 탈색하고 싶었는데, 촬영 기간이 길다보니 머리카락이 길 때마다 계속 탈색하려면 모발이 남아나지 않을 거란 주변의 만류 끝에 반만 변신했다.

-<스위트홈>의 세계관에서 괴물이 된 사람은 그가 가진 욕망이 크게 발현돼 기괴한 모습으로 변한다. 만약 지수가 괴물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지수는 강한 척하지만 사실 여러 가지 슬픔과 아픔을 억누르고 있는 캐릭터다. 그런 부분을 티내지 않으려고 강한 외형을 갖추고 강한 언행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수에게 숨겨진 욕망이라면 여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눈물이 아닐까. 그래서 ‘눈물 괴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계속 울면서 물을 몰고 다니는 괴물. 방금 든 생각이다. (웃음) 엉엉 소리내 울지만 지수가 힘을 발현할 때 물이 몰려오면 무서울 것 같다.

-선배 해랑과 관련된 전사를 어떻게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나.

=지수는 음악하는 사람이다. 해랑은 지수가 음악으로 같이 공감을 가장 많이 했던 사람이다. 음악이란 게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겐 배가 고픈 꿈일 수 있다. 해랑은 이런 현실에 부딪혀서 세상을 떠났다. 해랑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악기인 베이스 기타를 “이제 네 거야”라면서 지수에게 건네주고 떠난다. 그게 가장 큰 서사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지수에게 베이스 기타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수는 해랑과 야구방망이에 얽힌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는데, 이후 야구방망이가 지수에게 힘을 주는 이유는 해랑과의 추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수의 주무기가 야구방망이인 점도 다 해랑과 관계가 있다.

-베이스 기타 연주도 도전이었을 것 같다.

=베이스 기타를 처음 접해봤다. 기타 자체의 무게가 굉장했고 줄도 엄청 두꺼워서 누르는 데만 해도 힘이 많이 필요했다. 손가락도 아팠다. 하지만 소리가 좋아서 치는 재미가 있었다. 지수가 처음 등장할 때 베이스 기타를 치는 모습인데, 잘해내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3개월 동안 꾸준히 레슨받았고, 지정곡이 나왔을 때는 베이스 기타를 매일 끼고 살았다. 완곡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부분만 내가 치고 어느 부분은 대역이 하고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서 곡이 정해지고 나서는 그 곡 연주만 익혔다. 지금도 어렴풋이 손이 기억할 정도다.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바이올린을 켰지만 잘하진 못했고 그 뒤로는 다른 악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 (웃음)

-액션 연기도 해야 했는데.

=다른 배우와 합을 맞춰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온전히 내 몸으로만 보여줘야 하는 액션도 있었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스위트홈>을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액션 연기를 더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연기가 쉽지 않지만 재밌다는 걸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고립된 상황이기 때문에 후반 에피소드를 보면 캐릭터들이 점점 야위어간다. 내 캐릭터만이 아니라 단체로 그런 상황이 된다. 고립되었고, 잘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내러티브상 타당한 흐름이다. 그러는 와중에 몸도 쓰고, 피분장을 해야 했고, 춥기도 했다. 체력적으로 아주 편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품과 같이 동화되지 않았나 싶다. 후반부로 갈수록 배우들의 얼굴이 아예 달라진다. 동시음향기사님이 촬영 후반부 배우들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다가 편집하는 과정에서 1화를 다시 보고 다들 아예 딴 사람 같아서 연결이 튄다고 말할 정도였다. (웃음) 그만큼 후반부 에피소드에는 더 휘몰아치고, 다들 극한으로 몰린다.

-세트장 처음 봤을 때 어땠나.

=세트가 정말 리얼했다. 복도와 집안 등 장소가 진짜 아파트 안처럼 보여서 집중하기가 좋았다.

-특수효과가 많은 작품인데, 괴물과 대면할 때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무슨 상상을 하면서 공포에 질린 연기를 했나.

=<스위트홈>의 큰 부분은 괴물들이다. 괴물들 없이 허공에서 연기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 제작진들이 괴물 연기를 해주는 선배들이 현장에 있었다. 물론 크로마키 앞에서 허공을 보면서 하는 연기도 있었지만 괴물 연기를 해주는 선배들이 있어서 감정을 잡을 수 있었다.

-소속사 이전과 두편의 드라마 출연 등 올해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극중 배경인 그린 홈에 빗대 10층짜리 건물이 있다면 배우 박규영은 지금 몇층에 있는 것 같나.

=아직 1층. (웃음) 사실 박규영이란 이름 석자만으로 존재감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아직까지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간호사 캐릭터,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신입사원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 캐릭터보다는 배우 박규영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 하고 싶은 역할과 작품이 너무 많다. 갈 길이 멀다.

-<대학내일> 표지를 장식했을 때는 몇 층인가.

=그때는 연기자로서 무언가를 한 게 없었다. 그린홈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쓱 하고 주차한 뒤, 이제야 1층으로 온 게 아닐까. (웃음)

-배우 박규영에게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조급함이 사라지게 하는 작품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적 있다. 그에 앞서 촬영한 <스위트홈>은 어떤 의미인가.

=조급함은 배우와 떼려야 떼기 힘든 감정이다. 배우는 정해진 방향이 없고, 하나의 길로 예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 <스위트홈>의 촬영기간이 꽤나 길었다. 촬영에만 집중해야 해서 ‘이 작품 뒤에 뭔가를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조급하기보다, 지수란 캐릭터와 작품에 임하기에 급급했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노력했어야 했다. (웃음)

-배우로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출연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넷플릭스란 플랫폼의 위력을 <사이코지만 괜찮아>때 몸소 느꼈다. 해외에 있는 팬들이 많이 생겼다. 우리끼리 촬영해서 우리나라에서만 방송하는 게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솔직히 정말 좋다. 내 연기를 해외분들이 볼 수 있으니까 정말 잘 해야겠다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와 결혼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매일 본다. 근데 넷플릭스를 켜면 내가 나온다니! (웃음) 지금도 <스위트홈>이 공개되는 18일만 기다리고 있다. 18일이 되면 집에서 한번에 몰아서 보고, 또 보지 않을까 싶다.

-개인 인스타그램에 감명 있게 본 영화 스틸을 자주 올리더라. 도전하고 싶은 영화 속 역할이 있다면.

=진짜 연기해보고 싶은 건 <블루 발렌타인>의 신디(미셸 윌리엄스)와 같은 역할. 극중 라이언 고슬링과 미셸 윌리엄스는 남녀가 서로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불타올랐다가 사랑의 징표인 반지를 던져버릴 만큼 서로 변해가는 모습을 연기한다. 영화에 그 흐름이 고스란히 표현돼 있는데, 정말 우리가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감정이 사랑인 것 같은데, 표현해볼 기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를 많이 보는 것 같다.

=너무 부끄럽지만 영화를 관심가지고 보기 시작한 게 영화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공부하기 바빠서 공연이나 영화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 연기를 하면서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다양하고 볼 게 많다고 느꼈다. 오기로 보다보니까 영화가 좋아졌다. 요즘도 매일 한편의 영화를 보고 자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선배들은 영화에 대해 아는 게 정말 많고, 내가 봐야할 영화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서 얻어야 할 소스도 정말 많고... 아직까지 내가 영화를 많이 본다고 이야기하기 부끄럽다. 다만 열심히 보고 있다. (웃음)

-마지막으로 배우 박규영이 <스위트홈> 세계관에 떨어져 괴물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

=내 주된 감정 중 하나가 약한 모습을 보이기 힘들어하고 강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이 점이 지수와 비슷하다. 눈물 괴물이 되어서 물을 몰고 다니지 않을까. (웃음)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축하드린다.

=제가 씨네21 표지에 실릴지 정말 몰랐다. 2018년에 라이징 스타로 이름 올렸다. 표지로 2년 만에... 다음엔 단독으로 뭔가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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