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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NO WAR
이주현 2022-03-04

연일 우크라이나 소식에 마음이 착잡하다. 핵전쟁과 3차 세계대전이란 무시무시한 말들이 현실의 수면 위로 떠오를 줄은 정말 몰랐다. 그건 영화 속 악당들이나 꺼내는 카드인 줄 알았는데….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도시는 불타고,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는 피난민들의 행렬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마음은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을 서성이지만, 내가 사는 세상과 그들이 사는 세상은 물리적으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지금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국을 위해 자발적으로 총을 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축구 선수도, 테니스 선수도, 오케스트라 단원도 총을 들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영화인들의 안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서 <씨네21>은 우크라이나 감독들에게 연락을 취해보았다.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당신들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고, 무사하다는 말이 담긴 한줄의 글이라도 받고 싶었다. 송경원, 임수연 기자가 열심히 수소문해 감독들에게 이메일을 띄웠다.

<돈바스>(2018), <젠틀 크리처>(2017), <나의 기쁨>(2010) 등으로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은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작품상 수상작인 <아틀란티스>(2019)와 <리플렉션>(2021)을 연출한 발렌틴 바시야노비치 감독, 올해 선댄스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클론다이크>(2022)로 상을 받은 마리나 얼 고르바흐 감독, <돈바스: 최후의 결전>(2019)의 이반 타임첸코 감독, <스톱-젬리아>(2021)의 카테리나 고르노스타이 감독 등 한명 한명의 이름을 더듬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젠틀 크리처>를 2017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직접 본 경험이 있어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의 상황이 궁금했다. 외신을 찾아보니 그는 현재 리투아니아의 수도에 머물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영화와 언론을 통해 현 사태에 대해 부지런히 발언하고 있었다.

근심스러운 회신도 받았다. “그는 최전선으로 향했습니다.” 발렌틴 바시야노비치 감독의 동료가 보내온 답장이다. 최전선으로 향했다니. 카메라 대신 총을 든 것인지, 용감히 총을 든 이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떻든 감독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 멀리서나마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수밖에. 전쟁에 반대한다고 단호히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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