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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넥트’ 정해인, “좋은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
송경원 2022-12-14

정해인은 리액션의 배우다. 스스로 빛을 발하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는 그만큼 이목을 끈다. 반면 주변과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그에 맞는 리듬을 선보이는 리액션은 자칫 ‘받쳐주는’ 연기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리액션은 상대를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호흡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내가 아닌 우리, 개인이 아닌 작품. 상대를 관찰하고 작품을 파악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정해인의 연기는 그래서 연기가 아닌 작품 그 자체가 된다. 역설적으로 정해인 배우의 이런 특질은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이 되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커넥트>의 동수는 모든 장면에 있지만 모든 장면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동수는 관객과 작품을 연결하는 최상의 통로로 거듭난다.

-<커넥트>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초자연적인 힘으로 서로 다른 두 남자가 연결된다는 소재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전반적으로 톤이 무거워 어둡게 다가오기도 한다. 원작이 있기 때문에 이미지를 잡기 어렵진 않았다.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어 술술 읽은 데다 장르물의 대가인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이 연출을 맡는다고 하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악의 교전> <크로우즈 제로> 등 감독님의 작품을 워낙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감독님에게 왜 나를 캐스팅하셨는지 여쭤봤더니, 내가 나온 작품들을 보고 이 배우가 무조건 해주었으면 해 요청했다고 말씀하셨다. 감사하고 신기한 일이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일본 감독님이라 현장에서 소통의 어려움이 없었는지다. 나 역시 시작할 때 걱정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경험해보니 언어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란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에겐 시나리오와 콘티라는 명확한 지도가 있었고, 현장에서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분위기다. 오히려 중간에 통역이 있었기 때문에 더 좋은 부분도 있었다. 처음엔 통역을 거쳐서 어떤 말을 하는지 듣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통역을 해주기 전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먼저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말이 아니라 의도와 감정을 파악한다고 해야 할까. 내용적인 부분은 시나리오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보니 서로의 감정과 반응을 살피는, 언어 바깥에서 교감하는 시간이었다.

-감독님과의 첫 화상 미팅에서 안심을 시켰다던데.

=전적으로 믿고 따르겠다고 말씀드렸다. 진심이기도 했고 서로를 격려하기 위한 다짐이었다. 감독님 외에는 다 한국 스탭이다보니 외로우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힘을 드리고 싶었다. <커넥트>는 분량이 많고 역할의 비중도 높아서 스스로도 정신 무장이 좀더 필요했다. 작품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당연히 시나리오지만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느냐가 항상 중요하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다는 설렘만큼이나 고경표, 김혜준 배우처럼 좋은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좋았다.

-주인공임에도 홀로 활약하고 도드라지는 것보다 조화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 문득 <한산: 용의 출현>의 박해일 배우가 “다른 배우와 캐릭터들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되고 싶었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말씀만으로도 영광이다. 박해일 선배님은 존경하는 선배님이자 닮고 싶은 배우다. 현장 작업은 하나의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한다. 악기마다 다른 소리를 하나의 앙상블로 만드는 게 즐겁다. 밴드로 비유하자면 나는 리드 기타보다는 베이스가 되고 싶다. 전체의 톤을 잡고 묵직하게 깔아주면 그 위에서 통통 튀는 다양한 개성들과 하모니를 만드는 재미가 있다. 고경표 배우는 정말 스펙트럼이 넓다. 어떤 역할이든 거기에 맞게 표현을 한다. 현장에서는 늘 재치 있고 재미있는 친구인데, 그런 여유와 작품을 대하는 태도까지 배울 점이 많다. 김혜준 배우가 맡은 이랑은 3화까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가 4화 이후부터 작품 전반의 키를 쥐는 인물이다. 이런 미스터리한 인물의 존재감을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훌륭하게 해냈다.

-동수는 초재생이라는 강한 능력이 있음에도 움츠러드는 인물이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루한 영웅’이다.

=<커넥트>는 다크 히어로, 안티 히어로물과는 다르다. 동수는 능력이 있지만 그걸 활용할 줄도 모르고 대단한 힘도 없다. 초반에는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받는데, 3화까지는 동수의 고통 퍼레이드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전체적으로는 고통으로부터 끊임없이 달아나던 인물이 점차 고통에 적응하는, 달리 말하자면 둔감해져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고통에 시달리던 남자가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남자와 연결되어 점점 다가가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고통 퍼레이드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이 정해인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 중 하나가 눈으로 그런 감정들이 투명하게 표현되는 배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직접 들어본 적 없는데, 이렇게 전해 들으니 신기하다. 고통의 미묘한 결을 다르게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공을 들였다. 단지 고통의 종류가 다른 걸 넘어서 점점 둔감해지는 상태도 표현해야 했다. CG 연기는 정해진 틀에 맞추는 게 아니라 그 반대였기에 그리 어렵진 않았다. 내가 자유롭게 표현하면 감독님이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주셨고, 거기에 맞춰서 CG가 더해졌다. 덕분에 생생한 표현들이 가능했던 것 같다.

-현장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베테랑2> 출연을 결심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맞다.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작업을 할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믿는다.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애정도 깊어진다. 류승완 감독님이 나라는 배우를 아껴주고 진심 어린 애정을 보내주셨다. 나 역시 감독님의 팬으로서 애정하고 존경한다. 물론 작품을 하면서 부딪치기도 하고 충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밑바닥에 서로에 대한 진심을 깔고 있는 한 좋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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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