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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익스트림 페스티벌’ 김홍기 감독, 손익분기점을 넘겨 2편을 만들고 싶다
이우빈 사진 최성열 2023-06-08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지역 축제 ‘연산군 문화제’를 만드는 언더도그들의 종잡을 수 없는 코미디물이다. 축제 대행사 사장 혜수(김재화)와 대표 상민(조민재)이 소동의 중심이다. 여기에 출세 욕심만 내는 인턴, 돈만 밝히는 지역 극단, 일자리 못 구하는 코미디언 등 온갖 하이에나가 모여 먹잇감을 노린다. 김홍기 감독은 단편 <중성화>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진출하고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각본에 참여하며 코미디 작가로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인터뷰 도중 부지불식간에 개입하는 성대모사와 말재간이 그의 실력을 재차 입증한다. 한편으로 그는 독립 영화인으로서 자의식을 진중하게 녹여내며 <익스트림 페스티벌>을 하나의 메타 영화로 주조해내기도 했다.

- 지역 축제를 꾸리려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마치 독립영화 만들기에 관한 메타 영화처럼 보인다. “지역 축제는 엉망진창인 맛에 보는 거다. 그런 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는 거다”란 대사는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성격을 명확히 대변하는 것 같다.

= 거짓말하면 안되니까 솔직하게 답해야겠지. (웃음) 맞는 말씀이다. 사실 지역 축제의 체계나 본질을 진지하게 고찰하기보단 하나의 소재로 삼은 쪽에 더 가깝다. 애초부터 독립영화를 주제로 상정해서 시나리오를 썼다. 메타 영화의 성격이 작업 공정의 기반에 있었던 셈이다. 예전부터 독립영화 감독, 독립 영화인이 되고 싶었다. 그런 사람들처럼 전주국제영화제에 가서 진창 술도 먹고 싶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영화에 관한 영화를 다루게 됐다. 특히 젊은 작가 래오(박강섭) 역엔 내 모습이 강하게 투영돼 있다. 아직도 내가 예술가나 작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기에 관한 개인적 고민을 담았다.

- 공공기관의 지원 없이는 창작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는 지역 극단이 등장한다. 이런 현상 역시 영화 제작 현실의 비유로 느껴진다.

= 그것도 맞다. (웃음) 사실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기 전 한창 철없을 때는 국가 복지에 다소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직접 서울시 청년 지원금의 수혜자가 되고 영화진흥위원회 제작 지원을 받고 보니 생각이 싹 바뀌었다. 정말 필요한 제도이고 예술인들에겐 감사한 기회다. 래오도 초반엔 지원금만 노리는 지역 극단을 비난하지 않나.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예술가들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정종 문화제를 준비하면서 정종의 본명조차 모르던 혜수, 상경의 욕망만 챙기려던 인턴 은채(장세림)처럼 모든 인물이 점차 축제 만들기에 진정성을 갖게 된다.

- 주연 4인방인 김재화, 조민재, 박강섭, 장세림 배우를 섭외한 후 영화를 준비했다. 배우들의 모습이 캐릭터에 많이 투영되었는지.

= 사실상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준비 과정 자체가 일종의 메타 픽션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배우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배역에 담겨 있다. 먼저 <중성화>에서 겪은 김재화, 조민재 배우의 케미가 워낙 좋았기에 같은 이름, 같은 관계의 인물로 끌고 와서 확장했다. 장세림 배우는 내 연기 제자였다. 신인배우로서 겪었던 고충이 은채라는 사회 초년생 역할에 그대로 투영됐다. 또 축제 사회자 김멸치 역의 김윤배 배우도 친한 학교 후배다. 가끔 연기 영상을 나에게 보내줬는데 “평소엔 잘하는데 이 배역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라고 단호하게 말해줬을 정도로 친하다. (웃음) 그러면 무난하고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는 답이 온다. 그러곤 “그래서 내가 이 위치에 있는 거”라고 덧붙이더라. 이런 대화가 공채 출신인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하는 김멸치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 코미디에도 슬랩스틱 코미디, 블랙코미디, 데드팬 코미디처럼 여러 하위 분류가 있다. 하지만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어떤 코미디라고 규정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 사실 이건 내 연출력과 지배력의 한계다. 원래 각본을 쓰며 생각한 건 평소 좋아하는 해외영화들처럼 아주 시니컬한 블랙코미디였다. 그런데 찍고 나니 생각보다 한국적이고 드라마틱하면서 따뜻하더라. 아마 배우들에게 많은 부분을 맡기면서 작품의 성격이 변한 것 같다. 주연뿐 아니라 조연 배우도 모두 나와 함께 연극을 했던 친구들이다. 알아서 잘해줄 거란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도 너무 훌륭했다. 많이 배웠다. 축제가 망하게 될 상황에서 혜수가 멸치에게 “뭐 보여주실 거 없으세요? 공채시잖아요”라고 할 때 멸치가 “전 원래 공채가 아니라 잡챈데용~” 하는 장면이 있지 않나. 그것도 원래는 그냥 평범한 대화였는데 분장실에서 머리를 싸매더니 이렇게 연기하더라.

- 대사 코미디의 리듬을 적확하게 살려낸 촬영, 편집도 눈에 띈다. 콘티 제작 및 실제 촬영 과정이 궁금하다.

= 촬영은 전적으로 이성국 촬영감독님의 공이다. 독립영화계에선 워낙 베테랑인 분이라 13회차 만에 투 캠 촬영을 일사천리로 끝내셨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정성일 평론가님이 했던 (성대모사를 하며) “사실 영화란 카메라로 찍는 것입니다”라는 말씀이 자주 떠올랐다. 예전엔 대사만으로 웃기면서 내 각본 실력을 과시하고 싶었는데 숏의 효과나 연기 연출에 흥미가 생기는 중이다. 콘티는 내가 만들었다. 콘티 작가를 쓸 여윳돈이 없어서 스팀의 시네 트레이서란 프로그램을 애용했다. 8만8천원 정도 한다.

- 차후 창작 계획이 있다면.

= 손익분기점을 넘겨서 <익스트림 페스티벌> 2편을 만들고 싶다. 같은 인물이 나오고 이야기가 완전히 이어지는 속편으로. 국내 독립영화계에선 이렇게 확실한 시리즈물이 없지 않나. 시리즈화로 얻어지는 파급력이나 메시지, 또 다른 재미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요즘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워낙 많으니 내가 작품 만들 기회는 10~15년 안에 줄어들 것 같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만들고 싶은 작품들을 얼른 찍고 나서 양평이나 가평 가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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