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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넥트’ 김혜준, “과장된 외면에 슬픔을 묻고”
이자연 2022-12-14

김혜준의 특별한 이력 중 하나는 각기 다른 작품으로 세번의 신인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미성년>으로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십시일반>으로 2020 MBC 연기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구경이>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의 영예를 안았다. 세번이나 ‘신예다움’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책임감과 두려움을 해사한 웃음으로 이겨내는 그를 보며, 캐릭터의 의문스러움과 의뭉스러움 사이를 경계 없이 오가는 그만의 자유로움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디즈니+ <커넥트>에서 김혜준은 이랑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자기만의 탄력성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조이길 거듭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김혜준 배우에 대해 “순진무구해 보이지만 미스터리함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 특징은 <커넥트>의 이랑과도 닮아 있다.

=감독님이 나를 보신 것처럼, 나도 이랑을 비슷하게 해석했다. 시나리오에 이랑은 평범해 보이지만 깜찍한 구석이 있고, 어딘가 모르게 서늘한 느낌을 준다고 묘사돼 있었다. 나도 이랑이 일상 속 인간관계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사회성도 뛰어난 듯 보이지만 혼자 있을 때 유독 생각이 많고 찜찜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해했다. 이런 양면성을 유연하게 잘 보여주고 싶었다.

-촬영 과정에선 의사소통이 무척 중요한데 감독과의 언어적 장벽이 우려되지는 않았나.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조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스탭이 일본어를 할 줄 알았고 현장에 동시통역사가 항상 함께했다. 상대적으로 일본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물론 언어의 시차가 생기는 핸디캡은 어쩔 수 없었다. 감독님의 말씀이나 요구를 바로바로 캐치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로 인해 더 끈끈해졌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눈빛만 봐도 감독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멀리서 걸어오실 때부터 ‘왠지 이 부분에 대해 디렉팅을 해주실 것 같은데?’ 하고 짐작하면 대부분 맞았다. 우리 모두 커넥트돼 있었다. (웃음)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어떤 유형의 지휘자라고 생각하나. 함께 호흡을 맞춘 과정이 궁금하다.

=감독님은 머릿속에 구체적이고 정확한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에 가깝다. 촬영을 하다보면 혹시 몰라 여분으로 찍어두는 컷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런 게 전혀 없다. 예를 들어 풀숏을 찍을 때 한컷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여분 컷을 더 촬영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감독님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하면서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의심하지 않는다. 강한 결단력 덕에 배우와 스탭 모두 촬영 과정이 불안하지 않았다. 퇴근도 빨리 할 수 있었다.

-탈색부터 독특한 의상까지, 스타일링이 눈에 띈다. 이랑의 어떤 성향을 반영했나.

=자기만의 취향이 확고하고 남의 시선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남들은 이상한 패션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랑은 그 독특함을 자기만의 개성이라고 여긴다. 사실 이 과장된 치장은 슬픔과 고충을 숨기려는 이랑의 의지를 보여준다. ‘평범하지만 조금 특이한 애’라는 수식어에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이고 싶은 욕망이 담겨 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이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많이 제시해주셨다. 색채가 다양했으면 좋겠다, 백화점에서 살 수 없는 옷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별난 조합을 완성하면 좋겠다 등 구체적인 의견을 더해주셔서 지금의 이랑이 완성되었다.

-CG 비율이 높은 작업은 처음이라 CG 연기를 하면서 배우들끼리 웃음을 참기도 했다고. 그런 낯섦을 어떻게 극복했나.

=컷 하면 현실로 돌아오니까 살짝 현타 같은 게 오기도 했다. (웃음) 막상 CG 장면을 촬영할 땐 나를 포함해 미이케 감독님, 카메라감독님 등 모두가 그 세계에 몰입하고 완전히 빠져들어 있지만 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겐 어색하게 보였을 거다. 이 격차가 커서 초반엔 CG 연기가 조금 어려웠다. 아직 구현된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상상으로만 연기하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소극적으로 임했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게 뻔했다. CG 연기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나지만, 일을 잘 수행하지 못했을 때의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것도 나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전력을 다했다.

-액션 장면을 소화해야 했다. JTBC 드라마 <구경이>에서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는 액션을 유려하게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어떤 액션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구경이>의 이경이는 어딘가 미숙하고 어설픈 전투력을 보여줬다. 이경이가 주먹을 날려놓고선 아파하는 현실적인 모습과 허점을 강조했다면, <커넥트>에서는 제대로 과감한 액션을 보여줘야 했다. 준비할 때만 해도 ‘내가 이걸 어떻게 하지?’ 하며 걱정이 컸는데 촬영 현장에서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잘 마칠 수 있었다. 이랑이 되어 잘 싸워내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킹덤>에서 K장녀로서의 중전, <미성년>에서 어른들의 문제를 헤집어놓는 청소년, 그리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타인을 징벌하는 <구경이>의 연쇄살인마까지. 이전에 볼 수 없던 낯선 설정의 캐릭터를 맡으면서 인물의 유형이 다양해지는 변화를 몸소 경험했다.

=연극영화학과에서 공부할 당시와 비교하면 확실히 새로운 캐릭터를 다채롭게 만나고 있다. 그래서 응원도 많이 받았다. 기존에 보기 드문 설정이고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시원하게 쏟아내는 캐릭터였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인물의 다양성이 중요해졌다는 걸 확실히 체감한다. 남성 캐릭터도 거친 모습과 잔혹함을 내세우기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고, 여성 캐릭터도 수동적이지 않고 야망을 과감히 드러낸다. 배우로서 개성과 특징이 다양한 인물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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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