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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미혹', 저주 같은 의심으로 묵묵히 엄습해오는
정재현 2022-10-19

교회 목사인 석호(김민재)와 그의 아내 선우(박효주)는 사고로 아들 한별(송하현)을 마을 저수지에서 잃었다. 석호는 회개를 이유로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 이삭(박재준)을 입양하기로 하고, 아직 참척의 고통에 잠겨 있는 선우도 결국 이에 동의한다. 입양 후 선우는 이삭에게 마음을 열어가지만 마음 한켠의 꺼림칙함을 좀처럼 떨치지 못한다. 이삭의 옷엔 온갖 부적들이 기워져 있고, 이삭이 선우에게 죽은 한별이 보이고 느껴진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귀신을 보는 교회 신도 영준(차선우) 또한 한별이 보인다고 말하자 공포가 선우를 엄습해온다.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받아들인 세 남매에게도 이삭은 공포의 대상이다. 이중 맏이 주은(경다은)은 특히 이삭에게 적대적이다. 여러 가지로 혼란한 선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별의 죽음에 다른 가족 구성원이 관여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미혹>의 서사가 공포를 추동하는 방식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의심’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공포의 근원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의심의 향방은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관계에 균열을 낸다. 의심에서 비롯된 공포는 영화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동화 <피노키오> 모티프나 석호의 예배 설교 등을 통해 확장되기도 한다. 이처럼 <미혹>은 영화가 기조로 삼는 하나의 감정을 여러 방향으로 변주하고 교차하며 이를 영화 후반까지 균일한 함량으로 유지해가는 우직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의심의 한가운데 선 인물은 선우인데, 배우 박효주는 가족과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떨칠 수가 없어 공포에 예속되어가는 선우를 인상적으로 연기해낸다. 영화가 제공하는 비극의 가짓수에 비해 몇몇 설정이 수습되지 않은 채 영화에서 종적을 감추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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