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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6: 사라지지 않는’, 환상통처럼 사라지지 않는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다

어느덧 정전 70주년을 맞이했지만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폭력과 죽음의 현장을 제 발로 직접 뛰어다니고 제 손으로 직접 매만지며 역사적 상흔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목표는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아 유족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 발굴단원들의 여정을 4년간 동행한 허철녕 감독의 다큐멘터리 <206: 사라지지 않는>에서 206은 인간을 구성하는 뼈의 개수를 의미하는데, 애초 희생자들의 206개의 온전한 뼈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그 역설에서 비극이 극대화된다. 나이도, 사는 곳도, 직업도 제각각인 이들은 어떻게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일까. 이는 십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5년, 국가기관으로 출범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1기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문제를 조사하며 유해 매장지를 찾고 유해를 발굴하는 등의 활동을 했지만, 여러 외부 요인으로 인해 2010년 활동을 종료한다.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위원회의 전직 조사관들 및 유족들과 함께 2014년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을 결성한다.

영화는 2019년 세상을 떠난 김말해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말해 할머니는 감독과 밀양 송전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밀양, 반가운 손님> <말해의 사계절> 등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한국전쟁기 보도연맹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말해 할머니는 남편의 유해를 찾으러 간 매장지 발굴 현장에서 수북이 쌓인 뼈 뭉치를 보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영화는 그런 할머니의 풍경을 함께 대면해보려는 자세로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의 여정을 좇는다. 지난하고 고된 유해발굴 작업은 “발견되지 않아서 죽을 수도 없었”던 이들의 삶과 죽음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영화는 보이지 않더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환상통’과 같은, 시대의 비극과 아픔을 직시하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제44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었으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비프메세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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