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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스페이스] 김혜리의 랑데부: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
김혜리 남선우 정리 배동미 2022-06-10

비디오 에세이스트로서의 감각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매주 목요일 또는 금요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https://twitter.com/i/spaces/1yNGaYvvjwdGj?s=20)

<애프터 양>

김혜리 @imagolog 오늘 이야기 나눌 영화는 코고나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프터 양>입니다. 이 영화를 두세번 보면, 인간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영화가 아니라 쌍방의 동경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은 기억의 가치를 인간보다 더 잘 아는 안드로이드의 능력을, 안드로이드는 데이터만이 아니라 진짜 감각을 동반한 기억을 하는 인간을 동경하죠.

김혜리 @imagolog 코고나다 감독이 그리는 미래는 로봇과 복제인간, 그리고 호모사피엔스인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주인공 부부 제이크(콜린 패럴)와 키라(조디 터너스미스)는 중국인 딸 미카(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를 입양했는데, 딸이 뿌리와 단절된 채 자라나는 걸 원치 않아 문화적 배경을 일깨워줄 안드로이드 ‘컬처 테크노’를 구매해요. 이 컬처 테크노의 이름이 양(저스틴 H. 민)인데요. 아시안처럼 생겼고 중국 문화와 역사에 관한 지식이 저장돼 있어 미카에게 설명해주는 게 기본 기능이에요. 부부는 양을 발전한 태블릿이라고 생각하고 딸에게 사줬을 수 있죠. 그러던 어느 날 양이 작동을 멈추게 됩니다. 이후 펼쳐지는 여정의 주인공은, 양이 아닌 양의 흔적을 따라가는 제이크가 돼요.

김혜리 @imagolog 제이크는 테크노 사피엔스를 연구하는 학자가 제공한 디바이스로 양의 몸속 메모리 폴더를 열어보죠. 그리고 기계라고만 생각했던 양의 여러 차례 삶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코고나다 감독이 보여주는 양의 기억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조각이에요. 우리는 그 조각들을 모아 추론하게 됩니다. 코고나다 감독은 타인의 작품에서 에센스를 추출해내는 비디오 에세이스트로서의 감각을 기억 장면에서 여실히 증명해요.

김혜리 @imagolog 이 영화는 미묘한 뉘앙스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은근하게 전해요. 구상을 다 보여주지 않고 빙산의 일각만 살짝살짝 드러냄으로써 보는 사람이 완성할 수 있도록 해놨죠. 예를 들면, 테크노 사피엔스는 공산품인데 인류가 테크노 사피엔스를 다 이해하지 못해 연구를 하고 있어요. 감정이나 기억 등 인간이 설계하지 않은 진화가 테크노 사피엔스 안에서 일어났다는 걸 추정할 수 있죠.

김혜리 @imagolog 영화엔 차 문화가 등장하고 부부가 라멘을 먹고 있는 모습이 나와요. 미래를 그린 영화에서 동양적 요소가 나오는 게 드문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할리우드 미래 영화에서 아시아 문화는 서구의 첨단 도시를 불균질하게 만들어왔어요. 나쁘게 말하면 메인은 백인 문화인데, 지저분하고 원색적이고 방탕해 보이는 아시안 스타일이 영화에 들어왔었죠. <애프터 양>에서는 아시안 스타일이 지배적인 의식주 양식으로 보여요.

김혜리 @imagolog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코고나다 감독과 같은 아시안 아메리칸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았나 싶어요. 양은 중국 차에 관한 많은 팩트를 데이터베이스로 갖고 있지만 제이크가 느끼는 맛과 온도에 대해선 알지 못하죠. 그래서 양은 진짜 기억을 갖고 싶다고 해요. 미국 사회에서 아시안 아메리칸은 아시아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받지만, 당사자에게 아시아란 윗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지식이고 팩트처럼 느껴질 수 있잖아요. 양이 무엇이 나를 중국인으로 만드는 걸까 질문하듯, 아시안 아메리칸은 아시안의 몸과 아시아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만, 그게 나를 아시안으로 만드는 걸까, 나는 충분히 아시안인가, 아니면 부족한 아시안인가, 백인들의 눈으로 볼 때 지나치게 아시안인가를 질문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코고나다 감독은 양쪽에 소속되지 않는 느낌을 양의 대사로 보여준 것 같아요.

<애프터 양>과 함께 보면 좋을 작품

<영원과 하루>

남선우 @pasunedame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원과 하루> 속 주인공 노인 알렉산더는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직감하고 있어요. 그는 시인이에요. 그래서 오랫동안 완성하고 싶었던 시어들을 찾아 나섭니다. 내면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물리적으로도 여행해요. 플래시백이 다수를 차지하는 영화는 얼마나 천연덕스럽게 인물에게 쌓인 데이터를 관객에게 공유하는가에 따라 몰입이 좌우되는데, <영원과 하루>는 기분 좋게 천연덕스럽다고 느껴져요. 알렉산더와 동행하는 소년은 알바니아 난민이에요. <애프터 양>에서처럼 직접적이지 않지만, 알렉산더는 소년과 이방인으로서의 감각을 말하죠. 어린이와 발맞춰가는 영화라는 점도 <애프터 양>과 연결돼요.

<트리 오브 라이프>

배동미 @somethin_fishy_ 테런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를 떠올린 건 몽타주 때문인데요. <애프터 양> 속 양의 눈, 즉 카메라에 기록된 푸티지들처럼, <트리 오브 라이프>도 비슷하게 과거를 회고합니다. 대신 안드로이드의 눈이 아닌, 주인공 잭의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 몽타주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이에요. 동적인 카메라 무빙도 특징이에요. 주관적인 회고여서 기억의 조각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요. 예를 들면 잔디밭에 나란히 누운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리는 이미지 같은 걸 그리죠. 쫓기듯 주인공의 서사를 따라가지만 소진되는 느낌을 들게 하는 영화들이 많은데, <트리 오브 라이프>는 삶의 어느 순간, 기분과 정서로 남은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힘을 가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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