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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녀의 취미생활’, 총 들 일 없는 세상을 바라며 그려보는 달콤씁쓸한 구원의 꿈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우지현)과 이혼 후 고향으로 돌아온 정인(정이서)은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혼자가 된 뒤,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마을 사람들의 억압과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음을 새삼 깨닫는다. 관심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삼는 마을 사람들로 인해 고통받으면서도 다른 곳으로도 도망치지 못한 채 자기 몸 하나 겨우 보호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던 정인 앞에 도시에서 이사 온 혜정(김혜나)이 나타난다. 외모부터 성격, 취향과 경험까지 많은 부분이 남다른 혜정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재수 없는 여자’로 통하지만, 정인에게는 부러움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혼자 사는 젊은 여자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의 공격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모종의 연대감을 공유하던 두 사람은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것으로 시작해 점차 감정을 교류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전남편이 정인을 찾아온다.

하명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그녀의 취미생활>은 폐쇄적인 고향 마을의 집단적 폭력으로 고통받던 정인이 자신과 다른 듯 닮은 외지인 혜정을 만나 복수를 감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여성 버디 무비이자 스릴러 복수극으로서 장르적 관습을 벗어나려 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학대 장면을 최대한 배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폭력의 이미지가 안기는 손쉬운 충격보다는 피해자의 황폐화된 내면과 그로 인한 변화에 보다 중점을 두는 듯한 인상이다. 미술, 음악, 조명 등 제각각의 요소들이 빚어내는 무드가 흥미로우나 이따금씩 느린 호흡 속의 투박한 장면 연결, 대부분의 캐릭터 활용이 단선적이란 점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기생충>의 ‘피자집 사장’으로 얼굴을 알린 정이서가 무기력한 피해자에서 대담한 복수자로 변모하는 정인 역을 맡아 핏기 없는 맨얼굴과 스크린 너머를 응시하는 텅 빈 눈빛으로 불안과 긴장을 표현해낸다. 조력자 혜정을 연기한 김혜나는 등장마다 묘한 이질감에서 비롯된 은근한 활기를 극에 부여한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부문에서 상영되었으며 배우상(정이서) 등을 수상했다. 서미애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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