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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소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촬영감독 박홍열을 만나다 ①
남선우 사진 백종헌 2022-06-24

박홍열의 카메라는 아직 할 말이 많다

정동길로 자리를 옮긴 서울아트시네마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바통을 넘겨받아 6월 한 달간 이창동 전작전을 이어갔다. 신작 단편 <심장소리>를 포함해 일곱 작품을 상영한 이 기획전은 두 건의 토크 행사(각각 이창동 감독, 오정미 작가 진행)와 하나의 마스터클래스(이창동 감독, 조선희 작가의 대담), 한 편의 강의를 동반했다. 그리고 6월14일 <심장소리> 상영 후 나타난 강사는 이창동 감독이 아니었다. 그는 이창동 전작 리마스터링 작업의 슈퍼바이저이자 알랭 마자르의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을 촬영한, 무엇보다 이창동의 최신작 <심장소리>의 카메라를 든 박홍열 촬영감독이었다. 홍상수와 아홉 작품을 찍었고, 김태용의 단편 작업들을 비롯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작 <원더랜드>에도 참여한 촬영감독 박홍열은 신인 문소리(<여배우는 오늘도>), 김초희(<산나물 처녀>) 감독과도 초심을 나눴다. 그 자신이 다큐멘터리 감독이기도 한 박홍열은 25년째 굵직한 이름들과 신선한 이름들을 오가며 카메라로 말 걸기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스크린과 객석 사이에 책상을 펼친 그는 이창동 감독의 <심장소리>를 시각화하려 골몰했던 얼마간을 회상했다.

<심장소리>를 체험시키기

<심장소리>

“카메라 들고 뒤로 잘 뛸 수 있어?” <심장소리> 시나리오를 건넨 이창동 감독이 박홍열 촬영감독에게 던진 첫 질문이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심장소리>는 30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 내내 뜀박질하는 아이의 얼굴에 밀착해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엄마가 걱정된 철이(김건우)는 교실을 빠져나와 담을 넘고, 죽은 새를 쓰다듬고, 아파트 이웃들을 스친다. 꾹 닫힌 현관문을 뒤로하고 옆집 창을 통해 베란다를 건너간다. 이 아스라한 액션을 좇은 화면은 마치 편집을 거치지 않은 양, 원신 원컷의 착시를 불러일으키며 한 호흡으로 맺어진다. 어린이의 박동을 따라 달린 카메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창동 감독님은 <심장소리>가 빤한 영웅 서사라는 말씀을 했습니다.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 유혹에도 빠지고, 수수께끼도 푸는 거죠. 그런데 감독님은 왜 원신 원컷을 시도했을까요? 이 영화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찍어졌어요. 영화가 사라지고, 극장이 사라지는 시대잖아요. 스크린X, 4DX 또는 화려한 VFX가 보여주는 기술만이 영화적 체험이라 규정되는 지금, 감독님은 영화 그 자체의 힘으로 관객을 체험하게 만들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관객 분들도 <심장소리>를 보며 아이의 긴장을 함께 느낄 수 있지 않으셨나요? ‘의자를 뒤흔들지 않아도, 거대한 아이맥스 화면이 없어도, 단지 영화만으로 극장이 체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질문 하는 작품이 <심장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심장소리>

박홍열 촬영감독은 그 답을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맡은 영화적 매개가 리얼타임의 원신 원컷, 와이드 클로즈업이라 말했다. 전자는 히치콕의 <로프>를 원형으로 삼는데, 최근에는 <버드맨> <1917>의 촬영기법으로도 알려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카메라가 원테이크라는 마술을 연기하며 사건의 한 가운데로 관객을 유혹한다는 것. <심장소리>에 주문을 걸어야 했던 박홍열 촬영감독은 사실 이 영화가 열 네 컷으로 이루어져있다고 밝혔다. 연속되는 클로즈업은 촬영팀이 어린이의 눈높이(eye level)에 맞춰 카메라를 움직이는 훈련도 필요로 했다. 어른의 배 위에 마스킹 테이프로 아이 얼굴을 그리고 찍거나, 손으로 커피 트레이 들고 뛰는 모습을 가까이서 찍는 등 갖은 테스트 촬영이 있었다고.

두 시간 가까이 <심장소리>와 이창동 영화의 촬영미학을 들려준 그에게는 아직 할 말이 많아 보였다. 2년 간 이창동 감독과 동행하며 영화에 대한 고민이 한층 깊어졌다는 고백 또한 뱉은 그였다. 오랜만에 제작·연출한 다큐멘터리이자 <심장소리>와 마찬가지로 올해 전주에서 공개된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첫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촬영작인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에 대해서도 듣고 싶었지만 밤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무대를 내려오며 “영화는 짧은데 말이 너무 길었다”라며 멋쩍어한 그에게 강의 다음 날 대화를 청했다.

*본 기사는 <'심장소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촬영감독 박홍열을 만나다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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