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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파이더맨과 함께 우주를 창조하는 쾌감, 박태현 모델링 슈바이저
송경원 2023-06-23

박태현 애니메이터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가로질러온 장본인이다. 실사영화였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홈커밍>부터,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까지 소니픽처스에서 작업한 ‘스파이더맨’의 모든 곳에 함께한 그는 새로운 우주 개척의 제일 앞자리에 서 있다.

- 모델링 슈퍼바이저로서 작업 전반을 담당했다. 구체적으로 업무를 소개해준다면.

= 모델링은 영화에 필요한 캐릭터와 배경을 처음으로 잡아주는 일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할까. 모델링이 완성된 다음에야 캐릭터가 연기를 하고, 배경에 카메라를 세팅하여 촬영을 시작할 수 있다. 영화의 기둥을 만든다고 보면 된다. 거기서 끝이 아니고 전체적인 마무리도 담당한다.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가장 오랜 시간 작업에 참여하는 부서다. 이번 작품은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함께했다.

-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멀티버스마다 다르게 표현된 다채로운 작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 크게 보면 6개의 유니버스가 등장하는데, 그래서 6배로 힘들었다. (웃음) 물론 6배로 보람 있기도 했다. 한편의 작업에서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작화 톤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물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도 스파이더 햄, 스파이더맨 누아르 등 각각의 멀티버스에서 온 다른 톤의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 각자의 세계와 배경을 전부 만들어주어야 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다른 영화의 3, 4배 정도의 모델링이 필요했다.

- 6개의 우주를 가로질러 나가는 여정은 그야말로 시각적인 쾌감으로 가득 차 있다.

= 그렇게 말해주니 보람 있다. 처음부터 핵심 컨셉은 6개의 우주를 차별화하는 것이었다. 캐릭터의 특색에 맞게 초안을 잡은 후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과 공이 투입됐다. 예를 들어 마일스(샤메익 무어)가 사는 지구는 전작처럼 코믹스의 질감을 바탕으로 하는 반면 그웬(헤일리 스타인펠드)이 사는 지구-65의 경우 배경을 통해 수채화 톤을 부각했다. 미겔 오하라(오스카 아이작)의 지구-928 누에바요크는 미래 도시의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산업, 공업적인 컨셉이 강조된 디자인으로 거칠고 투박하며 원형적인 느낌이 강하다)을 택했고, 혁명가인 호비 브라운(대니얼 컬루야)의 유니버스는 그의 정체성에 걸맞게 펑키한 느낌으로 2D 이미지를 콜라주하여 종이의 질감을 살렸다.

- 지구-50101 뭄바튼 시퀀스나 280명의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 많은 인력이 투입됐을 거 같다.

= 인도 코믹스북을 레퍼런스로 룩(Look)을 다듬었다. 화려한 컬러와 어지러울 정도로 빽빽한 배경이 특징이다. 시간과 인력, 정말 공이 많이 들어간 시퀀스라서 더욱 애정이 간다. 얼핏 2D 수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은 3D 모델링된 걸 일일이 다 평면적으로 표현한 거다. 사실 심플하게 보이도록 표현하는 게 더 어려운데 관객이 노고를 알아주는 것 같아 기쁘다.

- 실사부터 애니메이션까지 그간 진정 스파이더버스를 넘나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신에게 스파이더맨은 어떤 의미인가.

= 어느 정도 정형화된 스튜디오 작업들과 비교하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부터 이번 작품, 그리고 다음 영화까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셈이다. 혼란스럽고 힘들고 실패도 잦다. 그렇기에 배우고 연구하면서 새로운 걸 창조해낸다는 즐거움이 있다. 소니픽처스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는데 스파이더맨과의 만남은 감사함 그 자체다. 스파이더맨은 영화 바깥에서도 내 꿈을 실현해준 존재, 내게 열정을 불어넣고 일의 보람을 깨우쳐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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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소니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