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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주성철 2015-12-18

드디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봤다. 내가 느낀 여러 좋고 나쁜 지점들에 대해 이번 호 ‘허지웅의 경사기도권’이 속 시원히 써주었지만, 스포일러가 가득한 글이니 꼭 영화 관람 후 정독하시길. 아무튼 과거의 다스 베이더에 비하면 분노조절장애에 시달리는 것 같은 새로운 악당 카일로 렌부터 흥미진진했다. 츄이가 추위를 탈 때는 박장대소했고 30년 전의 배우들이 차례로 등장할 때는 눈물이 찔끔했다. 지엽적으로 파고들자면,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로 볼 때 실제 아버지 배우 브렌던 글리슨과 비교해 너무나도 다른 이미지를 가진 아들 돔놀 글리슨의 존재도 괜히 흥미로웠던 반면, <레이드> 시리즈의 이코 우웨이스와 야얀 루히안은 정말 단역이어서 우울했다. 후자의 그 둘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쌍제이, 정말 안 보는 영화가 없구나’ 하며 얼마나 흥분했던가. 벌써부터 8편에 출연하기로 한 견자단의 분량이 심히 걱정되는 바이지만, 그는 제다이로 나온다니 미리 걱정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래도 미드 <히어로즈>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던 경찰 매트(그렉 그룬버그)가 ‘병풍’으로나마 저항군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다음 시리즈부터는 그 능력을 유감없이 활용해주길.(-_-;)

어쨌거나 송년호를 기념해 말하자면, 2015년은 새롭게 시리즈를 시작한 <매드맥스>와 <스타워즈>로 한해를 시작하고 맺을 수 있게 되어 행복했다. 제목 글자 수와 구성부터 비슷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그러니까 각각 1979년과 1976년에 1편을 내놓은 두 시리즈가 새로이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연결고리가 사뭇 의미심장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의 지배 속에서 대형 트럭을 타고 사막을 떠도는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폐허와도 같은 자쿠 행성의 사막에서 부랑자처럼 고물을 주워 팔며 사는 어린 레이(데이지 리들리)가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 사막에 사는 그 두 여자는 싸움도 잘하고 의상 컨셉도 은근히 비슷하다. 내게 2015년의 이미지는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어느덧 송년호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씨네21>을 향해 ‘홍상수만 애정한다’는 외부의 시선을 모르는 바 아니다. 아마도 현재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 순위는 딱히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이 2015년의 한국영화를 향한 준엄한 평가이겠지만 ‘평론가 위주의 집계방식’이라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고 본다. 따로 <씨네21> 내부 기자들로 한정하여 한국영화 베스트5를 뽑는다면 다음과 같은 순서다. <베테랑> <한여름의 판타지아> <무뢰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그리고 <산다>. 아무튼 <씨네21>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독자들의 베스트10 집계도 해볼 생각이다. 많이들 참여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