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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사업본부와 드라마사업본부로 나눠 헤쳐나간다, 이현정 쇼박스 영화사업본부장
조현나 사진 오계옥 2024-01-26

2023년 쇼박스는 <스즈메의 문단속> <비공식작전> <3일의 휴가> 세편을 개봉했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결과도 있었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이 총 557만명(1월18일 기준)을 모객하며 연초 극장가의 화제성을 이끌었다. 13년 만에 진행한 애니메이션 배급 대행이 보인 성과와 더불어 달라진 영화시장을 체감하면서 쇼박스는 올해 신작 배급과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2023년 쇼박스의 실적을 자평한다면. 작품 수익 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작품과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작품에 관해서도 묻고 싶다.

= 크게 보면 실적이 많이 아쉽긴 하다. <비공식작전>은 대외적인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것에 비해 결과가 좋지 못해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 프로젝트였다. 예전에는 규모나 스토리 면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이 있었는데 그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획, 캐릭터를 더 개발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오랜만의 애니메이션 배급 대행작이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전작보다 잘될 거란 예상도 했지만 그보다 훨씬 파급력이 커서 놀랐다. 마니아 시장의 중요성을, 앞으로 투자를 진행할 시 이와 같은 투자배급 대행도 염두에 두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걸 인지한 계기가 됐다.

- 올해는 어떤 목표와 전략을 펼칠 예정인가.

= 좋은 성과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배급 시기를 잘 골라 신작들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목표다. 그리고 올해 후반부터 2025년까지의 라인업을 확보해야 해서 투자를 크게 할 계획이다. 쇼박스도 그렇고 모기업의 펀드 상황이 나쁘지 않아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한 상태다. 더 많은 작품들을 선보여 지금 시장에 맞는 모델을 찾아나가려 한다. 불안정한 현재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어떤 작품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올해를 도약의 시작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 <시민덕희> <파묘> <모럴해저드>(가제) <사흘>이 올해 쇼박스 라인업에 올랐다. 이 영화들에 관해 소개해준다면.

= <시민덕희>는 보이스 피싱범을 찾아 나서는 시원한 사이다 영화다. 배우 라미란, 공명, 염혜란을 비롯해 최근 왕성히 활약하는 배우들이 포진해 제작발표회 때도 ‘이 라인업을 다시 모으긴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박영주 감독은 신인이지만 차분하고 힘 있는 연출가라 그에 대한 신뢰도 있다. <파묘>는 풍수지리를 소재로 한 독특한 영화다. 장재현 감독이 워낙 자기 분야를 독보적으로 구축해온 창작자가 아닌가. 더불어 배우진도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신구의 조합이 잘 맞춰졌다. 배우 유해진, 이제훈이 출연하는 <모럴해저드>는 소주에 목숨을 건 소주 회사 상무와 뉴욕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M&A 전문가가 갈등과 협의를 반복하며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박신양, 이민기 배우가 주연을 맡은 <사흘>은 부성애가 강한 아버지가 딸의 장례식을 치르는 사흘 동안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다. 한창 편집 중이고 1월 중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 <시민덕희>는 1월24일, <파묘>는 2월 말로 라인업의 절반이 1분기에 연달아 개봉한다. 이렇게 배급 시기를 정하게 된 배경은.

= 지난해 여름·추석 시장과 몇년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수기, 비수기가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신작 배급 시기를 정하는 데에도 크게 작용했다. 작품의 매력을 잘 드러낼 수 있고, 타깃층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입소문이 났을 때 화제성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시기라면 경쟁작이 많은 때보다 오히려 낫다. <시민덕희>는 통쾌함을 주는 작품이라 연초에 갈 만했고 <파묘>는 작품 성향도 그렇고 주요 타깃층인 2030 관객의 관람 패턴 등을 고려했을 때 2월 말이 괜찮겠다고 판단했다.

- 신작 기획·개발 상황은 어떤가. 공개 가능한 작품도 있나.

= 자세히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두 작품 정도를 진행하기로 했다. 장르로 말하자면 스릴러와 로맨스 한편씩, 신선한 캐스팅과 더불어 신인감독과도 함께할 예정이다. 두 작품 모두 젊은 직원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아서 어렵지 않게 투자를 결심했다. 확실히 전에 비해 시나리오를 더 열심히 보게 되고 기획이 재밌다면 감독이 신인이더라도 해볼 만하겠다는 마음이 든다.

- 엔데믹 이후에도 극장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데 이런 상황이 신작 투자의 수, 장르, 규모 면에서 어떤 변화를 초래했다고 보나.

= 영화들의 개봉이 밀리면서 수익률과 회전율이 떨어지니 전에 비해 영화시장에 대한 투자가 많이 위축된 건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신작 편수가 대거 줄었고, 2024년까지는 만들어둔 작품이 있어 괜찮지만 내년이 정말 문제다. 그래서 올해가 정말 큰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장르 면에서는 예전엔 드라마와 웃음, 슬픔이 다 들어간 종합선물세트가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한 장르나 이야기에 뾰족하게 집중된 영화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규모가 반드시 클 필요는 없고 어떤 이야기인가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렇다고 작은 영화만 할 순 없고, 대작도 함께 가되 어떤 주제를 어떻게 재밌게 풀어낼 건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진 셈이다. 좀더 도전적으로 택할 작품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관객수가 10년 전으로 돌아간 상황이어서 그때를 계속 상기하게 된다. 당시엔 어떤 생각과 태도로 위기를 돌파해왔는지 말이다. 코로나19로 시장이 변화했으니, 또 한번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10년 전의 초심을 되새기며 다양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라인업을 늘리고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영화들을 해보면서 바뀐 시장을 계속 살피려 한다.

-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영화 외에 드라마를 포함한 콘텐츠 기획·개발·제작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인가.

= 시장 상황상 각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영화사업본부와 드라마사업본부로 나눴다. 영화사업본부는 앞서 말했듯 투자 구조를 바꾸고 신규 라인업을 잘 꾸리는 동시에 관객 반응을 고려해 메인 투자와 배급 투자, 마케팅, 홍보 등을 전략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드라마사업본부는 손승애 드라마사업총괄 대표를 영입해 제작과 유통쪽을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 시리즈물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곧 공개되는 <살인자ㅇ난감>이 있고 그 밖에 준비 중인 작품들은 올해 말에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예능 분야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쇼박스는 오랜 기간 함께해온 직원들이 많아 개개인의 역량이 탄탄하다고 자부한다. 그렇게 각자의 영역에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내보자는 게 이번 조직 개편의 가장 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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