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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발 더 나아간 완성도를 추구하며, 혼다 다케시 작화감독
송경원 2023-11-03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작화로 유명한 혼다 다케시는 <벼랑 위의 포뇨> <털벌레 보로>를 거쳐 마침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작화감독을 맡아 무려 7년을 이 한편의 작품에 매진했다.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가 꼭 필요한 인재로 점찍어 어렵게 초빙한 그는 미술관에 걸려도 손색이 없을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평소에 시도하지 않았던 그림을 원 없이 그려보았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고 성장한 것 같다”며 후일담을 풀어놓았다.

- 주로 가이낙스와 작업해왔는데 이번에 작화감독직을 맡았다.

= 얘기한 것처럼 가이낙스에서 오래 일했다. 가이낙스를 나온 뒤에는 여러 스튜디오와 협업했는데 지브리와의 첫 작업은 <포터블 공항>이라는 뮤직비디오였다. 이후 <벼랑 위의 포뇨>나 <털벌레 보로> 등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과 함께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제안을 받은 건 <털벌레 보로>를 작업할 때였다.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작화를 한번 더 수정하는 걸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작화 수정 요청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고 들었다.

= 아예 없었던 건 아니고. (웃음) 원화가 1차 완성되면 러프한 수정이 들어온다. 그걸 보고 감독님의 의도를 파악한 뒤 작업을 이어가는 게 기본 프로세스다. 그런데 미야자키 감독님이 작품 내내 건넨 말이 ‘힘을 빼고 그리라’는 거였다.

- 단 한 장면도 힘을 빼고 그린 부분이 없다.

= 감독님의 복귀작인데 이렇게 부담 가득한 프로젝트에서 힘을 뺄 수가 있나. (웃음) 다른 애니메이터들도 다들 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어쩌면 이게 감독님의 마지막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평소엔 ‘여기까지면 충분하다’는 기준에서 한발 더 나아간 완성도를 추구했다.

- 곡선과 유기적인 움직임은 지브리의 특징이다. 이번엔 물뿐만 아니라 불, 바람 등 자연의 곡선과 움직임이 모두 역동적으로 표현된다.

= 미야자키 감독은 감정 표현에 굉장히 집중한다. 다만 그게 인물의 표정에 국한하지 않고 자연현상에도 자연스레 묻어나게 그리고자 했다. 초반부 화재 장면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입됐고 첫눈에 관객을 압도하길 바랐다. 후반부에는 바람 표현을 많이 했다. 특히 새엄마인 나츠코가 머무는 산실의 경우 바람이 눈으로 보일 수 있도록 꽉 채워넣는 표현을 했다. 바람은 언제나 부딪쳐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묘사했다. 자연 묘사는 그 자체로 보는 즐거움을 주지만 연출의 의도를 정확히 표현하는 게 핵심이었다.

- 음식 묘사 역시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빠질 수 없다. 잼을 바른 빵이라든지. 그중 특히 생선을 해체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 빵에 잼을 발라 먹는 장면에서 솔직히 속으론 “누가 이렇게 잼을 많이 올려 먹어?”라고 생각했다. 이러면 빵 맛은 하나도 안 느껴질 텐데. (웃음) 하지만 감독님의 어린 시절 물자가 부족해 이렇게 과장해서 올려 먹고 싶었던 욕망이 반영된 게 아닐까, 라고 짐작한다. 생선 해체 장면은 내장까지 세세히 묘사했는데 어쩌면 요즘 젊은이들에겐 낯선 광경일지도 모른다. 감독님이 굉장히 공들인 장면으로 이런 생소한 경험들, 실패와 불편함을 통해 젊은이들의 세계가 넓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 캐릭터 묘사도 흥미롭다. 이번 작품의 귀여움을 담당한 와라와라는 직관적이면서도 잘 디자인되었고 특히 할머니들의 둥글둥글한 모습은 마치 정령처럼 느껴진다.

= 와라와라는 앞으로 태어날 생명들을 묘사한 캐릭터로 단순하고 귀엽고 한편으론 깊이가 있는 존재다. 할머니들의 묘사를 연결해 이야기하니 재미있다. 주름도 많고 동작도 복잡해서 사실 쉽지 않은 캐릭터들인데 미야자키 감독님이 워낙 노인을 등장시키는 걸 좋아한다. 디자인적으로는 와라와라의 심플함의 반대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세월과 연륜을 쌓아가면 묘사해야 하는 선, 주름도 많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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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대원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