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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애니메이션의 마법
이주현 2022-10-28

지난 8월 장자크 상페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애니메이션 <꼬마 니콜라>가 올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초청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자크 상페와 꼬마 니콜라라는 그 이름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홍차와 마들렌이 매개하는 마법처럼 단숨에 그의 책들에 빠져 있었던 10대 시절의 기억을 불러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속 깊은 이성 친구> <파리 스케치> <뉴욕 스케치> 등 그의 단순하고 무심한 선들은 파리의 낭만적 풍경을 조밀하게 묘사할 때도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소동을 해학적으로 그려낼 때도 종이 위에서 미끄러지듯 춤을 추며 생명력을 분출했다. 보는 이의 입꼬리에 흡족하게 미소를 걸게 만들었던 그 선들의 생명력을 애니메이션 <꼬마 니콜라>에서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영화를 보았다. 뱅자맹 마수브르, 아망딘 프리동 두 감독이 공동 연출한 <꼬마 니콜라>의 각본엔 르네 고시니의 딸인 안 고시니가 참여했고, 제작 당시 생존해 있었던 장자크 상페는 전체 애니메이션 자문을 맡아 애니메이션에 원작자의 숨결을 담았다. 그림책 <꼬마 니콜라>의 주인공이자 영화의 진행자 역할을 맡은 ‘꼬마 니콜라’는 화판 위에서, 타자기 위에서, 피아노 위에서 자신을 탄생시킨 두 작가들(장자크 상페, 르네 고시니)에게 “당신들은 어떻게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게 되었나요”라고 명랑하게 질문을 건넨다. 원작과 원작자에 대한 애정을 눌러 담은 <꼬마 니콜라>는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시공을 초월한 만남을 통해 영화 내내 따스하고 먹먹한 감동을 자아낸다(영화와는 무관한 얘기지만, <렉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데생 작가로서의 첫 시작에 관한 질문에 장자크 상페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첫발이 아니라 첫 헛발이겠죠?” 해학 데생 작가의 재치란!).

지난 주말 부천에서 애니메이션이기에 허락된 세상의 매력을 듬뿍 느끼고 돌아왔다. 이번호엔 <꼬마 니콜라>의 뱅자맹 마수브르 감독을 비롯해 지난해 장편부문 대상 수상작인 <남매의 경계선>의 감독이자 올해 심사위원장으로 부천을 찾은 플로랑스 미알레 감독, 도에이 애니메이션에서 30년 넘게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꼬마 마법사 레미>, <디지몬> 시리즈 등을 성공시킨 세키 히로미 등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인기 성우 아이바 아이나의 인터뷰는 인터뷰 후기까지도 상큼해서 기억에 남는다. 이른 오전 인터뷰에도 완벽한 의상과 표정과 태도로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는 아이바 아이나는 “사람들을 웃게 하는 일”의 행복을 얘기하며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에게도 미소 테라피를 선물했다고 한다. 다들 지치고 힘들 때 맘 편히 도망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세계 하나쯤은 마련해두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성큼 다가온 11월에도 웃을 일이 많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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