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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2001-09-14

사실 참으로 부끄러운 기사가 얼마전 미국의 일간지 에 실렸었다. 국내 한 일간지의 짤막한 중계를 통해 정리하자면 일본 정권의 보수회귀에 한국인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문제는 한국 내부에도 있다고 분석했다는 기사였다. 한국 안의 친일세력(또는 그 후예)이 아직도 각계의 권력집단에 포진하고 있는 터라, 일제 강점기 친일행각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것. 하긴, 우리 역사교과서에 그 친일세력이 어엿하게 항일운동을 했노라고 기술되는 판이니 일본의 저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사람들이 보고 들을까 염려된다.(아마 알긴 알고 있을 것이다.)

영리한 영화 <메멘토>를 보고나서 쓴 이번 칼럼에서 우리의 고종석 아저씨는 망각을 하는 자는 “과오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그 과오를 반복한다. 그리고 망각하는 자는 늘 속임을 당한다”며 한 신문과 우리의 관계를 지적했다. 속임을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충북 옥천의 시민들이 만드는 ‘물총’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일전에 어느 대학 시간강사를 하시는 분의 소개로 뒤늦게 열어봤다. 항일민족지다, 친일언론이다 말도 많은 그 신문의 신분을 군말없이 보여주는 머릿기사나 잡지표지들을 방문객들이 따박따박 올려놓고 있었다. 그런데도 일제는 왜 그 신문들을 폐간했을까 식의 경위를 밝히는 글들도 퍼다 놓았는데, 역사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다. 아시는 분이 더 많겠지만.

그 방을 만든 ‘옥천바보’라는 분들의 1년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황철민 감독의 <옥천전투>. 광복절 전야, 영화의 주인공이라할 물총 모임에서 상영을 한다는 전갈을 들었으나 첫 관객의 자리에 앉지 못했다. 9월12일, 서울 남산의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늦게나마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인들이 ‘<조선일보> 반대 영화인 선언’을 발표하는 자리다. 영화인들은 “김대중 정권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물론 언론 개혁을 위한 순수한 노력은 아니었다”고 전제하면서도 “일제시대부터 계속된 자신들의 역사적인 과오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는 <조선일보>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충무로는 통화중’) 8ㆍ15 방북단의 문제로 남북화해의 길을 막으려는 시도가 반향을 얻는 현실을 극복해야한다는 뜻도 그 선언의 기초에는 실려 있다. <메멘토> 독법으로 치환하자면 ‘망각-속임’의 고리를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기도 하다. 기억하라, 기억하라, 이들 영화인들은 행동으로 영화를 완성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