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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이’라는, 상상 이상의 세계, ‘사냥개들’ 배우 이상이
임수연 사진 오계옥 2023-07-06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의 홍우진은 불량한 겉모습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되는 남자다. 철없던 시절 일수 일에 발을 들이기도 했지만 개과천선 후 성실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난한 복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복싱 대회 결승에서 만난 건우(우도환)와 급속도로 우정을 쌓아가던 그는 사채업체에 잘못 휘말려 빚더미에 오른 동생을 돕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다. 뮤지컬 <쓰릴 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인 더 하이츠> 등에서 먼저 주목받은 뒤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갯마을 차차차>를 통해 특유의 서글서글한 넉살을 보여준 이상이는 순수한 복서의 심장을 가진 두 남자의 액션 버디극을 차지게 이끌어간다.

- 웹툰 <사냥개들>이 시리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먼저 알려진 후 캐스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안다.

= <갯마을 차차차>를 촬영할 때였다. 김주환 감독님의 <청년경찰>을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그런 버디극이면서 제대로 된 액션이 들어간 대본이었다. 당시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기 때문에 시원하게 액션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발동했다. 감독님은 원작의 소재만 가져왔기 때문에 굳이 웹툰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코로나19가 직접 등장하는 배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때묻지 않은 건우와 거칠게 살았던 우진 중 후자 캐릭터로 제안이 들어왔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우진은 소위 놀아본 경험이 있는 양아치였고, 과거 일수도 뛰어봤다. 도대체 감독님은 나의 어떤 면을 보고 이 캐릭터를 제안한 걸까? (웃음) 그런데 그건 과거 우진이 했던 경험의 일부였고, 우진의 유쾌함과 능글맞음 그리고 현실적인 부분이 나와 닮았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래서 나답게 연기했다. <사냥개들>이 공개된 후 주변에서 “그냥 넌데?”라는 이야기를 세번 들었다.

- 건우에 비해 우진의 과거가 상세히 나오지는 않는다. 대신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이 우진의 ‘놀았던’ 과거를 짐작하게 한다.

= 우진에게는 건우와 만난 이후의 이야기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현시점에 집중하는 게 필요했다. 액션 장르물이기 때문에 액션에 좀더 초점을 맞춘 것도 있다. 대신 본인은 멋을 낸다고 하지만 그게 썩 멋있지는 않고, 꾸미고 신경 써서 화려하긴 한데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듯한 모습을 계속 고민했다. (웃음) 그래서 채도가 낮은 컬러를 많이 선택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순박한 건우와 과거 거칠게 살았던 우진 캐릭터의 대비를 위해 일부러 머리를 기르고 펌을 했다.

- 건우는 전투적으로 파고드는 인파이터형 복서, 우진은 순발력이 중요한 아웃복서다. 몸을 만들고 복싱 훈련을 하는 과정이 어떻게 달랐나.

= 소위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쏘듯 민첩하게 움직이는 복서다. 빠르게 스텝을 바꾸면서 상대의 주먹을 피하다 기습적으로 공격에 들어간다. 그래서 체중을 증량하기보다는 6kg을 감량해 몸을 가볍게 만들었고, 잽이나 훅을 빨리 날리는 훈련을 받았다. 마지막 8부에서 우진과 인범(태원석)이 싸우는 신은 마치 덫에 걸린 곰과 개처럼 싸우자고 아이디어를 나눴다.

- 코로나 시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작품이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면 얼굴의 절반이 가려지지 않나. 음향 녹음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마스크를 낄 때 연기가 좀 달라지던가.

= 팬데믹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이나 마스크를 끼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는 그림이 중요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설정이었다. 나중에 전부 후시녹음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우리도 걱정이 많았다. 근데 핀마이크를 잘 차고 연기해서 마스크 낀 신은 녹음이 잘됐다. <탑건: 매버릭>이나 <덩케르크> 같은 영화를 보면 우리보다 더 큰 마스크를 끼고 나온다. 의식적으로 눈빛 연기를 하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표현이 과장될 수 있다. 그래서 원래 하던 대로 연기했다.

- 우진이 건우의 순수함에 감화되는 모습이 극 초반부터 나온다. 자칫 갑작스러운 감정선으로 보이지 않도록 연기할 때 염두에 둔 부분이 있다면.

= 그래서 우진과 건우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설정들이 필요했다. 해병대 출신이고, 프로 무대에 가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복서들의 힘든 삶을 사는 것 등 공통분모가 많다. 그리고 평소 우리가 “밥 먹었냐”고 하며 안부를 묻듯이 밥이 참 중요한데, 함께 식사하고 술 마시며 가까워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과거 어둠의 세계에 몸담기도 했지만 우진이 건우를 만난 뒤 그의 순수한 진심을 느끼고 본래의 본성이 다시 밖으로 나온다.

- 1회에서 메이웨더는 “선수보다는 비즈니스맨에 가까운” 복서이고, 파퀴아오는 “포기하지 않는 복서의 심장”을 가졌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진은 메이웨더를 좋아하지만, 인간 이상이는 어느 쪽이 더 멋지다고 생각하나.

= 굳이 따지자면 파퀴아오다. 우진은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하지만, 실제 나는 자기 일에 철저한 파퀴아오의 철학이 좋다. 예능 나오는 모습을 보니까 순박하고 귀엽더라. (웃음)

- 그렇다면 메이웨더처럼 강한 의지와 포기하지 않는 순수한 열정을 보여줬던 경험이 실제로 있나.

= 음…. 대학 입시 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처음으로 주관을 갖고 하는 선택이다 보니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적인 것 외에는 내가 재미를 느끼고 목표 의식이 생긴 취미 활동을 할 때 순수한 마음이 발동한다.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를 때쯤 다른 흥미가 생기면 그 대상이 바뀐다. 그래서 배우 생활이 재밌다. 작품이 끝날 때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설렘이 있으니까.

- 아역배우 경력도 있던데 배우의 꿈을 진지하게 꾸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이력이다. (웃음) 그냥 아빠가 권해서 다닌 연기학원에서 단체로 보조 출연을 했던 정도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긴가민가했다. 기타를 칠땐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고, 게임을 할 땐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고, 무대 제작 실습을 할 땐 무대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배우였고, 연기에 재미를 느끼면서 결국 배우가 직업이 됐다. 사실 요즘 같은 ‘부캐’ 시대에는 모두가 배우 같다. <피식대학>의 이용주씨나 <나몰라패밀리>의 다나카 같은 분들이 연기를 정말 잘한다.

- 고등학생 때 비의 <Rainism>을 커버한 모습이 지금까지 회자된다.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무려 232만회더라. “UCC 시절에 이런 교차편집을 구사하다니” 같은 댓글도 달려 있다. (웃음)

= 내가 좋아하는 비가 컴백하는데, 비가 새로 세운 회사 제이튠에서 UCC 콘테스트를 한다기에 지원한 거다. 다음 TV 팟과 피키캐스트에 영상을 올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춤을 카피하기 위해 영상을 찾아보던 유튜브에도 업로드했다. 벌써 14년 전 일이다. (웃음)

- 안양예고 시절에는 학생회장,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기과에서는 과대표를 맡았다.

= 그땐 감투에 욕심이 있었다. (웃음) 예고를 다닐 때는 다른 과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학생회장 선거에 나갔다. 일주일 동안 30분 먼저 등교해 기타 치면서 유세송을 만들어 불렀다. 한예종 입학 전부터 친구들을 빨리 만들고 싶어서 싸이월드 클럽을 만들고 예비 합격자들을 소집해 번호 교환까지 했다. 처음부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니 동기들이 그냥 과대표도 하라고 했다.

-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외향적이기만 할 것 같은데,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물고기나 식물 기르기처럼 정적인 취미를 갖고 있더라.

= 사람은 때때로 변하나보다. 20대 초중반까지는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호기심이 가득했다. 나이를 먹고 일 욕심이 생기면서 나에게 좀더 집중하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시하게 됐다. 부모님이 시골에 살고 계신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나 자신이 충전되고 건강해야 밖에 나가서도 관계를 잘 맺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 본격적으로 매체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무대 연기를 주로 했는데 이유가 있나.

= 연극영화과 입시 준비를 할 때 반드시 특기가 필요했는데 대부분 노래와 춤을 준비했다. 한예종 입학 후에도 가창실습 시간에 뮤지컬 노래를 많이 했다. 배우가 내 직업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빨리 연기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디션을 많이 봤다. 무대와 매체 연기 사이에 분명히 차이가 있지만 이제는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무대는 몸 전체를 이용해 연기하고, 카메라 앞에서는 얼굴에 좀더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본질은 다 똑같다. 연기는 여러 가지 줄기를 가진 장르인 것 같다. 예전에는 뮤지컬 배우가 매체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그 반대의 경우도 많고 트로트 가수가 뮤지컬을 하기도 한다.

-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한우물을 파야 진정성이 있다고들 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경계 없이 활동하는 행보가 더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MSG워너비 멤버로 발탁돼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맞다. 요즘에는 정말 경계가 없다. 침착맨이나 여행 유튜버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 MSG워너비의 형, 동생들이 너무 바빠서 당장은 어렵지만, 나중에 또 모일 기회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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