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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재 이집트에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브라힘 히샴 이집트종합예술학교 부총장
정재현 사진 오계옥 2023-07-06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2017년부터 전세계의 주요 문화·예술 인사를 한국으로 초청하는 K-Fellowship 행사를 꾸준히 운영 중이다.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6월16일 중동 지역 유일의 예술교육기관인 이집트종합예술학교의 부총장 이브라힘 히샴이 한국을 찾았다. 이브라힘 히샴은 이집트종합예술학교 연극영화과 주임교수이면서 다큐멘터리와 상업광고를 오가는 명망 높은 촬영감독이고, 주재국 내 문화·예술 행사의 진행에 빠지지 않고 고문으로 참석해 중동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한 바가 크다. 체류 기간 동안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을 오가고, 중동의 예술 교수로서 한국영화아카데미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내방한 이브라힘 히샴이 <씨네21>과 만났다.

- 방한 일정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 음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복국에 충격을 받았다. 독이 든 생선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걸 먹은 건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다.

- 그간 한국 문화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 솔직히 말해 과거 이집트에선 일본과 중국 문화가 주류 동양의 문화로 언급됐다. 그런데 10여년 전부터 한국 문화가 이집트에 소개되더니 지금은 서구 문화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집트의 젊은이들은 자국 문화보다 한국의 예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정이 이 현상에 관한 답을 주고 있다. 한국인들의 표정과 행동, 음식을 소비하는 방식에 그 답이 있는 듯하다.

- 이집트 내에서 영화인으로 쌓은 커리어가 상당하다. 처음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돌아가신 아버지가 영화 업계 종사자였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이집트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처음 영화를 배웠다. 신입생 때만 해도 영화와 내 삶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를 향한 열망이 커갔다. 그래서 졸업 이전부터 영화를 포함해 영상 매체와 관련한 일이면 뭐든지 했다.

- 젊은 영화학도였던 당신을 매료한 영화가 있나.

= 데즈먼드 데이비스 감독의 <타이탄족의 멸망>(1981)이다. 당시 용돈을 모두 털어 이집트 내 모든 상영관을 찾아다녔다. 이 작품을 통해 영화가 단순히 스토리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예술로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집트영화도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집트의 영화 역사 또한 할리우드영화처럼 깊고 넓은 걸 알고 있나. 이집트의 영화사는 세계 영화사에서도 중요한 분수령인 1927년부터 시작한다.

- 촬영감독의 일과 이집트종합예술학교 부총장의 일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진 않은가.

= 신이 내게 주신 소명은 촬영감독 커리어로 쌓은 경험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는 일이다. 현재까지 집필한 6권의 책이 중동 지역 대부분 학교의 영화 전공 교재로 쓰이는데, 앞으로 더 많은 책을 써서 이집트 영화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내게 중요한 것은 이집트 국민들이 예술을 가깝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카이로의 오페라하우스나 이집트 내 영화관들과 연간 공연과 상영작을 프로그래밍하는 일도 전담한다. 요즘 이집트 사회 전체에 문화 의식을 고취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문화를 애호하는 이집트인들의 의식은 현재 중동 전체로 확산 중이다. 가령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선 매년 계절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를 세계적인 행사로 만들기 위해 많은 이들이 애쓰는 중인데, 축제 참여자 중 90% 이상이 이집트 예술가들이다.

- 전세계 관객은 이집트영화보다 할리우드영화를 통해 이집트의 문화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이집트 문화를 담는 방식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혹시 이들이 이집트 문화를 지나치게 대상화한다고 여기진 않나.

= 이집트가 선진국이라곤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발전 중인 개발도상국이다. 그런데 미국영화 속 이집트는 여전히 발전이 더딘 나라로 그려진다. 그게 미국영화의 고질적인 문제다. 그들은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를 자신들의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로 그리고, 아직도 프랑스를 뒤떨어진 시민의식을 지닌 국가로 표현한다. 과거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 미국인으로부터 “이집트인들은 물건을 운송할 때 낙타를 사용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전세계 문화에 다수 영향을 끼치는 문화 강대국이라면 타국의 문화도 자신들의 문화처럼 소중히 대하며 수용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나.

- 오마 샤리프나 메나 마수드 등 이집트계 배우들이 세계에서 유명세를 얻은 경우가 꽤 있다.

= 오마 샤리프가 전세계적 인기를 구가한 것은 맞지만 그가 성공을 거둔 방식은 지극히 미국적이다. 오마 샤리프보다 훨씬 주목받아야 하는 배우들이 이집트 영화사에 포진해 있다. 마흐무드 무르시, 마흐무드 알 멜레지, 파텐 하마마, 수아드 호스니…. 이 배우들의 또 다른 영향력이 뭔 줄 아나. 아랍 국가 중 이집트는 악센트가 유독 강하다. 그런데 이 배우들이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며 이집트 악센트가 중동 전체에서 표준어처럼 통하게 됐다.

- 이번 방한이 한국과 이집트 양국에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나.

= 이집트로 돌아가면 내 강의 곳곳에 한국만의 문화 특질을 녹여낼 계획이다. 처음 전화로 방한 제의가 왔을 때 마침 학생 하나가 내 사무실에 있었다. 통화를 들은 학생이 내게 한국에 가냐고 묻더라. 그렇다고 했더니 방한 소식이 다음 수업 강의실로 금방 퍼지고, 급기야 학교 전체에 내 방한 소식이 삽시간에 퍼졌다. 거의 전교생이 내게 “저도 한국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웃음) 한국과 이집트가 문화적으로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맺길 바란다. 이집트 정국의 문화부 장관도 이번 방한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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