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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울메이트’ 김다미, “파도 속에서, 담담하게”
김소미 사진 오계옥 2023-03-07

아무렇게나 막 자른 머리, 뛰어다니느라 얼굴에 맺힌 땀, 태양빛을 받아 더 새까맣게 빛나는 커다란 눈동자. <소울메이트>의 미소(김다미)는 꼭 제주에서 나고 자란 아이 같다. 긴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섬 자락을 헤치고 다니는 배우 김다미가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자유로워 보여서다. 그러나 미소는 사랑에 약한 엄마를 따라 도시를 이주하는 일에 익숙한 소녀로, 제주에서 하은(전소니)을 만나 처음으로 정착의 꿈을 꾼다. 영화 <마녀>(2018)를 위해 돌연 태어난 듯한 생경함과 그에 반하는 강력한 존재감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던 김다미는, 신중히 선택한 영화 차기작 <소울메이트>에서 만연한 웃음기 속에 여울진 내면을 담담히 새겨넣는다. 미소는 어딜 가나 이방인인 동시에 어디에 있든 그곳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고, 그것은 어떤 옷도 태생적인 것처럼 소화해내는 배우 김다미의 무구함에 힘입은 바가 크다.

-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그 해 우리는>이 차례로 반향을 일으켰지만 영화로는 <마녀> 시리즈 이후 개봉하는 첫 작품이다. 장르 색이 강한 캐릭터로 데뷔해 일약 주목받은 터라 차기작 선택에 고민이 많았을 텐데.

=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릴 때부터 실은 되게 하고 싶었다. 안생(=미소, 주동우)은 처음에 눈여겨볼 수밖에 없고, 칠월(=하은, 마사순)은 다시 볼 때 그의 시점이 부각되면서 마음이 아파진다. 두 캐릭터 모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서 둘 중 누구라도 이처럼 매력적인 인물이라면 꼭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 미소의 어떤 점에 끌렸나.

= 보기와 달리 마냥 자유로운 아이가 아니라는 거? 혼자 자기 생존을 도모하면서 아픔이 많은 사람인데 그걸 있는 그대로 밖에 꺼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아무렇지 않게 밝게 웃거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막 행동해버리거나 상황을 망치기도 한다. 그 괴리가 마음 아프면서도 매력적으로도 다가왔다. 그리고 미소와 하은은 다른 점이 많아 보이지만 실은 닮아 있다. 민용근 감독님이 소니 언니와 내게 자주 했던 말도 두 사람의 다른 점 안에 곧 닮은 점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자유로워 보이는 미소 안에는 하은처럼 안정적인 삶에 대한 갈망이 있다. 어린 시절엔 스스로 그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드러내지도 못하지만, 이후의 삶이 대신 보여준다. 재니스 조플린처럼 27살에 죽고 싶다는 말이 마냥 진심은 아닐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 제주에서의 10대 시절, 서울에서 혼자 생활비를 벌면서 그림을 그리는 20대 초,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20대 중반 등 확연히 구분되는 시기별 외양의 디테일들이 돋보인다. 말하자면 김다미의 3단 변신 같은. (웃음)

= 10대부터 30대까지 연기해야 한다는 게 도전이었고, 한편의 영화에서 긴 세월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소울메이트>를 꼭 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의상, 헤어, 메이크업 모두 고민이 참 많았던 작품이다.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제주도에서는 내 몸도 저절로 옷에 맞게 펄럭거리듯 움직였다. 의상의 힘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반면 부동산 일을 할 때 미소는 자기답지 않은 치마와 블라우스를 입고 짙은 매니큐어를 칠하고 나온다. 이때의 미소만 생각하면 마음이 유독 짠하다. 어떻게든 살고 싶은 마음이 느껴져서.

- 평소엔 과묵하고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카메라 앞에선 스파크가 터지는 부류의 배우 같다.

= ‘액션!’ 이후의 세계가 내게는 가장 재미있다. 카메라 안에서 무언가에 ‘들리면’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통과할 때도 있다. 그리고 카메라 안에서만큼은 일단 그게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 해봐도 된다는 생각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평소에 가만히 쉬다가도 그렇게 현장에서만 받아오는 에너지가 있다.

- 데뷔작으로 일약 주목받은 신인의 차기작 징크스를 거뜬히 이겨냈다. <소울메이트> 이후 배우 김다미의 새 지향점이 있을까.

= 어릴 적 처음 배우를 꿈꿀 때부터 거창한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 연기를 가장 좋아하고 다른 것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기왕이면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었고, 그래서 만약 정 안되면 언젠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마녀>로 신인상을 받은 이후에 누군가가 소감을 물어보면 답하기가 어려웠다. 아직 모든 것이 당면한 현실로 와닿지 않아서 얼떨떨할 뿐이었다. 몰아닥친 새로운 일들과 감정을 곰곰이 돌아보기도 전에 나는 이미 다른 자리에 서 있고 계속 일을 하고,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더라. 지금 돌아보면 그게 벌써 5년 전이다. 얼마 전 대전에서 촬영한 <대홍수>는 사소한 감정의 결이 중요한 <소울메이트>와 반대로 굉장히 거대하게 몰아치는 사건 속에 들어가 그 안에서 반응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 둘을 모두 겪고 나니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경험으로 나아가야 할지 새삼 어렵게 느껴진다.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게 무엇일까, 요즘 스스로에게 많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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