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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끄는 대만의 괴담·기담
김수영 정리 이다혜 2022-07-25

올여름 한국 관객 찾아온 대만의 장르영화들

공포영화 <주>부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이었던 <곡비> <복신범>까지

“최근 대만의 영화산업은 그야말로 장르영화 붐이다.” 7월17일 막을 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아시아권 담당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최근 10년 동안 양적으로나 소재적으로 대만의 장르영화가 굉장히 풍성해졌고, 특히 신진감독들의 활약과 성장이 도드라진다”라고 대만영화의 경향을 설명했다. 대만영화를 흥행 면에서 보면 국내뿐 아니라 대만 내 관객에게 여전히 청춘 로맨스물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대만의 신인감독들은 소재와 장르를 경계 없이 확장해나가며 이전 세대 감독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

최근 몇년 동안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 <반교: 디텐션> <여귀교> <종사> 등 대만의 공포영화는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대만 영화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영화 박스오피스 상위 10위권 안에 대만영화가 3편이나 포함되어 24.4%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는 오랫동안 대만에서 미국영화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나머지 30%를 대만, 한국, 일본 등 아시아영화가 나눠왔던 관행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코로나19로 할리우드영화의 개봉 시기가 미뤄진 탓도 있지만 대만 내 다양한 장르와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이 양적으로 늘고 있고 관객 역시 이에 호응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대만영화들이 내적으로 기반을 다지고 외적으로 확장하는 데에는 영화 창작자들의 활약뿐 아니라 대만문화콘텐츠진흥원의 역할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창설된 대만문화콘텐츠진흥원은 대만 문화부 산하기관으로 콘텐츠 개발지원 투자기금, 국제 공동제작기금 등을 마련하고 대만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는 데 힘을 쏟는 기관이다.

<곡비>

눈에 띄는 대만의 장르영화들

대만영화의 활기는 10편의 대만영화가 상영된 올해 부천영화제와 넷플릭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7월 첫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세계 순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 <주>는 올해 대만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공포영화다. 6년 전 천씨 가문의 땅굴에 발을 디뎌 저주를 받은 주인공 리뤄난은 자신의 저주로부터 딸을 지켜내야 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린 파운드 푸티지의 활용은 호러영화에서 익숙하게 봐온 연출 방식이나 집이라는 사적이고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경험하게 만들거나 금지된 대상을 몰래 엿보는 장치로 여전히 유효하다. 케빈 코 감독은 자신이 경험한 인터넷 문화를 영화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는데 유튜버의 고해 영상, 게시판의 댓글, 행운의 편지 등의 요소는 어느 나라 관객이든 저주와 금기라는 공포의 근원이 우리 삶 가까운 곳에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잔혹하고 끔찍한 광경이 나온다기보다 심박수와 불쾌감을 서서히 높인다.

올해 부천영화제의 화제작이었던 <곡비>는 팬데믹 호러를 다룬 좀비 고어물이다. 폭력 수위가 상당히 높아 관객 사이에 ‘부천영화제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영화’라는 소문까지 돌며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빠르게 매진됐다. 변종 바이러스가 창궐해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서로 살육한다는 줄거리는 여타 좀비영화와 비슷하지만 무지성으로 움직이던 기존의 좀비와 달리 <곡비>의 좀비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간의 내재된 폭력성과 살인 욕구를 극한으로 발현시킨다. <곡비>와 함께 ‘아드레날린 라이드’ 섹션에서 상영된 <복신범> 역시 대만의 색다른 장르영화다. 알 수 없는 폭발 사고로 버스에 탄 승객이 전원 사망한다. 그 가운데 납치 용의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정부는 사형수 몸에 용의자 5명의 뇌액을 주입해 기억을 되살리는 신기술로 사건을 수사한다. 법과 도덕의 가장자리에서 진실을 추적하는 SF영화는 대만의 유명 TV시리즈 <Wake Up> 감독으로 대중성을 인정받은 샤오 아오자류가 연출했다. <연못괴담>은 사고로 기억을 잃고 누명까지 쓴 10대 소년 치앙 샤오위가 연못에 빠져 사고 전날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 하루를 좇으며 앞으로 일어날 사고를 막아야 한다. <마신자: 빨간 옷의 저주>로 범죄와 서스펜스를 능란하게 다루는 솜씨를 한껏 발휘한 청 웨이 하오의 장기는 <연못괴담>에서도 돋보인다. <연못괴담>과 함께 ‘메리 고 라운드’ 섹션에서 상영된 <청춘시련>의 호위딩 감독도 대만이 주목하는 감독 중 하나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혼자가 된 유팡은 부모의 친구 집에서 자란다. 그 집에는 온라인 세계와 현실을 뒤섞어 인식하는 아들 밍량이 있다. 유팡은 대낮 기차역에서 복면 쓴 남자에게 기습을 당하는데 알고 보니 밍량이 벌인 일이었다. 이날 하루는 유팡, 밍량, 모니카의 시점으로 다시 이야기된다. <청춘시련>은 어떤 순간에는 결코 알 수 없는 일을 뒤늦게 납득하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복신범>

<몬몬몬 몬스터>의 흥행 이후

90년생 감독 레오 리우의 단편영화 <키보드 워리어>에서도 인터넷 문화의 흔적이 보인다. 싸움에 휘말린 소년 잉홍은 주먹을 내지르다 발목을 삐끗해서 미끄러진다. 그 엇나간 주먹에 사람들이 우르르 쓰러지는 장면이 녹화되어 인터넷에 퍼져나간다. 유튜브에서 독학으로 쿵후를 익혀온 잉홍은 이 영상 하나로 단숨에 ‘쿵후맨’이 된다. 타격감 넘치는 액션 연출과 적재적소에 스마트폰 프레임의 활용이 돋보이는 이 단편영화는 유튜브 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정체성을 다룬 이야기다. 꾸준히 호러물을 만들어온 대니 팡 감독도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소재로 택했다. ‘매드 맥스’ 섹션에서 상영된 <유령의 핸드폰>은 스마트폰을 통해 복수하는 유령과 그녀의 복수를 돕는 대가로 인기를 얻는 VJ 이야기다. 소재나 방식은 새롭지 않지만, 불운한 사람과 불행한 유령의 연대와 관계성이 돋보인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온오프라인 상영 모두 막을 내렸지만 넷플릭스에서 <주>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나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로 잘 알려진 구파도 감독은 스릴러 <몬몬몬 몬스터>로 흥행을 기록했고 그해 부천영화제에서 국내 팬들을 만난 적이 있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몬몬몬 몬스터>의 성공 이후 대만에서 계속 장르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 수차오핑이 미스터리물 <더블 비전>이나 SF영화 <실크>를 들고 나왔을 때는 이례적이고 희귀한 사례라고 여겼지만 구파도를 비롯해 이후의 젊은 감독들은 <비정성시>보다는 장르영화를 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과 대만에서의 압도적 흥행을 딛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주>의 화제성을 떠올리면, <비정성시>의 뒤를 잇는 동시에 장르적으로도 혁신적인 영화를 대만에서 볼 날을 기대하게 된다.

<키보드 워리어>

Taiwan Creative Content Agency (TAICCA)

https://en.taicca.tw/

대만 문화부 산하 기관으로 2019년에 창설된 Taiwan Creative Content Agency( TAICCA)는 대만 문화 콘텐츠의 산업화,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한 독립행정법인 이다. TAICCA는 국제 공동제작기금, 콘텐츠 개발지원 투자기금등의 산업진흥 플랜을 준비하고, 민간업체와 함께 공동으로 대만 문화 콘텐츠를 서포트, 해외발신에 힘을 쏟고 있다. 드라마, 영화, 음악, 출판, 애니, 게임, 코믹, 패션 디자인에서 문화 테크놀로지 응용까지, 다양한 대만의 문화 콘텐츠를 지원하고 보급하여, 비지니스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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