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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5회 서울동물영화제 집행위원장 임순례 감독, 단편경쟁 심사위원 배우 김효진②
이자연 사진 오계옥 2022-11-03

김효진 배우와 로사, 임순례 감독과 라도 그리고 벨리(왼쪽부터).

동물권과 환경 문제가 트렌드로 떠올랐다는 포인트가 아주 중요하다. 이 사회가 ‘무엇을 멋있게 여기는지’ 이야기할 때, 이제는 사회문제를 인지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임순례 훨씬 움직임이 세세해졌다. 카라가 ‘사지 말고 입양합시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15년쯤 되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당연한 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너무 과도한 판가름은 옳지 않다. 인플루언서나 셀럽이 반려동물 사진을 SNS에 올리면 펫숍에서 분양해온 것인지, 유기견을 데려온 것인지 구분하며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 개인의 사정이 있을 텐데 단면만 보고 비난하긴 어렵다. 다만 대중의 도덕적 잣대 중 동물권과 관련한 기준이 새롭게 정착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길고양이, 강아지 학대 사건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가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임순례 오로지 유행으로만, 또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만 실천하면 반드시 부정적인 결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동물권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과 배움에서 출발해야 한다. 영화는 근본적으로 반성과 성찰을 부른다. 꼭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책을 통해서도 깨우칠 수 있고,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나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영화는 감독의 철저한 의도에 따라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생각할 여지를 준다. 동물 복지에 관해 나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공고하게 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효진 나도 동물을 좋아하니 동물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결정적으로 실천으로 옮기게 된 것은 책과 영화를 통해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이면을 봤을 때다. 나의 사회 참여가 얼마나 시급한지 알 수 있었다. 이면이라는 게 불편할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을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강한 변화가 생겨난다. 동물에게 연민을 품는 이상으로,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사유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동물영화제의 슬로건은 ‘The Animal is a Key’다. 우리 사회에 동물이 어떤 의미를 전하고 어떤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하나.

임순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요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바로 기후 문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우 동물들이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이러스의 매개가 되었다. 이 말은 이제는 생태 변화에 동물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인간의 생활양식이 일으킨 기후변화로부터 영향을 받는 동물들은 결국 인간의 문제로 돌아온다. 이번 슬로건 역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동물들의 평온한 삶이라는 의미고, 그렇기 때문에 인류가 겪는 문제에 동물이 중요한 열쇠라는 의미기도 하다.

이번 서울동물영화제를 잘 즐길 수 있는 팁을 알려준다면.

임순례 올해 편수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으로 선정한 마튼 페지엘 감독의 <에브리띵 윌 체인지>는 30~40년 뒤, 인간의 이기심으로 모든 동물이 멸종한 세상을 상상한 작품이다. SF적 장치가 무척 흥미롭다. 어린이를 위한 작품들도 준비돼 있다. 폐막작인 <멍뭉이>는 김주환 감독 작품으로 유연석, 차태현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귀여운 강아지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또 <꿀꿀>이라는 마샤 할버스타드 감독의 애니메이션도 훌륭하다. 소시지를 만드는 집안의 손녀가 채식을 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귀엽고 톡톡 튄다.

김효진 꼭 동물에 관심이 있지 않아도 영화를 좋아한다면 잘 맞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에게 늘 공생의 중요성이나 함께 사는 삶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이지만 학교에서 공부로 터득하기는 어려운 영역이다. 그래서 자녀가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나이대라면 온 가족이 함께 방문하면 어떨까. 영화를 다 보고 이야기를 나눠도 좋겠다.

여성, 환경, 동물, 아동… 사회적으로 관심이 필요한 다양한 소재의 영화제가 이어져오고 있다. 이런 다양성이 축제의 자리에 반영될 때 우리 사회는 어떤 힘을 키울 수 있을까.

임순례 사람들은 자기만의 개성이 드러난 생활방식을 추구한다. 그에 따라 나 혼자 멋진 삶을 누리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물론 그 지점들도 중요하지만 개성과 가치관을 지키면서도 사회를 이롭게 하고 다른 생명과 공존할 수 있는 패턴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의 삶에서 동물이 어떻게 빠질 수 있나. 먹는 것과 입는 것, 보는 것과 함께 사는 것까지 모든 분야에 그들이 존재한다. 사회적으로 절실하고 시급한 문제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제가 유연한 연결 고리가 될 거라 믿는다.

김효진 직접 겪지 않으면 그 심각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기후위기가 그렇다. 최근 2~3년 동안 홍수, 가뭄, 장마 등이 극심해지면서 그제야 피부로 느끼는 이들이 많아진 듯하다. 우리는 꼭 이런 일이 발생해야만 문제를 체감할 수 있을까? 영화는 직간접적인 경험을 주기 때문에 그 시간차를 최대한 줄여준다. 우리가 어느 경계선에 와 있는지 점검하게 하고 당장 실천할 것들을 알려준다. 이런 자리가 더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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