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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석도이기에 가능한 액션을 짠다, ‘범죄도시3’ 허명행 무술감독
이우빈 2023-06-22

“흥행 예상했다.” <범죄도시3>의 흥행 추이를 언급하자 허명행 무술감독은 주저 없이 답했다. 그는 <범죄도시> 시리즈 1~3편의 무술감독이자 개봉 준비 중인 4편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시리즈의 고락을 함께해온 그에게 <범죄도시>는 ‘마석도’(마동석 분)와 등치시킬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그러니 그가 생각하는 시리즈의 성공 비결 역시 마석도에게서 나온다. 관객이 마석도에게 기대하는 액션을 만들면서도 매편 신선한 변주를 주는 것이 주요한 성공 조건이다. 허명행 무술감독은 액션의 창작 비법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범죄도시4>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 <범죄도시3>가 개봉 14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 소감은.

= 내부 시사회에서 봤을 때 분명히 흥행하겠다는 느낌이 있었다. 개봉 후 예상보다 더 빠르고 거센 흥행에 놀라는 분들, 작품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분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요즘 극장가에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기며 볼만한 작품이 적어 <범죄도시3>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 액션의 수위가 세다는 평도 있는데, 전 연령층에 소구하기 위해 어떤 액션을 지향했나.

= <범죄도시3>는 처음부터 15세이상관람가를 목표로 잡았다. 그래서 날카로운 흉기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둔탁한 무기를 많이 썼다. 촬영에서도 가격당하는 쪽의 리액션 장면을 줄이고 타격하는 쪽의 표정이나 움직임에 집중했다.

- 액션이 많으니 촬영에도 신경 쓸 부분이 많았을 텐데 평균 테이크 수는 어땠나.

= 현장에선 3테이크 이상이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액션 리허설, 카메라 테스트를 모두 철저히 거치고 오케이가 떨어져야 슛에 들어갔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걸 어기는 경우는 소품 같은 다른 변수들 때문이었지 액션 문제로 4~5번 찍은 적은 거의 없었다.

- 액션 신 촬영을 속전속결로 끝낸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 마석도의 액션도 속도감이 더 중시됐다.

=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제작진이 마석도 액션의 변화를 가장 많이 신경 썼다. 1편은 마석도의 순수한 피지컬이 중심이었고, 2편에선 유도 기술을 섞으면서 힘을 살렸다. 3편에선 마동석 배우의 특기인 복싱 기술을 더 깊게 활용했다. 지금까지의 마석도가 헤비급 복서였다면 이번엔 경량급 복서의 날렵한 기술까지 섭렵하면서 다른 느낌을 낸 거다. 마석도의 주먹 한방이 얼마나 강한지 이제는 관객이 잘 알지 않나. 마석도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액션의 또 다른 맛을 내는 게 중요했다.

- 평소 액션 디렉팅뿐 아니라 각본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무술감독으로 유명하다.

= 그렇다. 특히 <범죄도시3> 현장 분위기는 워낙 자유로워서 감독님이나 마동석 배우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 영화가 복잡하고 치밀한 이야기 구조로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더욱더 액션 측면에서의 기승전결이나 예상치 못한 재미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리키(아오키 무네타카)의 무기로 장검을 쓰자는 의견은 내가 냈다. 야쿠자의 거물 회장이 보낸 킬러이니만큼 임팩트가 강렬해야 했고 관객에게도 일본 출신의 실력자라는 인상이 확 와닿아야 했다. 이런 방식으로 인물의 성격이나 상황에 맞춰 적절한 무기나 무술을 쥐여주는 것도 무술감독의 역할이다.

- 마석도가 리키의 장검을 힘으로 부러뜨리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 리키가 마석도랑 싸우게 된다는 건 관객 모두가 안다. 리키가 강한 만큼 마석도가 고전하지만, 잘 헤쳐나갈 거란 전개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상황에서 마석도가 단순히 리키의 손을 가격해 검을 놓치게 한다든지 하는 방법은 아무런 재미가 없다. 액션의 반전, 마석도의 역전을 액션의 확실한 포인트로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현실에서 맨몸으로 검을 부러뜨리려면 5만번은 쳐야 금이라도 가지 않겠나. (웃음) 비현실적인 액션이라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점이 바로 마석도니까 가능한, 마석도니까 용인되는 <범죄도시>시리즈의 강점이다.

- 이런 액션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서 다른 작품이나 캐릭터를 참고하는 편인가.

= 아니다. 철저하게 관객으로서만 영화를 본다. 액션영화를 많이 보고 데이터를 쌓아서 그걸 작업에 반영하려 하진 않는다. 관객일 때 재밌게 본 장면일지라도 그걸 내 작품에 적용하는 건 다른 문제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장 잘 어울릴 액션의 성질, 동선, 방법,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려야지 남의 것을 따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 액션을 짤 때 몸보다 머리로 먼저 구상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 후배들에게 늘 하는 조언이다. 몸으로 먼저 액션을 짜면 내 몸 편한 대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평소에 내가 움직이는 방식, 내가 좋아하는 동작으로 액션이 한정된다. 그러니 방금 말했던 리키 검이 부러지는 장면처럼 확실한 반전, 떠올리지 못했던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선 각본을 꼼꼼히 살피면서 생각하는 과정이 우선이어야 한다. 마석도가 상대를 왼손으로 때릴지 오른손으로 때릴지, 몇번 때릴지 같은 디테일은 그 후에 정하면 된다. 집 만들 때랑 비슷하다. 전체적인 설계도가 먼저 나와야 하지 꽃무늬 타일을 살지 무슨 가구를 들일지부터 생각하면 안된다.

- <범죄도시4>에선 연출까지 맡았다. 무술감독으로 참여했을 때와 어떤 차이를 느끼나.

= 기본적으론 비슷하다. 무술감독 역할일 때도 이야기를 중요히 여겼다. 인물들이 싸워야 하는 상황이 서사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는데 불쑥 나오는 액션만큼 불편한 게 없다. 다른 영화들을 보면서 종종 느낀다. 액션에 욕심을 내서 흥분하는 바람에 액션 신을 절제하지 못하고 집어넣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액션에도 감정이 우선이다. 내가 나름 오래, 많이 영화 작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서사의 전후 상황을 납득해야만 액션 신을 찍을 수 있다. 이런 게 감독님들 연출에도 좀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웃음)

- <범죄도시4>의 기대 포인트를 꼽아준다면.

= <범죄도시> 시리즈야 사실상 마석도 그 자체 아닌가. 제목을 <마석도1> <마석도2> <마석도3>로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웃음) 그러니 마석도에게 최대한 잘 어울리는 옷을 입히되 빌런을 색다르게 디자인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시리즈의 필수 조건을 잘 해결하려 했다. 특유의 오락을 기반으로 한 액션도 충분히 구현했다. 그동안 참여한 120여편의 영화 중에서도 단연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액션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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