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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홈그라운드’, 공간 이상의 공간, 그 소중한 기억과 기록

어서 와, 여기는 레스보스야. 근데 너희들 나한테 이모라고 부르지 마. 나는 명우 형이야, 알았지?” 영화는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를 20년 넘게 지키고 있는 윤김명우의 밝고 경쾌한 인사로 시작된다. 1956년생, 칠순을 앞둔 나이에도 청춘 같은 쾌활한 에너지로 가득 찬 윤김명우가 들려주는 허심탄회한 이야기 속에는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와 공간의 역사가 녹아 있다. 그렇게 영화는 1970년대 명동 ‘샤넬 다방’ , 2000년대 ‘신촌공원’ , 오늘날 ‘레스보스’까지, 국내 레즈비언 공간들을 개괄하며 한국 여성 퀴어 문화와 공간의 역사를 조명한다. 단순한 술집을 넘어 수많은 이들에게 유일한 위로와 환대, 용기와 지지의 장소가 되었던 곳, 결코 녹록지 않았던 삶을 그같은 특별한 공간에서 비롯된 연대와 결속으로 견뎌온 이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고도 현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퀴어의 방>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권아람 감독의 신작 <홈그라운드>는 그간 영화들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 국내 여성 퀴어 공간을 소재로 하는, 조금은 색다른 다큐멘터리영화다. 이태원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를 운영 중인 윤김명우를 중심으로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와 그들의 ‘공간 사(史)’를 톺아본다. 제목에 암시되어 있듯 소수자들에게 그들만의 커뮤니티와 공간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진지하고도 유쾌하게 들여다보는 영화인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다감한 마음으로 영화 속 인물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는 선배로부터 레스보스를 물려받은 뒤 20년이 넘게 그곳을 지켜온 윤김명우의 고통스럽고 애달픈 현실의 일면 또한 지나치지 않는다. 나이 듦이나 경제적 문제 등 쉽지 않은 상황에도 그가 레스보스를 떠나가지 못하는 것은 후배들에게 공간을 마련해주고자 해서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오늘날 후배들의 고민은 선배들의 걱정과 닮아 있고, 소수자들만의 소통 공간, 해방 공간이 지니는 의미는 여전히, 당연히 소중하기 때문이다. 제12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상영된 바 있으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신진감독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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