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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벽을 허무는 아름다움을 찾아서, <솔리드 바이 더 씨> 파티판 분타릭 감독
송경원 2023-10-28

<솔리드 바이 더 씨>는 태국 남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퀴어 로맨스다.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아카데미를 수료하며 부산과 깊은 인연을 맺은 파티판 분타릭 감독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영화를 들고 부산을 찾아 LG 올레드 뉴 커런츠상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제도와 억압을 예술과 자연으로 해방시켜나가는 과정을 담은 자신의 영화처럼 파티판 분타릭 감독은 앞으로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영상언어를 발견해나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 수상을 축하드린다.

= 소소한 삶에 대한 작은 이야기에 높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세상을 바꾸는 큰 이야기들이 많지만 나는 항상 주변에서 이야깃거리를 찾는다. 사소한 곳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불평등과 억압, 작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내 역할은 이런 일상의 균열에 확성기를 가져다주는 거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상은 함께해준 모든 이들에게 큰 응원이 되었다. 1년간 함께해왔던 이들과 이 결과를 공유하고 싶다.

- 남부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퀴어 로맨스다. 태국은 LGBT에 열려 있는 나라지만 남부는 무슬림 문화가 지배적이라 보수적이라 들었다.

= 이 영화의 시작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방조제에 대한 환경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었다. 그때 만난 활동가 중 한분이 나중에 방조제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알리기로 결심했다. 해변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방조제가 거꾸로 모래를 사라지게 하는 아이러니는 마치 인생을 닮은 듯하다. 때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그려보고 싶었다. 종교적인 문제와 금기에 대한 건 민감하고 예민한 소재다. 태국의 검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런 여러 장벽을 유연하게 넘어가면서 가능하면 좀더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아름다움은 장벽을 허무는 강력한 힘이다.

- 예술가인 폰이 다루는 예술 작품처럼 영화 전체의 영상미가 빼어나다. LG 올레드는 빼어난 컬러 재현이 강점인 만큼 이번 수상에 이런 영상적인 표현들이 큰 장점이 되었다고 들었다.

= 영광이다. 자연과 개발, 두 가지를 대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컨셉이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묘사가 필요했다. 영화 속 폰이 다루는 예술 작품들도 그에 대한 여러 방식의 은유를 담고 있다. 실제 작품을 빌려온 것들도 많다. 창작자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선 적절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최신의 영상 기술이 구현된 LG 올레드가 이런 부분을 알아봐준 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 <솔리드 바이 더 씨>는 다름을 배우고 서로의 벽을 허무는 이야기다.

= 나는 할머니 손에 자라서 여성스러운 문화와 표현 방식에 익숙하다. 스테레오타입의 남성성, 여성성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권위를 내려놓으며 살갑게 다가가는 방식들을 말한다. 덕분에 나는 무슬림도 아니고 성소수자도 아니지만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그들에게 편견 없이 다가가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억압받는 두 사람의 관계를 자연에 빗대 표현한 것도 그런 관점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 상금 액수가 적지 않다. 거기에 부상으로 올레드 TV가 주어지는 걸로 알고 있다.

= 솔직한 답변을 원하나? (웃음) 일단 영화를 찍으며 예산이 초과한 부분이 있다. 프로덕션 과정에서 생긴 마이너스를 메울 수 있는 지원이 생겨 기쁘다. 여유가 된다면 다음 작품을 위한 시드머니로 사용할 생각이다. TV를 어디에 설치할지 여러 가지로 의논 중이다. 사무실에서 쓴다면 고화질 영상이 가능해서 다음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으로선 고향 마을에서 운영 중인 영화 커뮤니티가 좋지 않을까 한다. 영사실처럼 꾸민다면 태국의 영화 꿈나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게 크리에이터를 후원하는 LG 올레드의 취지에도 잘 맞을 것 같다.

사진제공 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