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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01-10-19

편집자

우리의 뉴욕통신원은 테러 이후의 뉴욕필름페스티벌 취재기(32쪽 현지보고2)를 전해왔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말미에 적어보낸 특별포럼 소식에 귀가 쏠렸다. 주제가 ‘의미있는 영화 만들기: 국가적 논쟁의 시점에서 영화의 역할’이었다는데 올리버 스톤, 뉴라인 시네마의 CEO, <소년은 울지않는다>를 만든 인디영화 제작자 등이 토론자로 나선 이 자리에 청중이 무려 1천여명 가까이 몰렸다는 것이다. 영화의 운명이 그렇게 궁금하단 말인가. 그것 참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스턴트 식품을 찾듯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알제리 전투>처럼 테러리즘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참 쉽지는 않을 거야. 아이스너나 루퍼트 머독 같은 자들이 사상과 문화를 통제하고 있거든. 올리버 스톤은 우울하게 말했던 모양이다. 이전에도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었지만, 9월11일 이후 그나마 더 줄어들었어. 그래도 올리버 같은 작가는 변하지 않겠지. 정치적인 영화로 스튜디오를 설득하기가 10배는 더 힘들겠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위로했단다. 그쯤 되자 할리우드의 실력자가 개입하지 않을 리 없었겠다. 정치는 무슨 정치, 즐기자는 게 영환데.(객석에서 모든 영화는 정치적이다, 정치적이면서 재미있을 수도 있다고 반발하자) 모든 건 시장에 달려 있는 거야. (객석을 향해) 정치적인 영화가 좋수? 그렇다면 말만 해요.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화계 중앙으로 아직 진입하지 못한 지망생들도 그것을 고민했을 것이다. 우선 기록해야한다고 카메라를 들고 지붕으로 올라간 사람들이 있었고, 통신사에 ‘작품’을 팔며 내가 비극을 착취하는 건 아니냐 갈등한 사람도 있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멘트’를 기다리다, 이건 정말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카메라 전원을 꺼버린 사람도 있었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족영화특별전을 연 이란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10년 사이에 2천만 인구의 10% 이상이 피살되고 사망한 나라, 지금도 5분에 한명꼴로 죽어가는 나라. 영화 촬영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횡단하며 목격한 비극 앞에서 감독은 “영화 만들기를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증언으로서의 영화 <칸다하르>를 완성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감독이 할 일이니까. 영화는 올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감독의 아프가니스탄 보고서는 그 영화제 인터넷방 www.piff.org에 우리글로 올라 있다. 테러와 서방의 보보공격 이전에 쓴 글이니까 지금 상황은 더 참담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