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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삼사라’ 로이스 파티뇨 감독, 눈을 감고 떠나는 영화적 모험
이우빈 사진 백종헌 2023-05-12

올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선택은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삼사라>였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란 전주영화제가 직접 제작·투자한 국내외 독립·예술영화 신작을 매년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10주년을 자축하듯 <삼사라>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스 부문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2013년부터 단편·장편영화 상영과 더불어 특별 전시로 전주영화제와 연을 맺어온 로이스 파티뇨 감독은 “창작자가 꿈꾸는 새로운 영화의 형식, 언어를 자유로이 보장받은 기회였다”라는 소회를 남겼다.

<삼사라>는 ‘눈을 감고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러던 중 로이스 파티뇨 감독은 티베트 불교의 ‘바르도’를 알게 됐다. ‘바르도’란 생과 사의 중간에 있는 세계를 뜻한다. 그렇게 그는 ‘바르도’를 눈 감고 체험하는 영화를 구상했다. 눈 감아도 인지되는 섬광의 연속과 청각적 자극을 통해 사후세계로의 여정을 구현한 것이다. 영화의 중반부, 자막의 안내에 따라 관객은 15분 동안 눈을 감고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 “새로운 영화언어, 그로부터 발견하는 새로운 세계의 모습이란 언제나 나의 최우선 목표다.”

그 후의 중요한 작업은 영화의 로케이션을 찾는 일이었다. “바르도와 연관 있는 불교권 국가 중에서도 내가 사는 스페인과 물리적, 문화적으로 먼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곳은 라오스였다. 또 라오스와 지형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대비되는 제2의 장소로서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섬을 택했다. “생과 사를 넘어 인간과 자연, 동물이 연결된다는 영화의 내용을 위해 연결 지점의 극단을 명확히 대비해주는 두개의 장소가 필요했다.”

<삼사라>는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인간의 감정, 대화, 활기가 영화의 중요한 동력이다. 가령 <붉은 달의 조류>에서 인간의 움직임을 아예 멈추기도 했던 것과 비교되는 방식이다. “비디오아트, 현대미술 작업부터 영화까지 자연과의 관계를 통한 예술의 새로운 방식을 탐구했다. 그러나 이번엔 사람, 사람들이 속한 지역사회의 문화와 더 깊게 교류하고 그들의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라오스, 잔지바르섬 주민들과 함께 지냈던 몇달간의 경험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식이 <삼사라>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 이에 더해 한 문화권 내에 사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인생 고민까지 드러내고 싶었다. 그러나 다분히 인간 중심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염소의 시점숏을 사용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등 동물과 자연의 존재감 역시 강하게 표출하려고 했다.”

앞으로 서사 중심의 내러티브 영화에 더 집중할 것이냐는 질문에 감독은 “두 길을 모두 걷고 싶다”라고 답했다. 한쪽은 이전 작품들처럼 형식적이고 이미지 중심인 컨셉추얼 필름, 다른 쪽은 이야기가 명확하고 인간의 감정이 녹아 있는 휴머니즘 필름이다. 지금 준비 중인 두개의 작품 역시 하나는 일본의 한 묘지에서 촬영한 이미지 중심의 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전작 <시코락스>의 연장에서 찍은 이야기 중심의 영화다. “영화 만들기에 어떤 제한을 두고 싶진 않다. 새로운 도전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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