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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프랑스 노동 운동의 어제와 오늘을 반영한 ‘에타블리’, 노동의 현실, 영화의 반영

1970~80년대 군사독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학출’ 또는 ‘학삐리’라 불린 이들이 있었다. 바로 학생운동 출신 노동자들로, 이들은 학교를 떠나 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운동을 꾀했다. 이들의 활동은 1985년 구로동맹파업, 대우자동차 파업 투쟁 및 임금인상 투쟁에 영향을 끼쳤다. 1968년 프랑스, 온 나라가 5월 혁명의 뜨거운 기운으로 달궈져 있던 시기. 루이 알튀세르의 수제자이자 프랑스 마오주의 운동의 선구자인 파리 8대학 철학 교수였던 로버트 린하트는 파리 외곽 시트로앵 공장으로 위장 취업해 들어간다. 그리고 10년 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연대기 형식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에타블리>를 발간했다. 출간 당시 젊은 영화과 학생이었던 마티아스 고칼프 감독은 이 원작 소설의 제목과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와 연금개혁 시위로 시끌벅적한 2023년 프랑스의 스크린에 부활시켰다.

영화는 위장 취업을 위해 신체검사를 받는 로버트(스완 아를로)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함께 잠입하려던 동료는 현장에서 신분이 발각돼 끌려 나간다. 첫 출근날, 로버트가 도착한 자동차 부품 조립 공장의 광경은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떠올리게 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 그 리듬에 맞춰 나사 조이는 일을 맡은 로버트는 손에 부상을 입고 바로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다. 적통 프랑스인이라는 이유로 공장 사장(드 포달리데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은 로버트는 그때부터 쫓겨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은 5월 혁명 때 있었던 파업으로 입은 손해를 보충하겠다며 하루 작업시간을 (임금 인상 없이) 45분 늘리겠다고 발표한다. 이에 로버트는 공장 노조 대표(올리비에 구르메), 다른 동료들과 힘을 합쳐 파업을 준비하지만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 일간지 <주르날 뒤 디망쉬>는 이 영화를 “휴머니즘으로 빚어졌지만 이상주의적이진 않다. 스테판 브리제켄 로치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작품”이라 평했고, 문화 월간지 <트랜스퓨지>는 “정치, 사회 투쟁의 중요한 역사적 에피소드를 기록한 <에타블리>는 현재 우리의 삶에 여운을 남긴다”고 평했다. 이 작품이 화려한 캐스팅과 시끌벅적한 볼거리 없이도 지난 4월5일 개봉 이후 프랑스 전국에서 조용하지만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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