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BIAF Daily > 제25회(2023) > 2023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BIAF #1호 [프리뷰]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 ‘로봇 드림’
김소미 2023-10-20

<로봇 드림> Robot Dreams

파블로 베르헤르/스페인, 프랑스/2023년/102분/개막작

10월 20일, 18:00, 한국만화박물관 1층 상영관

단 한마디의 대사 없이도 사랑스럽고 심오하고 역동적인 우화인 <로봇 드림>은 동물과 우정에 마음 약한 이들이라면 누구든 울릴 만한 영화다. 1980년대 뉴욕의 작은 아파트, 늦은 밤 모니터 불빛 앞에서 홀로 끼니를 때우는 일에 익숙한 개 한 마리가 산다. 고독한 1인 가구에 뜻밖의 변화가 생긴 건 새벽녘 TV광고를 보다가 홀린 듯 주문한 로봇 덕분이다. 낙관과 모험심 가득한 로봇 동거인이 생긴 후 개의 삶은 활기로 가득 찬다. 하지만 이대로 행복하기만 할 리가. 바다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중 로봇은 고장나고 만다. 사지가 마비된 채 모래사장에 홀로 남은 로봇과 폐장한 해변에 들어갈 수조차 없게 된 개는 영영 분리된다. 조용한 개의 일상으로부터 출발한 영화는 이제 로봇이 꾸는 꿈으로부터 다시 시작된다. <오즈의 마법사> 속 양철나무꾼의 쓸쓸한 도시 버전인 <로봇 드림>의 상상은 여전히 환상적인 한편, 짐작 가능한 대로 무척이나 애처롭다. 미국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간결한 2D 작화가 순도를 높이고, 대사 대신 구도와 프레이밍, 사운드로서 언젠가 변하고 마는 관계의 속성이 몽타주된다. 개와 안드로이드 사이에 형성된 기적 같은 유대로 한껏 날아올랐던 버디물은 관계의 불꽃이 어이없이 꺼져버리는 순간에 대해서도 묵묵히 성찰한다. 요컨대 <로봇 드림>은 영혼의 동반자를 향한 우리의 판타지를 자극하고, 그 불가능성까지도 받아들인다. 사라 바론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스페인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가 만든 첫 애니메이션영화. 2023 칸영화제에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