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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냉담한 시장, 뜨거운 경쟁 - 추석 영화 3편 모두 손익분기점 못 넘긴 현실
김소미 2023-10-27

여름 시장보다 더 악화된 풍경 앞에 영화계는⋯

영화계가 충격에 빠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를 감안해도 부진한 추석 극장가였다. 10월17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9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9월 한국영화 매출액은 456억원으로 2017~19년 9월 평균(832억원)의 54.8% 수준을 기록했고, 이는 지난해 9월과 비교해서도 48%(432만명) 감소한 수치다. 9월의 부진은 추석 연휴 전날인 9월27일 동시 개봉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이 일제히 힘을 쓰지 못한 요인이 크다. 연휴 사흘간 전체 매출액은 약 160억원으로 이 또한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과열 경쟁이 극장가에 남긴 것

암울한 변화는 여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7월26일 첫 타자로 나선 <밀수>가 현재까지 514만명, 8월2일 맞붙은 <비공식작전>과 <더 문>이 각각 105만명, 51만명, 마지막으로 8월9일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385만명을 동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밀수>는 예년이라면 최소 500만~800만명을 내다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올 추석 연휴 일주일 동안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151만명, <1947 보스톤>은 73만명, <거미집>은 26만명을 기록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10월 셋째 주 기준 186만 관객을 동원해 그나마 손익분기점(240만명) 근처에 도달했지만 보름이 걸려 30만명을 돌파한 <거미집>과 210억원대 텐트폴 영화인 <1947 보스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규모와 기대에 비해 박스오피스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인 영화들은 <>과 <30일>이다. 과열 경쟁을 피해 배급 타이밍을 결정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 100만~150만명 언저리의 영화들이 타이밍을 잡은 것은 물론, 젊은 관객층이 반응할 만한 기획, 부진했던 성수기의 반사이익까지 더해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스터리, 오컬트 장르인 <>은 손익분기점 8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고(147만명), 개봉 첫주 주말부터 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한 코미디 <30일> 역시 손익분기점인 16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10월 셋째 주 기준 131만명)으로 보인다. <30일>과 앞선 광복절에 개봉해 의외의 선방을 한 <달짝지근해: 7510>(138만명)을 배급한 마인드마크는 “대작들이 주는 무게감, 장르 면에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극장에서 다 함께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통한 것 같다. 달라진 관객 성향을 중심으로 젊은 층, 나아가 가족 단위 관객도 편안하게 택할 수 있는 영화들의 수요를 분석 중”(김종원 마케팅팀장)이란 답을 내놨다. <30일>은 10월3일 개봉 첫날에 17만명을 동원해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을 제쳤다. 개봉 당일과 첫주에 입소문으로 판가름이 나면 극장 점유율을 차지해 스코어를 불려가는 흐름이다. 이어 11일 개봉한 한국형 누아르 <화란>은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해 2주차에 5위로 추락했다.

설 연휴 개봉한 <교섭>과 <유령>, 5월의 <범죄도시3>, 여름의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정도만이 해외 선판매 수익을 포함하여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창고 영화를 자처한 영화들이 밀려 나오면서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시장이 전반적으로 과열되어 더욱 혼란해졌다는 반응이다. 올여름처럼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 ‘빅4’가 모두 맞붙었던 시기로는 <명량>(CJ), <해적: 바다로 간 산적>(롯데), <해무>(NEW), <군도: 민란의 시대>(쇼박스)가 나온 2014년, 그리고 <터널>(쇼박스), <덕혜옹주>(롯데), <인천상륙작전>(CJ), <부산행>(NEW)이 개봉한 2017년 정도다. 극장을 찾는 관객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지만, “더이상 개봉을 미루기 힘든 100억~200억원대 텐트폴 영화가 성수기나 명절 대목을 피해 도전적인 배급 전략을 세우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류상헌 NEW 배급팀장)이란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지는 풍경은 이렇다. 개봉 당일 관객수로 몰아주기식 스크린 배정이 이루어지면 곧 점유율이 곤두박질치고 반등조차 어려워지고(<더 문> <거미집>), 전통적인 흥행 배우, 흥행 감독의 입지가 무색한 상황이 이어진다. 이영주 CJ ENM 배급팀장은 “내부적으로는 <범죄도시3> <한산: 용의 출현> <헌트> 등 지난해에 관찰된 관객 반응을 토대로 올해 상황도 긍정적으로 예측했다. 다만 <밀수> 직후 이어진 여름 영화 상황을 보며 개별 작품보다는 박스의 문제를 직감했다. 관객수가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고객 분석을 다시 시작한 이유다. <더 문>은 한국영화의 저변을 넓힌 시도였지만 동시대성과 트렌드 반영에 있어 아쉬움을 남긴 것 같다. 2030 관객이 느끼는 신파의 기준을 실감했고 이에 추석에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을 풀었다. 류승완 감독의 범죄오락물에 대한 신뢰도와 경험치가 있는 것처럼 배우 강동원의 코믹한 모습에 대한 기존의 만족도가 의외로 높은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답했다.

극장의 위기가 한국영화 제작의 위기로

여론과 소비를 주도하는 20~30대 관객에게 1~2년 묵힌 창고 영화는 금세 올드하게 느껴지는 요인도 피하기 어렵다. OTT가 만든 새로운 콘텐츠 소비 및 시청 습관이 연휴를 소화하는 방식도 바꾸어놓았다. 익명의 한 배급 관계자는 “추석 당일에 차례를 지내고 온 가족이 밖에 나와 극장에 가는 문화가 사라졌고 이를 타기팅한 영화도 힘을 다소 잃게 된 것 같다. 가족 단위 관객이 분산된 것이 뉴 노멀”이라고 짚었다. “가족 5~6명이 영화 보고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최소 15만원 이상 든다”라는, 인상된 관람료를 향한 관계자들의 우려도 여전했다. 연휴를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예년 대비 긴 연휴에 문화생활이 분산되면서 오히려 입소문이 모이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모두 멀티플렉스들이 ‘롯시 어텀’(롯데시네마), ‘씨지비마트’(CGV) 등 대목맞이 쿠폰과 할인 이벤트를 대규모 진행했음에도 나타난 결과다. 지금 이대로라면 극장과 영화가 더이상 문화생활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현재까지 올 추석 영화 세편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서 투자 손실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향후 재무 투자자들의 영화 투자에 대한 회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CJ ENM, 롯데컬처웍스, 쇼박스 등 메이저 배급사들이 주요 투자작의 투자 비율을 늘릴 형편도 못 된다. 극장의 위기가 한국영화 제작의 위기로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수입으로 마련되는 영화발전기금도 정부의 긴축재정과 함께 재원 확보가 더더욱 어려워졌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한국영화 위기 극복을 위한 협의회’를 통해 티켓 요금 인하, 펀드 출자 확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나 그와 별개로 한동안 빈곤의 악순환을 목도해야 하는 현실임은 분명하다. 산업의 절대적 규모와 타깃 관객층, 기획과 배급 전략 면에 있어 한국영화의 과거 모델이 하나의 임계점에 도달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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