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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배우와 호흡 맞춰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마스크걸’ 송종희 분장감독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23-09-08

영화는 집단 창작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종종 그 당연한 사실을 잊는다. 촬영, 미술, VFX 등 대표적인 몇몇 파트는 거론되기도 하지만 분장은 각광받는 경우가 드문 게 현실이다. 최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이병헌,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염혜란, 안재홍의 강렬하고 개성 넘치는 연기가 화제를 모으며 덩달아 그들이 맡은 캐릭터의 분장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모든 캐릭터들의 탄생을 도운 송종희 분장감독은 분장 파트를 단 한마디로 정리했다. “배우의 기존 이미지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내는 것. 동시에 작품 속 캐릭터를 넘어서거나 잡아먹지 않는 것.” 배우의 육체를 빌려 작가와 감독의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분장 작업은 캐릭터에 생명을 부여하는 종합예술로 불러 마땅하다.

<그들만의 세상>(1996)을 통해 분장감독으로 입봉한 뒤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인어공주>(2004), <괴물>(2005), <밀양>(2007) 등에서 숱한 명배우들의 색다른 얼굴을 뽑아냈던 송종희 분장감독은 2009년 밴쿠버필름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특수분장이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된 그의 행보는 한층 넓어지되 흔들리지 않았다. <은교>(2012)에서 박해일을 70살 노인 이적요로 탈바꿈시키고, <나의 독재자>(2014)에서 설경구를 김일성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분장에 발을 들인 지 27년을 맞이한 지금 새로운 전환을 모색 중이다. 1막이 유학 전, 2막이 특수분장으로의 확장과 도전이었다면 3막은 분장 업계 전체의 성장과 인식 개선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는 단계다. 미모스 분장팀(장주은 팀장(<마스크걸>), 전송희, 이유순(<콘크리트 유토피아>))과 함께하는 송종희 분장 인생 3막, 무르익어 다시금 활짝 피어나는 진심과 열정의 언어를 전한다.

- 최근 작업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이 모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힘이 난다. 내가 해왔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계속 자신을 믿고 달려가라고 응원받는 기분이다. 예전에는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도 민망함에 거절했다. <올드보이> 이후 언론의 관심이 높을 땐 막 도망다닌 기억도 있다. (웃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땐 스탭이 영화보다 앞에 나서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가능한 한 인터뷰를 하려 한다. 미모스 분장팀이 한 건 깊이가 다르는 걸 알리고 싶다. 내 경험을 알리고 현장 상황을 공유해야 분장 파트의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지금 분장 파트에 필요한 것

- 참여한 작품을 다 언급하는 게 힘들 정도로 워낙 오래 일해왔다. 업계에선 베테랑인데 여전히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가.

= 한국 영화 및 콘텐츠 업계는 크게 성장했다. 성장한 만큼 많은 변화들이 있는데 그중엔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분장 파트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전반적으로 상황에 따른 쉬운 선택을 한다는 점이 아쉽다. 작품 수가 많아지니 다작을 하는 팀들이 늘어났다. 최근 자극을 받은 몇몇 팀들이 있는데 그들의 작업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한번에 여러 작품을 진행하다 보면 핸들링이 쉽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주어진 조건에 따라 필요한 것만 기계적으로 맞추게 된다. 이해는 가지만 안타깝다. 타협 끝에 기계적으로 한 작업들은 티가 난다. 분장은 단지 배우가 원하는 대로 외형만 꾸며주는 게 아니라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해왔다. 업계에 20년 가까이 몸담으며 나름 분장 파트의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온 것들이 있는데, 너무 쉽게 무너지는 걸 보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 송종희 스타일은 원래 한번에 한 작품만 맡아서 집중해온 걸로 정평이 나 있다.

= 그동안 나름 지켜온 원칙이었는데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고 내가 한번에 두 가지 일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보통 준비하는 데 한두달 정도 소요되는데, 내 파트가 없을 때도 되도록 현장을 떠나지 않고 함께한다. 캐릭터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현장 상황이 바뀔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다. 주변에선 다들 나보고 담이 크고 대범하다고 하는데 사실 걱정도 많다. 철저히 준비해서 시작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배우와 분장이 잘 어울릴지 불안해한다. 초반에는 잠도 잘 못 잔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면 비로소 완벽히 한몸이 되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비유하자면 분장 역시 영화처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어쩌면 지루하고 비생산적인 시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당장 눈에 보이는 뭔가를 하는 게 아니니까. 현장에 그냥 죽치고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고민하고 내 몸처럼 괴로워하다 보면 문득 캐릭터가 완성이 되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배우가 사라지고 캐릭터가 화면 속에 피어나는 순간 말이다. 그제야 안심하고 의자에 등을 붙일 수 있다. 우리는, 미모스 분장팀은 깊이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도전한다.

- 시간을 들여 무언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연출 파트에서 많이 들어본 표현이다. 문득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연극 연출을 맡은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가 “여기서 지금 무언가 일어났어”라고 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 개인적으론 연출자와 다른 위치에서 또 다른 방식의 창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장이 하는 일은 배우를 단순히 꾸며주는 게 아니다. 배우를 작품 속 캐릭터로 바꾸는 일이다. 그건 배우의 연기로 표현되는 작업이지만 분장을 통해 그 과정을 도울 수 있다. 아니 도움을 넘어 새로운 면모를 일깨울 수 있다. 나는 배우가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작품 속으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이제껏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길 바란다. 그걸 위해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한국 콘텐츠들의 작업 과정을 보며 안타까운 게 그 점이다. 배우가 원하는 대로, 맞춰야 하는 상황에 쉽게 타협한다. 일정이 많고 시간이 없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양보하고 맞추기만 하다보면 분장 파트는 결국 기계적인 작업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난 세월 내가 매진한 건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춰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작업이었다. 창작은 그만한 시간과 에너지와 고통을 필요로 한다고 믿는다.

배우의 옷을 벗기고 캐릭터를 입히다

- 분장 파트가 프리프로덕션부터 깊숙이 참여하기 시작한 것도 한국에선 송종희 분장감독님부터라고 들었다.

= 예전에는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분장이 참여하는 것도 흔하지 않았다. 사실 프리프로덕션이 핵심이다. 그때 캐릭터별로 분장 방향에 대해 발표를 하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 나름대로 해석하고 구상한 아이디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사실 첫 발표가 제일 중요하다. 같은 목표를 가진,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충돌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분장은 다른 파트와 달리 매일 만나 회의하면서 하는 작업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것도 있다. 참여하는 스탭인 동시에 외부인의 관점에서 작품 전반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거다. 거기에 내 아이디어와 방향을 더해 구체화한다.

- 마치 첫 번째 모니터링 요원 같다.

= 비슷하다. 시나리오 모니터단이라고 할까. 다만 이건 첫 미팅 때만 가능하다. 그래서 가능한 한 더 선명하게 내 주장을 펼치는 편이다. 일단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입장에서 감독, 촬영, 미술 등 다른 파트에서 놓쳤을 수도 있는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캐릭터에 한정해선 때로 감독보다 분장 파트의 시선이 더 정확하고 정교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자극을 받고 더 좋은 결과로 이끌고 나가야 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걸 두려워해선 안된다.

- 작품에 집중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태도가 앞에서 언급한 깊이에 도달하는 비결처럼 보인다.

= 세 가지 원칙이 있다. 기본적인 건데 분장은 우리가 한다. 간혹 배우들이 분장을 직접 하겠다는 경우도 있는데 이 부분에서 양보는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가 계획한 캐릭터의 구체적인 모습을 배우의 몸을 통해 완성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싸운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웃음) 철칙 중 하나가 싸우진 않는다는 거다. 논리 정연하게 설득이 필요하면 설득을 하고 감정적으로 호소해야 하면 호소하고, 친분이 필요하면 친해진다. 어쨌든 중요한 건 캐릭터를 완성하는 거다. 그 부분에서만큼은 타협이 없다.

- 마치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설득하는 의사 같다. 감독도 설득하고, 배우도 설득하고. 어쩌면 분장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은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다행히 초창기보다는 배우들이 많이 열려 있다. 그동안의 실적 때문일 수도 있고, 매번 고민 끝에 나온 진심을 전달하는 노하우가 쌓인 건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내 주장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배우의 시점에서 상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함께 호흡한 결과물을 같이 만들어나간다는 감각을 쌓아야 한다. 사실 배우들도 겉으로 막 티를 내진 않지만 자신 속의 새로운 얼굴을 꺼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내가 하는 건 그 욕망에 불을 지피고 머릿속 상상을 실제로 구체화하는 거다. 예를 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영탁 역의 이병헌 배우의 M자 머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거다. 이병헌 배우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자기 아이디어라고 밝혔는데 의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게 내 역할이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마스크걸> 모두 분장의 완성도에 대한 칭찬이 쏟아진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 두 번째 원칙은 우리가 하는 일이 캐릭터를 창조하는 일이라는 거다. 나는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작품 안으로 가져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쉽고 편하지만 재미있지 않다. 요즘엔 워낙 배우들이 여러 작품에 출연하고, 현장 상황도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작품에 캐릭터 대신 배우가 있으면 안된다고 믿는다. 분장은 배우의 옷을 벗기고 캐릭터를 입히는 일이다. 시나리오 분석이 그래서 중요하다. 가상의 존재인 캐릭터를 배우에게 입혀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배우의 이미지에 먹혀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지우는 것도 곤란하다. 실제 사람인 배우와 시나리오 속 캐릭터 사이 어딘가에서 새로운 존재가 탄생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특히 배우들은 자기가 자신을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바깥에서 볼 때 보이는 것들도 있다. 배우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모습이 나오고, 그걸로 배우가 재평가받고 영역이 확장될 때 희열을 느낀다.

- 결국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이런 태도를 통해 완성된 디테일이다.

= 정확하다. M자 머리가 어느 만큼 보였을 때 캐릭터의 감정이 외적으로 드러나는지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괴물>에서 송강호 배우의 노란 머리도 초기에는 그냥 ‘노랗게 염색된 머리’라고 되어 있다. 그게 어느 정도의 질감인지, 끝은 얼마나 상해야 하는지, 물에 젖었을 때 어떻게 변할지 등을 계산하고 상황에 맞춰 표현하는 게 우리 일이다. 상상력과 감정에 물리적인 실체를 입히는 작업이라고 해도 좋겠다. 게다가 이건 미술 등과 다르게 배우의 몸을 통해서만 가능한 작업이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유기적인 생물이어서 지속적인 관찰과 집중력, 호흡과 소통이 필수다.

- 마지막 원칙은 무엇인가.

= 모든 배우 안에는 다른 얼굴이 있고, 나는 그걸 발견할 수 있다. 다만 분장이 캐릭터를 넘어서선 안된다. 분장은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충분히 넘어서야 하지만 극 중 캐릭터를 넘어설 순 없다. 다시 말해 지나치면 곤란하다. 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배우를 설득하고, 감독과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제작사를 설득해왔다. 때론 기분 좋게 반영되어 내 의도보다 만족스런 결과물로 돌아오기도 했고 많은 경우 아이디어에 그치기도 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 한 가지가 있다. 분장이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지우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분장이 캐릭터를 방해한 일은 없었다.

언제나 현장에서 새로운 걸 배운다

- 올해부터 미모스 분장팀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 예전에는 한번에 한 작품씩 맡았는데, 올해부터 팀장들을 나눠 여러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앞서 말했다시피 분장 파트가 점점 기능적, 소모적인 작업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느낀다. 분장이 또 다른 창작 파트라는 걸 다시 한번 인식시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질만큼 양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워낙 실력 있는 친구들인데 그동안 내 고집 때문에 날개를 펼칠 기회가 적었던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이제 능력 있는 팀장들이 각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내가 총괄하면서 완성도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 <미쓰 홍당무>를 찍고 밴쿠버필름스쿨에서 특수분장을 공부하러 유학을 갔을 때처럼 오랫동안 일했지만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늘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 언제나 현장에서 새로운 걸 배운다. 열심히 일하는 베테랑이 너무 많다. 현장에서 그런 분들을 만나면 반성도 되고 힘도 얻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자극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분장을 처음 배울 때 독학이었는데, 특수분장을 배우면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 게 좋았다. 분장과 특수분장이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내겐 둘 다 캐릭터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 특수분장이라는 무기가 하나 더 늘어난 정도다. 가령 <마스크걸>의 주오남(안재홍)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대머리 분장을 만들었는데 빛의 차이에 따라 머리숱이 많아 보이기도 하고 적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예 조명에 맞춰서 두 가지 버전을 만들어서 상황에 맞춰서 썼다. 중요한 건 주오남이 대머리라는 사실이 아니다. 머리숱이 모자란 것으로 표현되는 캐릭터의 성격, 감정 상태 등이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건 대머리의 오타쿠라는 전형이 아니라 주오남이라는 살아 있는 인물이니까.

- 어떻게 보면 지금이 또 다른 전환의 시점인데, 새삼 되돌아볼 때 유독 기억나는 작업이 있을까.

= 너무 많아서 고르기 어렵다. 쏟았던 애정에 비례하여 모두 소중하다. 최근 <올드보이> 20주년 행사 때 박찬욱 감독님과 스탭들을 만났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 막내들이 이제 다들 감독이 되었고. 영화사에 남을 작품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현장에서 배운 게 너무 많다. 그때는 캐릭터 하나, 내 작업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그때보다 좀더 넓어졌고 책임져야 할 일도 많아졌다. 그래서 더 고민되는 것들도 있고. 깊이와 디테일을 추구한다고 해왔지만 여전히 아직 다다르지 못한 깊이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평생의 숙제처럼 더 깊은 무언가에 매달릴지도 모르겠다. 그걸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주변으로부터 자극을 받고 싶다.

- 분장 파트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후배들을 위한 조언 부탁 드린다.

= 호기심, 관찰력 그리고 성실함. 나는 예술도 성실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관찰하고 끈덕지게 매달리다보면 불현듯 어떤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까지 열정을 잊지 않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욕심, 성실함,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분위기가 다소 안타깝다. 포기도 빠르고 타협도 쉽다. 업계의 전체적인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는 전문가로서 그만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전체적으로는 분장 파트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는 것. 개인적으로는 늙어 죽을 때까지 현장에 있는 거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누구보다 끈질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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