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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크래퍼’, 성장의 길목에 선 두 사람의 동등한 맞잡음
김예솔비 2023-09-27

조지(롤라 캠벨)는 12살짜리 아이지만 집안의 생계와 가사노동을 모두 홀로 감내한다. 엄마는 하늘로 간다는 착한 거짓말을 남긴 채 병으로 떠났고, 조지는 엄마의 상실을 짐짓 성숙하게 돌보며 지내고 있다. 애도의 다섯 단계 중 타협에서 우울로 넘어가는 과정에 머물러 있는 조지는 유일한 친구 알리(알린 우준)와 함께 자전거를 훔쳐 팔거나 춤을 추면서 시끌벅적한 일상을 보내지만, 밤이 되면 엄마를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서 조용히 눈물을 훔친다. 아이는 자신이 혼자여도 괜찮다는 사실을 설득하기 위해 바깥을 향해 날을 세운다. 조지는 아이로서 누려야 할 마땅한 성장의 편린을 놓치고, 오히려 그것들을 과도하게 부정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킨다. 늘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사람. 조지는 단단한 반발심으로 자신을 에워싸고 슬픔을 켜켜이 쌓아 올려 하늘로 향하는 탑을 짓는 외로운 노동자를 자처한다.

그런 조지의 요새에 침입자가 발생한다. 자신을 조지의 아빠라고 말하며 불쑥 찾아온 제이슨(해리스 디킨슨)이 조지는 미덥지 못하다. 하는 일도, 벌어놓은 돈도 마땅히 없어 보이는 헐렁한 사람. 제이슨은 조지의 마음 안쪽으로 파고들기 위해 서툴게나마 노력하면서도 아빠 역할이 처음이라는 자신의 미숙함을 애써 숨기지도 않는다. 제이슨은 조지의 옆에서 그녀와 보폭을 맞춰본다. 그는 조지가 자전거를 훔치러 나서면 책망하기보다 파트너가 되어주는 쪽이고, 조지의 시점에서 그녀가 좋아할 만한 놀이를 고심한다. 영화는 제이슨과 조지 사이에 커다란 갈등의 축을 만들기보다는 갑자기 맞닥뜨린 부녀 관계의 다분히 예측 가능한 반동과 간격을 좁히려는 서투른 움직임이 완성해 나가는 성장을 응시한다. 영화는 더 큰 쪽이 작은 쪽을 구원하는 드라마를 만들기보다는 그저 성장의 길목에 선 두 사람간의 동등한 맞잡음이라는 공동체적인 정서로 향한다.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관계의 변화에 따라 단절과 포용을 오가는 세심한 화면 구성은 이 상투적인 화해를 애정 어린 눈으로 좇게끔 한다. <슬픔의 삼각형>의 해리스 디킨슨이 젊은 아빠로 분해 신예 롤라 캠벨과 특별한 조합을 선보인다.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샬럿 리건 감독의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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