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해외통신원
[파리] 홈메이드 우주선으로 우주 정복하기

니콜라 지로 감독의 <아스트로넛>

1912년 2월4일.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을 가진 청년 재단사 프란츠 레이첼은 박쥐를 모델 삼아 손수 제작한 윙슈트를 입고 에펠탑에서 몸을 던진다. 그는 1분30초간 이어진 비행(이라기보단 추락) 끝에 즉사했고, 두명의 파테사 카메라맨이 이 순간을 촬영해 프란츠의 죽음은 이카로스와 함께 종종 거론되는 불후의 명성을 얻는다.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동력 비행기 제작에 성공한 지 거의 10년이 흐른 뒤 벌어진 일이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같은 인물들이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민간 우주 여행을 현실화하고 있는 오늘날, 나무로 불을 때는 시골집 경운기 창고에서 손수 제작한 우주선으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이가 있다면?

유럽 우주국 비행사 선발 시험에서 아쉽게 낙방한 짐(니콜라 지로)은 항공 엔지니어로 일하며 직장에서 몰래 빼돌린 부품으로 할머니(엘렌 뱅상)의 농장에서 동네 친구(브루노 로셰)의 도움을 받아 비밀리에 아마추어 유인 우주선을 제작한다. 짐은 전직 우주 비행사 알렉산드르(마티외 카소비츠), 천재 수학 소녀 사야코(아유미 루)의 합류로 이 광기어린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한다. 우여곡절 끝에 발사 준비를 마친 짐의 우주선은 내부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 짐은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 작품의 힘은 우주를 배경으로 만든 대형 할리우드영화의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아닌 관객이 프란츠 레이첼의 윙슈트만큼이나 황당하고 짐의 계획을 진짜로 믿고 지지하도록 이끄는 치밀한 이야기 전개, 그리고 우주를 향한 짐의 순수한 욕망을 다분히 현실적 재료를 통해 시적으로 시각화해나가는 연출력에 있다. 니콜라 지로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인 <아스트로넛>은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 이후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거의 제작하지 않는 프랑스영화계에서도 낯선 존재다. 뤽 베송 감독이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를 시도한 적은 있지만 흥행 참패로 이어졌고, 이후 내놓을 만한 프랑스 작품은 없었다. 그렇기에 젊은 프랑스 감독이 막 발사한 이 로켓의 앞으로의 행로가 더 궁금해진다. 감동적 결말이 인상적인 <아스트로넛>은 2월15일 개봉해 한창 승객을 맞이하는 중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