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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BIAF Daily > 제25회(2023) > 2023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BIAF 3호 [인터뷰] ‘울려라! 유포니엄 앙상블 콘테스트’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정재현 사진 백종헌 2023-10-22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클라나드>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등 연출하는 애니메이션마다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을 찾았다. 교토 애니메이션의 이사이기도 한 이시하라 타츠야는 2015년부터 타게다 아야노의 원작 만화 <울려라! 유포니엄>의 TV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맡고 있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키타우지 고등학교의 취주악(관악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타악기를 합하여 대규모로 연주하는 음악) 연주 동아리 소속 유포니엄 연주가 오마에 쿠미코의 고등학교 생활 3년을 다룬 청춘물이다. 올해 BIAF에 초대된 <울려라! 유포니엄 앙상블 콘테스트>(이하 <앙상블 콘테스트>)는 <울려라! 유포니엄>의 다섯 번째 극장판 영화로, 주인공 쿠미코는 취주악부의 부장이 되어 첫 업무로 교내에서 열릴 ‘앙상블 콘테스트’를 총괄 진행한다. 쿠미코는 여러 친구들을 아우르고 통솔하며 자신이 보여야 할 리더십은 무엇인지, 자신이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 <울려라! 유포니엄> 시리즈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실제 취주악기의 연주 장면이다. 연주자의 움직임을 어떻게 취재해 작화에 반영하나. 또한 마츠다 아키토 음악감독, 츠루오카 요타 음향감독과 어떤 점을 논의하는지도 궁금하다.

= 처음 이 시리즈의 연출을 맡았을 때만 해도 취주악에 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실제 취주악부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취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이 악기를 어떤 식으로 다루고 연주하지 않을 땐 어떻게 두는지를 주로 관찰했다. 음악감독과 음향감독과도 당연히 많은 의견을 주고받는다. 작품 내내 취주악이 삽입되다 보니 작품의 배경음악만큼은 취주악기 사운드를 최소화하자는 식으로 작곡 방향을 정리해간다.

- 실제 취주악기의 운지법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할 때의 난점은 무엇인가. 피치 못하게, 혹은 의도적으로 정확한 연주 자세의 구현을 포기하기도 하나.

= 실제 전공자 학생들이 연주하는 영상을 토대로 작화에 돌입한다. 솔직히 일본의 TV 애니메이션 산업이라는 게... (인터뷰에 동석한 프로듀서들을 흘깃 보며) 제작 기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제한된 시간 안에 작화를 완료해야 하는데, 관악기의 운지를 표현하는 일은 정말 품이 많이 든다. 그래서 꼭 필요한 컷이 아니라면 손 표현은 생략하는 편이다. (웃음) 물론 감정적으로 중요한 장면은 얼굴 표정 묘사에 주력한다.

- 취주악부 단원들 사이에선 크고 작은 갈등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들은 이내 단합해 하모니를 이룬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도 철저한 협업이기 때문에 작중 이야기에 공감하는 지점이 있으리라 짐작한다.

= 우리 팀은 다 큰 어른들이라 작품 속 고등학생들처럼 드러나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스탭들에게 늘 미안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우리 작품이 악기 연주를 소재로 하다 보니 상당히 세밀한 작업을 매번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탭들이 나를 귀찮아할지도 모른다.

- <앙상블 콘테스트>는 원래 원작의 2부에 해당하는 <극장판 울려라! 유포니엄: 맹세의 피날레>(2019)에 포함됐어야 하는 이야기다. 왜 독립된 장편을 만들었나.

= 원작 만화를 보면 2부의 스토리와 별도로 특별 수록된 단편들이 많다. 그 단편들 중에서 무엇을 극장판으로 만들지 고민하다 쿠미코가 처음으로 취주악단의 부장이 되는 에피소드가 극장판에 어울릴 것이란 판단이 섰다. 마침 3부에 해당하는 TV판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전 시간여유가 생긴 터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매 에피소드는 결국 쿠미코의 성장 서사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앙상블 콘테스트>의 경우 쿠미코가 끊임없이 부장의 역할에 관해 고민하는 과정이 나온다. 쿠미코가 리더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나.

=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쿠미코가 리더십을 지녔다고 본다. 그 사례가 마림바를 연주하는 츠바메와의 관계 변화일 것이다. 쿠미코는 자신감이 없어 실수를 연발하던 츠바메를 콩쿠르에 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다. 리더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을 수행한 것이다.

- <앙상블 콘테스트>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은 쿠미코와 츠바메가 함께 마림바를 운반하는 장면이다. 두 친구의 대화와 움직임 속에 서로를 신뢰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마음이 뭉클해진다. 장면의 감정선 연출과 큰 악기를 운반하는 복잡한 동선을 동시에 작화로 구현하는 일이 까다롭진 않았나.

= 그 장면을 주목해주어 정말 기쁘다. 나 역시 그 장면이 이번 극장판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한다. 츠바메와 쿠미코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공유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이 장면을 중요시하는 것과 별개로, 관객들이 이 장면을 비주얼적으로 단조롭게 여기진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동선의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 오히려 건반이 정말 많은 마림바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그리는 일이 성가셨다. 물론 그리기 가장 어려운 악기는 색소폰이다. (웃음)

- 예술가가 되기 위한 학생들의 고군분투기는 자연히 재능에 관한 담론으로 읽히기도 한다. 쿠미코는 초등학생일 때부터 유포니엄 실력이 월등했고, 레이나도 어린 시절부터 트럼펫 영재 소리를 들었다. 작품을 작업하며 예술과 재능의 관계에 관해 고민하기도 하나.

= 나는 재능이 있는 예술가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껏 평범한 사람들이 노력하면 성과를 이루는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노력이 보상을 가져온다는 명제를 맹신하고 싶다.

- 8년째 <울려라! 유포니엄>의 애니메이션 연출을 도맡고 있다. 계속해 시리즈를 연출하도록 만드는 관객의 피드백이 있었나.

= 최근 일본에서 <앙상블 콘테스트>의 상영회를 가졌다. 상영 전후 실제 고등학생 취주악단의 연주회가 포함된 상영회였다. 그 취주악단의 트럼페터가 들려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울려라! 유포니엄>을 처음 보고 트럼펫을 전공하게 됐어요!” 내가 만든 작품을 보고 나아갈 길을 정했다는 피드백들이 나로 하여금 계속 창작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 쿠미코는 단원 사사키를 보며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 성격은 과연 장점일까 단점일까” 고민한다. 당신의 답이 궁금하다.

= 질투심은 상대를 넘어서고자 하는 마음에서 발원한다. 따라서 질투심은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 반면에 질투심이 없는 사람의 삶은 정말 평온할 것이다. 그래서 장점인지 단점인지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당사자인 사사키는 지금처럼 동글동글한 성격으로 남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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