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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반짝이는 워터멜론’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소리>의 이길보라 감독은 동명의 저서에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오해를 갖게 하는 TV드라마의 뻔한 설정을 짚은 적이 있다. 요약하면, 불의의 사고로 청력을 잃은 인물이 상대의 입술 모양을 읽는 구화 훈련으로 청인과 다를 바 없어지고, 그에게 일어나는 기적이란 청력이 돌아와 다시 청인이 되는 식이었다. 이처럼 역경의 극복과 해피엔딩의 실마리를 청력의 상실과 회복에서 찾는 이야기는 수어로 소통하는 농인과 시각언어 중심의 세계를 불완전하고 불행한 자리에 두곤 했다.

농인 부모에게서 자란 청인 자녀인 ‘코다’ 소년이 주인공인 진수완 작가의 tvN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어떨까? 농인인 가족과 청인의 세상을 통역하던 어른스러운 모범생 은결(려운)은 기타로 세상에 말을 거는 기쁨과 밴드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부모에게 이해시키지 못해 갈등한다. 이상한 악기점을 통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한 은결은 18살 동갑내기 아빠 이찬(최현욱)이 청력을 잃게 된 사고를 막아보려 애쓰고, 말을 빼앗겼던 시절의 엄마 청아(신은수)도 만나게 된다.

이찬이 깡패들에게 맞아 쓰러진 것을 발견한 청아가 그 자리를 이찬이 좋아하는 세경(설인아)에게 맡기고 물러선 모습은 왕자를 구하고도 밝히지 못하던 인어공주와 닮았다. 하지만 은결이 아는 엄마는 물거품이 되긴커녕 행복하고 명랑한 사람이었다. 수어는 장애를 드러내는 행위라 해서 아버지와 새엄마에게 수어 교육을 금지당했던 청아에게 은결은 말한다. “우리 오늘부터 과외 시작할 거야. 뭘 배우게 될지 궁금하지 않아? 수어야. 손으로 만들어내는 소리. 나 아기였을 때 엄마가 가르쳐주던 거.” 농인에게 수어는 청인과 비교당하지 않고 그 자신으로 온전하고 충만한 언어라고 한다.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의 비극이 농인의 모어인 수어를 되찾는 이야기로 뒤집히는 지점이었다.

CHECK POINT

베로니크 풀랭의 <코다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미라클 벨리에>(2015)와 이를 리메이크한 <코다>(2021). 두 영화가 공유하는 질문 중, 농인 부모는 자녀가 청인으로 태어난 것을 달가워하는지가 있다. 음성언어가 더 우월하다고 여기거나 청인 중심 사회에서 농인이 겪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자녀는 청인이라 다행으로 여길 거라 짐작하기 쉽지만, 이 부모들은 자녀의 장애 유무보다 같은 정체성 아래 장벽 없이 온전히 소통하지 못할까 봐, 그 때문에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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