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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2, 제3의 <잠>이 나올 수 있도록”, 이경재 롯데컬처웍스 영화부문장
김소미 2024-01-26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시네마사업본부와 영화 투자배급 및 드라마 제작 등을 담당하는 콘텐츠사업본부(영화사업부문, 드라마사업부문)로 나뉜다. 지난해까지 콘텐츠사업본부장과 본부 내 영화부문장을 겸임했던 정경재 상무가 사임하고 신년 들어 영화부문장에 이경재 상무가 선임됐다(현재 콘텐츠사업본부장은 공석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팀장, 시네마사업본부 영업부문장을 거쳐온 이경재 상무는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한 시기에 내실을 다질 적임자다. 이 상무는 “힘든 시장에 따뜻하고 유쾌한 코미디 드라마를 보강하고, 검증된 IP에 기반한 작품으로는 시각적 스펙터클로 승부하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내비쳤다.

- 2023년 여름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흥행과 평단에서 모두 준수한 반응을 얻었고 연말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있었다. 올해 롯데컬처웍스 대형 영화들의 배급 시기는 어떻게 내다보나.

= 지난해엔 코미디 장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올해는 조정석 배우의 장기가 돋보이는 코미디 <파일럿>이 여름 성수기, 웹툰 원작으로 CG에도 특히 공들일 <부활남>을 겨울 성수기 정도로 구상 중이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마동석 배우의 타 영화들이 나오는 시기를 살펴서 너무 겹치지 않도록 고려하고 있다. 올해 설 연휴를 예상했던 <대가족>은 가을 이후 정도로 검토 중이다.

- <씨네21> 2024 신년 기대작 특집에 <파일럿>을 공개했다.

= 극장에서 영화를 고를 때 여성 관객의 선택이 높은 영향력을 미친다. 선정적이거나 액션이 너무 세면 가족 관객이 보기에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파일럿>은 모든 세대를 아우를 만한 코믹 드라마고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보여준 김한결 감독의 신선한 연출력에 대한 신뢰도 있다. 영화를 이끄는 조정석 배우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 2023년 추석 시장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올해는 어떻게 되리라고 보나.

= 글로벌 시장들은 다 살아나고 있다. 중국의 자국영화 보호정책이 효과를 낸 부분, 할리우드의 올해 총매출액 등을 보면 그렇다. 한국은 아직까지 2019년 대비 50% 수준인데, 왜 그럴까. 미디어상에서는 티켓 가격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일부 맞는 말이다. 가격이 세번이나 올랐고 3천원이 인상됐으니. 높아진 임차료, 인건비를 부담하게 된 상황에서 극장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재고영화가 늘어나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불균형하다는 것인데 향후 2, 3년 내에 극복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침체도 우려된다. 정부가 개봉 촉진 펀드를 비롯해 미개봉작 지원책을 마련하려는 부분도 지켜보고 있다.

- 2024 라인업으로 확정된 작품들 외에 향후 기대작으로 <전지적 독자 시점>이 있다.

= 웹소설과 웹툰이 전세계에서 연재되어 누적 조회수가 4억뷰에 달하는 메가 IP다. 산업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작품의 매력이 컸기에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다. 포인트는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를 만든 김병우 감독이 관객이 마치 김독자가 되어 체험하는 듯한 몰입형 영화로 만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신과 함께> 시리즈로 웹툰의 비주얼과 세계관을 구현하는 능력을 입증한 리얼라이즈픽쳐스의 내공이다.

- 2023년을 돌아보기에 앞으로의 투자배급 전략 면에서 참고할 만한 유효한 지표가 있었다면.

= 성비수기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작품별 장르적인 특성과 경쟁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라인업 전략이 필요하다. 아직 큰 영화를 비수기에 가져가는 결정을 쉽게 내릴 단계는 아니다. 과거에는 500만~700만명이 든 영화라고 하면 관객수 쏠림 현상이 일종의 공식처럼 두드러졌다. 첫주에 50%, 2주차에 30%, 3주차에 20% 같은 식이다. 지금은 이른바 롱테일로 간다. 작품의 개봉 시기와 스코어간에 어느 정도 비례의 원칙이 있었다면 그것 역시 점점 깨지고 있다. 가령 지난해 타사 작품들 중 <30일>(10월3일 개봉)과 <달짝지근해: 7510>(8월15일 개봉) 등은 일반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시기와는 조금 비껴난 기간에 개봉했지만 관객 만족도와 함께 흥행으로 이어졌다.

- 지난해 9월 개봉한 롯데의 <>은 손익분기점의 2배 가까이에 달하는 결과를 냈다. 저예산 장르영화의 가능성도 확인했는데.

= 투자가 용이하면서도, 장르가 명확해 코어 타깃을 유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024 신규 투자는 이런 방향성에 충족할 수 있는 작품들을 적극 검토해서 제2, 제3의 <>이 나올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

- 바뀐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신규 투자의 전반적인 기조는 어떨까.

= 지난해는 극장용 영화에 대해 더 엄격해진 관객의 기준을 확인한 시기이기도 했다.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요소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관객수로 증명됐다. 결국 영화적으로 고객이 소구할 수 있는 부분, 작품의 완성도를 투자배급 단계에서 더욱 면밀히 검토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캐스팅, 마케팅에 용이한 포인트 등에서 시너지가 나온다면 가장 이상적인 콘텐츠다.

- 극장의 주요 관객층 구성에 있어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 있나.

= 현재 인구 구성을 보면 1020세대는 확 줄어들고 장년층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바이럴에 활발히 움직이는 세대는 MZ가 맞지만 3040, 나아가 장년층의 영화관 경험도 더욱 살필 필요가 있다. OTT와의 경쟁을 고려했을 때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 OTT는 자체 심의를 한다는 차이도 간과하기 어렵다. OTT 콘텐츠가 주는 자극이 게임을 즐기는 요즘 세대를 더 쉽게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 간극을 직시하고 입장객의 연령층을 높게 잡는, 결과적으로 더 넓게 확대하려는 관점도 필요하다고 본다.

- 2023년에 파라마운트 외화 포함해 총 16편을 배급했고 올해는 총 13편을 예고했다. 약간 줄어든 수치인데 향후 투자 규모는 어떻게 예상하나.

= 시장이 줄어드니까 투자배급 규모를 줄이겠다는 생각은 없다. 편수 차이에 큰 의미는 없다. 경상비 보전의 관점에서도 1년에 적정 개봉 편수를 갖추는 것은 중요하다. 파라마운트 작품을 포함해 1.5개월에 한편 정도는 나와주는 것이 좋다. 한국영화만 놓고 보면 연 단위로 최소 6개 작품은 선보이려 한다. 경향만 놓고 볼 때 신규 투자작에 대한 판단이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흐르는 것은 맞다. 모든 투자배급사가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이전보다 대형 작품에 대한 큰 규모의 적극적인 투자는 쉽지 않겠지만 부지런히 신규 투자작을 찾고 만드는 데에는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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