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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투 더 월드’, 생태주의적 유머로 그려낸 <오리 날다>
최현수 2024-01-10

본디 청둥오리는 겨울 철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점차 텃새화되는 경향이 있다. 겨울에 먹이를 찾으러 한국으로 날아온 청둥오리들이 이제는 여름에도 하천에서 한가롭게 물장구를 치고 있다. 이는 가족을 과잉보호하는 청둥오리 가장 맥(쿠마일 난지아니)과 그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맥은 매일 아이들에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작은 연못에서 평생을 사는 것이며 연못 밖 세상은 위험하다고 가르친다. 반면 두 남매 댁스와 그웬 그리고 아내 팸(엘리자베스 뱅크스)은 다른 철새들처럼 바깥세상을 향해 모험하길 꿈꾼다. 결국 말러드 가족은 멋진 모험을 꿈꾸며 자메이카로 떠난다. 하지만 광활한 하늘이 맞이한 밝은 출발과 달리 거센 태풍, 위협적인 포식자,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는 말러드 가족을 위협해온다. 게다가 자메이카로 향하는 길을 알고 있다는 앵무새 들로이(키건 마이클 키)는 잔인한 셰프에게 잡혀 새장에 갇혀 있는 신세다. 최고급 풀장과 무제한 먹이로 가득한 지상낙원에 사는 닭들도 전부 셰프의 손에 도축되어 요리되기 일보 직전이다. 위기를 거듭할수록 성장했던 말러드 가족은 과연 들로이와 닭들을 구출하고 자메이카로 향할 수 있을까?

일루미네이션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인투 더 월드>가 그린 오리 가족의 모험은 한계를 극복하는 성장기인 동시에 자연의 섭리를 회복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영화다. 기후변화에 익숙해져 텃새가 된 청둥오리 가족은 다시 자연의 본능을 회복하고 자메이카로 떠나 철새가 되기를 선택한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의 섭리를 가로막는 손은 인간의 것이다. 잔혹한 육식의 공포,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대한 위험, 도축을 위한 사육이라는 기만적인 행위는 모두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됐다. <치킨 런> 시리즈가 이런 도축의 현장을 코스믹 호러의 문법으로 묘사했다면, <인투 더 월드>는 비둘기와 앵무새 등 다른 조류와의 연대라는 낙관적인 태도를 택한다. 생태 낭만주의의 세계관 속에서 영화는 메인 빌런인 셰프의 위압감을 덜어내는 대신 그 자리에 탱고로 대변되는 유쾌한 춤사위와 음악으로 가벼운 리듬을 더한다. 키건 마이클 키의 위트 넘치는 목소리 연기 또한 극에 유머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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