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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애스터로이드 시티 기자회견, ‘하나의 공동체라는 소속감을 준다’
안현진(LA 통신원) 2023-07-06

웨스 앤더슨 감독과 톰 행크스, 스칼릿 조핸슨, 제프리 라이트, 제이슨 슈워츠먼, 제이크 라이언, 스티븐 박, 루퍼트 프렌드, 호프 데이비스, 브라이언 크랜스턴, 에이드리언 브로디, 그리고 마야 호크까지 모두 12명이 참여한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화상 기자회견이 미국 현지 시간으로 6월13일 열렸다. 사막 한가운데 격리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배우들 외에도 틸다 스윈턴, 빌 머레이, 에드워드 노턴, 마고 로비, 스티브 커렐 등 화려한 앙상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시간 정도 이어진 기자회견을 한줄로 정리하면, 배우들이 전하는 “웨스 앤더슨 영화 촬영장의 마법 같은 순간들”이었다. 귀한 경험을 나누는 듯 상기된 표정이었던 그들의 얼굴까지 전하지 못해 아쉽다. 친한 친구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처럼, 이날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배우들은 함성과 환호로 기자회견의 시작과 끝을 알렸다.

-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

웨스 앤더슨 놀랍게도 아직까지 누구도 내게 물어보지 않았던 질문이다. 짧게 대답하자면, 작업할 때는 두세 가지 아이디어가 함께 떠오르는데 이번엔 세 가지였다. 첫째로, 로만 코폴라와 나는 제이슨 슈워츠먼을 위한 파트를 쓰고 싶었다. 어떤 특정한 영화에 들어갈 파트인지는 몰랐고 캐릭터나 분위기만 정해진 상태였다. 두 번째로 1950년대 뉴욕 극장에 관심이 있었고, 세 번째는 영화에서 배우들이 연기할 연극이었다. 뉴욕 극장 위의 흑백 연극과 컬러의 웨스턴 시네마스코프, 그리고 배우들과 배우들이 연기하는 역할이 뒤섞이는 이미지가 있었다. 이 아이디어에서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시작됐다.

- 웨스 앤더슨 영화에 처음 출연했다. 어떻게 인연이 시작됐나.

톰 행크스 1960년대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십수년 전에 로마의 한 식당에서 웨스와 우연히 만났다. 그때 내가 한 생각은 ‘저 사람이 웨스 앤더슨이라고?’이었다. 그렇게 만남을 이어가다가 이번에 함께 영화를 만들자는 정다운 이메일을 받았다. 재밌었던 건, 웨스가 내 역할이 들어 있지 않은 짧은 애니메틱을 보냈을 때다. 웨스가 모든 목소리를 연기한 버전이었고 내가 할 역할을 찾을 수가 없었기에 웨스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눴다. 웨스는 “로널드 레이건이 은퇴한 시기의 영화”라고 설명했고, 나는 내가 적임자라고 외쳤다.

- 애니메틱, 스크립트, 영화의 촬영, 그리고 웨스 앤더슨까지 이토록 영화에 대한 많은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완성된 영화를 보고 어떤 점이 놀라웠는지 궁금하다.

브라이언 크랜스턴 촬영을 마치고 웨스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 지금 기분이 어떤지 물었는데, “어쩌면 아주 멋진 시가 될 것 같다”는 답장을 받았다. 촬영한 장면들을 편집하는 과정 중이었을 거다. 어디로 가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애니메틱은 촬영을 시작하기 전 웨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훌륭한 단서였다.

- 새롭게 웨스 앤더슨의 앙상블에 참여한 배우들의 영화를 본 소감은.

스티브 박 웨스가 배우들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 모두 영화 안에 있었다. 웨스는 배우들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미지, 사운드트랙, 애니메틱 등을 먼저 보내준다. 그 뒤에 완성된 영화를 보게 된다.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영화를 봤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영화를 보는데, 이전에 본 영화와 완전히 다른 영화 같았다. 첫 시사에서 느끼지 못한 감정적인 충격이 있었다. 오늘 세 번째로 보는데 너무 기다려진다.

- (호프 데이비스에게) 당신은 TV,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연기해왔다. 이번 영화는 어떤 경험이었나.

호프 데이비스 초반에 토니 레보롤리를 기다리며 리허설을 하는 순간에는 젊었을 때 극단에 있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배우들은 대사를 알고, 들어오고 나갈 때 역시 아는가 하면 어떤 배우들은 상황이 설명된 몇줄만 들고 있을 뿐이었고 거기에서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애니메틱이 머리 속에 있었기 때문에 어떤 프레임이 필요한지 공통적으로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데, 이번 영화는 순수한 유희와 생동감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그런 순간들이 내가 왜 배우가 되었는지를 되새기게 해줬다.

- (제프리 라이트에게) 웨스 앤더슨은 배우가 최고치에 이를 수 있도록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압박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줄 수 있나.

제프리 라이트 사람들이 기대하는 답이 아닐 수 있지만 일화를 소개하자면, 영화에서 인서트를 찍을 땐 보통 5분에서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영화에서 내가 무기를 꺼내는 인서트가 있었는데, 4시간 동안 60테이크를 갔다. 아니? 왜? 이런 생각이 들겠지만 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그 과정이 즐거웠다. 해당 장면이 얼마나 깔끔하게 보여지는지가 중요했고, 그걸 위해 모든 사람이 카메라 밖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했다. 내가 덮개를 들추면 소품 담당자가 앵글 밖에서 들춰진 덮개를 잡고 있는 ‘공식’을 찾아낸 뒤에야 인서트 촬영이 끝났다.

제이슨 슈워츠먼 이 일화는 웨스의 촬영장에 대한 증언이다. 모두가 자기의 역할이 있고 그걸 해냈을 때 촬영이 완성된다. 한번은 촬영을 마치고 모두가 서로를 끌어안은 적도 있었다. 배우뿐 아니라 제작진 모두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해냈기 때문이다. 그때가 정말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배우들에게는 하나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경험이 얼마나 독특한지 설명해줄 수 있나.

스칼릿 조핸슨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하나의 공동체라는 소속감, 그게 가장 특별한 점일 것 같다. 서로의 퍼포먼스를 위해 든든하게 지원한다는 점도 뚜렷한 특징이다. 어쩌면 우리가 내부자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다. 나는 촬영장에 내내 있지는 않았는데 파트너인 제이슨은 언제나 준비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아늑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분은 영화 촬영장에서 쉽게 느끼기 어렵다.

- (루퍼트 프렌드와 마야 호크에게) 두 사람의 영화 속 컬래버레이션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루퍼트 프렌드 마야와 춤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각본에는 “두 사람이 춤춘다”라고만 써 있었다. 마야와 리허설을 하자고 이야기했지만 그럴 새 없이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마침 그날 빌 머리가 촬영장에 와 있었다. 내가 춤을 추면서 모자를 휙 던졌는데, 카메라 뒤로 날아간 모자를 빌이 정확하게 잡았다. 모든 것이 그렇게 완벽했다.

마야 호크 웨스 앤더슨의 촬영장은 모든 불필요한 것들을 잘라낸 듯 깔끔하다. 물론 다른 영화 촬영장과 마찬가지로 대기 시간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게 만들어준다. 배우들 사이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따로 계기를 마련할 필요도 없었다. 매일 같이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니 당연히 친해질 수밖에. 그러면서 자신의 역할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역할에도 관여하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내 파트, 네 파트를 가르기보다는 서로를 서포트하는 케미스트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에이드리언 브로디 게다가 우리는 모두 같은 호텔에서 지냈다. 아침에 각자 분장을 하고 캐릭터가 된 채 모여서 어울리고 있으면 골프 카트에 탄 웨스가 나타나서는 이제 촬영장에 갈 시간이라고 말한다. 우리 중 몇명은 골프 카트에 올라타 짧은 드라이브를 즐긴다. 도착한 곳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세트장이고, 촬영에 들어가는 모두가 이미 잘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상태다.

- 제이크 라이언은 10년도 더 전에 <문라이즈 킹덤>으로 웨스 앤더슨과 함께했다. 그 뒤 다시 웨스 앤더슨의 영화로 돌아왔는데, <문라이즈 킹덤>이 당신의 배우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더불어 앤더슨의 새 영화에 출연한 소감은 어떤가.

웨스 앤더슨 그때 제이크가 7살이었다는 걸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일동 웃음)

제이크 라이언 그동안 웨스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웨스는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내가 참여할 수 있는지 물어봐주곤 했다. 이번에는 내가 조금 더 성숙해졌다고, 그래서 예전보다는 뭘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여기고 싶었다. 그래서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오디션을 본 뒤 캐스팅이 결정됐을 때 성장한 나의 모습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웨스 앤더슨 <문라이즈 킹덤> 이후 제이크는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경력을 만들어왔다. 사실 제이크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제이크의 경력도 눈여겨봤기 때문에 우드로우 역할에 그를 캐스팅할 생각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오디션을 보게 됐다. 제이크는 각본 중 한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보내왔다. 스칼릿과 제이크가 기차 근처에 있는 장면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장면에 누굴 출연시킬지 확정하지 않은 채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제이크의 영상을 보고 “와” 하고 놀랐다. 장면을 해석하고 자기만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성숙한 배우가 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야 호크 영화를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호프 데이비스 어제 시사회에서 제이크가 <문라이즈 킹덤>에 출연한 경험을 두고 “따뜻하고 포근했다”고 말했는데, 그게 웨스 앤더슨 감독과의 작업을 잘 요약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할리우드라는 산업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다.

웨스 앤더슨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문라이즈 킹덤>에서 제이크는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포근하고 따뜻했던 게 아닐까? (일동 폭소)

- (제이슨 슈워츠먼에게) 당신은 웨스 앤더슨과 가장 많은 작업을 한 배우다. 처음 두 사람이 함께한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이 관계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제이슨 슈워츠먼 한 사람을 오랜 기간 알고 또 함께 일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내가 웨스와의 관계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건, 우리의 관계가 처음부터 이랬다는 사실이다. 만나자마자 우리는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고 관심 분야를 서로 나누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각자의 일을 할 때도 있었고 함께 일할 때도 있었지만 만날 때마다 좋아하는 것과 관심 있는 것을 공유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열정과 호기심을 공유하면서 가까워졌다. 이런 사람과 함께 성장할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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