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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클로즈’, 내밀하고 고요하게 지켜보는 두 소년의 사랑
김소미 2023-05-03

벨기에 어느 시골 마을, 곧 수확을 앞둔 꽃밭을 달리는 <클로즈>의 소년들은 마치 유년의 정점에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축복에 휩싸여 있는 것만 같다. 레오(에덴 담브린)와 레미(구스타브 드 와엘)는 매일 한뼘씩 자라나는 몸과 영혼의 뒷면까지 공유하는 사이지만, 여름방학이 끝나면 이 관계가 여지없이 시험에 처하고 말 거라는 사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안다. “너희 둘 사귀는 사이야?” 동급생의 힐난 섞인 물음에 레오는 즉각 부정하고 레미는 침묵한다. 한번도 서로의 친밀함을 정의하거나 의심할 필요 없었던 유일한 세계는 이제 젠더 규범과 동성애 혐오라는 미묘한 사회적 압력에 짓눌리면서 서서히 균열을 일으킨다. 레오가 공포에 질려 관계로부터 달아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레미는 동요하고, 분노하고, 달려들고, 마침내 사라지기로 한다.

장편 데뷔작 <>에서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루카스 돈트 감독은 <클로즈>에서도 고요한 동시에 매우 내밀한 카메라워크로 배우의 표정과 몸짓이 프레임 안에 생동하게 한다. 떨리는 맥박마저 화면에 옮긴 것 같은 섬세함으로 관객의 심장을 파고드는 그는 두 번째 영화를 통해 감정 연출의 젊은 마스터임을 확실히 입증한 듯싶다. <클로즈>의 가장 훌륭한 점은 관객이 자발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 일관된 절제력일 것이다. 후반부에 나오는 극적이고 노골적인 순간에서조차 침착하게 기다리는 이 영민한 연출가는, 우리가 스스로 무장해제되어 애통해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다만 바로 이런 정교함으로 인해 <클로즈>라는 비극은 그 전개와 절정, 느슨한 봉합에 이르기까지 영화 역사 속 훌륭한 전범들의 유려한 총합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소년의 절대적인 유대와 사랑이 두려움, 거부, 파국으로 치닫도록 한 구조에 대한 치열한 인식 역시 관객의 몫으로 남았다. 너무나 진실하고 아름다운 한편 다소 ‘모범적인’ 수작 <클로즈>는 1991년생 감독 루카스 돈트의 더 깊어진 어둠과 밝은 미래 모두 기꺼이 기다리게 만든다. 제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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