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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립세의 사계’, 이야기가 주는 고통을 넘어서지 못하는 보이는 것의 아름다움
이유채 2024-01-10

1800년대 말, 폴란드 립세 마을에 사는 야그나(카밀라 우젱도프스카)는 수려하나 부족한 여자로 알려져 있다. 남편이 없기 때문이다. 제 손으로 어여쁜 것들을 만들며 어머니와 영원히 함께 살길 바라지만 집에서는 그의 결혼을 밀어붙인다. 결국 부유한 농민이자 사별한 중년 보리나(미로슬로우 바커)의 아내가 된다. 이제 동네에선 그를 다 가진 여자라고 부르지만 야그나는 집 밖을 갈망한다. <러빙 빈센트>의 감독들이 6년 만에 돌아왔다. 신작 <립세의 사계>는 D. K. 웰치먼, 휴 웰치먼 부부 감독의 두 번째 유화애니메이션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의 <농민>을 원작으로 한다. 가을의 풍요, 겨울의 혹한, 봄의 생기, 여름의 햇볕까지 폴란드의 사계가 생동감 있게 담겼다.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등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유럽명화들이 이어져 미술관의 달뜬 관람객이 되게 한다. 그러나 보이는 아름다움은 이야기가 주는 고통을 넘어서지 못한다. 아그나는 결혼으로 집안에 땅이라는 재산을 가져다주는 수단이자 남성의 소유물, 추방해야 하는 악녀로서 존재하며 끊임없이 모욕적 언사와 신체 폭력에 노출되는데 시대 반영을 감안하더라도 수난에만 집중한 이 영화의 재현 방식에는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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